레이첼 콜먼 영국수의내과전문의 `작은 배려로 고양이 친화병원 만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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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캐닌코리아가 지난해 겨울에 이어 해외 고양이 임상 전문가를 한국에 초청, 국내 임상수의사와의 학술 교류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주 방한한 레이첼 콜먼(Rachel Korman) 수의사는 호주 퀸즈랜드 수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영국 브리스톨 수의과대학에서 소동물내과학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이후 호주 브리즈번에서 수의전문의들로 구성된 VSS(Veterinary Specialist Services) 동물병원의 내과 담당 수의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로얄캐닌 초청강연이 열렸던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레이첼 콜먼 수의사를 만나 고양이 임상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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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콜먼 영국수의내과전문의

Q. 영국,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강연을 펼친다고 들었다. 한국 방문은 처음인가?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홍콩, 싱가폴 등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을 가 봤는데 한국을 방문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강연 목적으로 방문한 것은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인 것 같다.

이제 도착한 지 이틀째(12월5일)지만 한국의 인상이 무척 좋다. 옛 건축물들의 전통적인 모습과 매우 현대적인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멋졌다.

강의 후에도 1주일 간 머물며 서울을 둘러볼 예정이다. 함께 방문한 아들이 엊그제 내린 눈을 가지고 놀며 즐거워했다.

 

Q. 영국에서 고양이 임상과 관련한 전문의를 취득한 것인가? 수의과대학 재학시절부터 고양이 임상에 관심이 많았는지?

사실 수의과대학 들어가면서는 말 임상수의사를 꿈꿨다. 하지만 말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웃음) 내 스스로가 반려동물 임상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졸업 후 호주 멜버른의 일반 동물병원(General Practice)에서 일하다가 브리즈번에서 응급의학분야에 잠시 종사한 후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국 브리스톨 수의과대학에서 3년의 소동물내과학전문의 과정을 거쳤다.

고양이만 다루는 것은 아니고 개와 고양이 모두가 대상이다. 다만 브리스톨 수의과대학에는 고양이전문의들이 다수 근무하고 있고, 70% 정도가 고양이 진료여서 고양이 임상에 대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힘든 과정들이었다.

 

Q. 전문의 취득 후 일하고 있는 현재의 동물병원이 전문의 위주의 동물병원이라고 들었다.

현재 일하고 있는 VSS(Veterinary Specialist Services)는 대부분의 수의사가 전문의로 구성된 동물병원으로 호주 브리즈번과 골드코스트에 각각 지점을 두고 운영되고 있다. 총 80여명의 직원 중 10여명의 내과전문의와 비슷한 숫자의 외과전문의를 포함해 안과, 심장과, 피부학, 종양학 등의 다양한 전문의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 임상이 주된 업무지만 바쁠 때는 개의 진료도 함께 보고 있다. 물론 고양이 임상을 더 선호하긴 한다.

 

Q. VSS가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로부터 GOLD 등급의 고양이친화병원(Cat-Friendly Clinic, CFC)으로 인증받은 곳이라고 들었다. 어떤 특징을 갖췄는지 궁금하다.

ISFM이 운영하는 CFC제도는 일선 동물병원이 가능한 한 고양이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도하는 여러 가지 변화들을 평가한다.

그러한 변화에 반드시 수의사가 고양이전문의자격을 갖추는 것이 포함되진 않는다. VSS는 고양이가 불필요하게 개를 마주침으로써 스트레스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고양이 대기실과 고양이 전용 진료실 및 처치실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고양이 전용의 중환자실 공간과 별도의 스탭을 구성하기도 했다.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한 작은 배려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보자면 공혈묘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병원 근처에 거주하는 고양이들을 대상으로 평소 전염병 검사 등을 실시해두고 응급상황에서 혈액이 필요할 경우 요청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Q. 한국에서 많은 수의사들이 고양이 친화적인 환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자면 돈이 많이 들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는 정말 그러한가? 아니면 편견인가?

CFC는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병원은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할 만큼 높은 벽은 아니다. 골드 등급의 CFC 또한 VSS와 같은 대형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호주의 여러 1차 동물병원(General Practice)에서도 달성한 바 있다.

얼마나 비싼 설비를 마련했는지는 CFC 여부에 중요치 않다. 매일매일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동물병원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조용하고 침착한 임상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의 문제다. 병원의 구조를 아예 뜯어고치지 않더라도 간단한 몇몇 변화만으로 고양이 친화성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 대기공간이 일반 리셉션 공간과 구별되어 있지 않다고 해서 꼭 거창한 별도 공간을 공사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휘장으로 구별하는 것도 충분하다.

물론 별도의 전용 진료실과 처치실이 있으면 좋겠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시간’으로 구별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매주 화, 목요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는 고양이 진료만 한다고 설정하고 예약을 조정하는 식이다. 그렇게 하면 일반 리셉 공간과 진료실 전부를 고양이 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BSAVA 매뉴얼에도 다양한 변화옵션이 안내되어 있으니 참고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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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호주의 고양이 임상에 종사하면서 어떠한 변화를 겪었나? 현재 고양이가 점점 늘어나며 비중이 커지고 있는 한국의 수의사들이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양이 임상에 집중했으니 약 10여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동안 호주의 고양이 임상환경도 크게 변화했다.

먼저 보호자들의 기대수준이 크게 높아졌다.

임상수의사에게 점점 더 높은 수준의 진료를 원한다. 또한 수의사들이 그들의 고양이를 다룰 때 마치 그들이 고양이를 대하는 것처럼 애정과 동정심을 가지고 다루기를 원한다.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도 큰 변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반려동물 민간의료보험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 우리 병원에 내원하는 고양이 보호자만 따지면 50~60%가 보험에 가입된 상태다.

임상현장에서는 언제나 ‘환자에게 가장 최선인 치료를 하는가’의 문제와 ‘보호자가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의 문제를 놓고 아주 세밀한 균형이 필요하다. 한국의 동물병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보험의 활성화는 이 같은 균형의 추를 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보험은 보호자가 치료결정을 내릴 때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치료에 동반되는 경제적인 부담에서 자유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수의사들도 보다 고도의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Q. 아직 국내 수의과대학에서는 고양이의 임상을 제대로 배우기 힘들다. 물론 수의사끼리의 학술교류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지만 아직 자력으로 익혀야 하는 측면이 많다. 이에 대해 조언을 해준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혼자서 고양이 임상지식을 쌓아야 한다면 텍스트 외에도 웹 기반의 여러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ISFM은 웹사이트를 통해 좋은 교육자료들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고양이수의학저널(Journal of feline medicine and surgery)이 참고할 만하다. 전통적인 페이퍼 섹션과 임상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임상섹션에는 일선 수의사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훌륭한 수준의 임상정보들이 게재되어 있다.

물론 여러 텍스트들이 기본이 될 것이다. [BSAVA Manual of Feline Practice]도 그 중 하나다. 꼭 본인이 저자로 참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웃음). 책 자체가 일선 임상수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에 집중했기 때문에 고양이 임상 입문서적으로 더할 나위 없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수의사들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면

수의사는, 특히 반려동물임상에서 보호자와의 유대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수의사의 조언을 믿을 수 있는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반려동물이 아플 때 보호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잘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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