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무설계칼럼] 가정경제,타임 스케줄표에서 시작하라―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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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설정될 때 마술은 시작된다’

– 타임 스케줄러에서 시작하라.

지난번에는 재무 설계를 위한 기본 전제로서 가정경제의 네 가지 영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호에서는 가정경제를 위한 출발이자 전략적 도구로서 가정의 타임 스케줄러 활용에 대해 보도록 하자. 이것은 수익률 높은 특정 상품을 발견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통찰하게 할 것이다.

<표1>은 이상철 과장(가명) 및 가족들의 연령에 따라 재무적 혹은 비재무적 이벤트를 기입할 수 있는 인생의 타임 스케줄러다. (<표2>는 <표1>을 다르게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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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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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먼저 본인의 인생을 크게 두 축으로 나누어 굵은 선을 그어 보자.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와 은퇴의 시기이다.

자녀들의 초, 중, 고, 대학교 시기도 기록해 보자. 그들이 결혼하여 독립하는 시점도 표기해 보자. 자, 그러면 우리가 책임지고 가야 할 인생은 대략 세 개의 덩어리로 나뉘게 된다. 경제활동기의 인생, 은퇴시기의 인생, 독립 이전 자녀들의 인생.

경제활동 기는 길면 대략 25년, 은퇴 시기는 길면 대략 40년, 자녀들의 독립이전 기간은 대략 25년이다. 이것은 해야 할 것과 그것을 충족할 자원이 만들어지는 시간 사이의 심각한 불균형을 의미한다. 웬만큼 벌어서는 이 세 가지 인생의 수지타산을 맞추어 가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고령화에 기인한 저성장과 저투자, 그리고 고용의 불안은 우리들의 경제활동기간을 점점 단축시키거나 그 지속성을 종종 단절시키곤 한다. 본인의 소득 수준에서 과도하게 자녀의 인생에 투자하면 다른 두 개의 인생이, 늙은 본인의 삶에 과도한 준비가 이루어질 경우 현재의 삶의 질이 문제가 된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먼저 주어진 재원에 맞추어 모든 것을 다운사이징 하는 것이다. 소득과 지출의 기름기와 거품을 뺀 상태에서 세 개의 인생에 최적 배분함을 의미한다. 그 전제는 다른 사람들의 집, 다른 사람들의 소비, 다른 사람들의 자식교육 등과 비교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삶을 묵묵히 추구해야 하는 뚝심일 것이다.

또 하나는 경제활동기를 어떻게 늘려가고 지속가능 하게 할 것인가? 그리고 그로부터의 보상을 어떻게 더 높여갈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본인의 삶을 위한 타임 스케줄러에는 자기계발을 위한 계획들이 조금씩 채워질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그 어떤 재테크보다 수익률 높고 가치 있고 가능성 높고 안전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다.

살림살이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종이 한 장을 놓고 시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 계속해서 주택을 마련하고 싶은 시기도 적어보자. 또 해외여행을 하고 싶은 시기도, 그 외 하고 싶은 모든 것과 그 시점을 적어보자. 구체적으로 적어보자. 적을 것이 많다면 그만큼 당신이 젊다는 것이다. 해 보지 않아서, 해야 할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아직 겁이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년의 많은 사람들이 적을 것이 없는 이유는 이미 많은 것을 이루어 왔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하나 포기하는 법을 배워왔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고 싶은 목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시절 기록했던 목록을 하나하나 버려갈 수밖에 없다면 구멍 난 배에서 소중한 짐 하나하나 던질 수밖에 없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열심히 살지 않아서가 아니다. 목적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 없이는 최소한 재무적 인생은 새드엔딩 임에 분명하다.

모두 적었다면 허리를 펴고 타임 스케줄러를 보자. 어느 시기에 가장 많은 여백이 있는지 보자. 경험적으로 보면 대부분 은퇴시기가 시간적 공간은 가장 넓은데도 불구하고 적혀 있는 건 여행, 취미생활 등 두 단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주말’이라는 것 하나로 월요일 아침 병이 생기고 금요일 밤을 불태운다. 그것은 마치 연인을 보내고 난 후 생기는 열병 같고, 연인을 만나기 전의 설렘과도 같다. 주말은 일하는 사람들의 열망이다. 그런데 30년 40년 간 매일 계속되는 ‘주말’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는 기껏해야 목적지 없는 여행, 정체 모를 취미생활 밖에 없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자녀는 독립했고 내 앞에는 무한한 시간이 펼쳐져 있다. 무한한 자유가 있다. 그 여백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 리스트를 우리는 삶의 비전이라 말할 수 있다. 그 여백에 대한 작성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면 나에게 삶의 비전은 무엇인지 이 타임 스케줄러를 놓고 당장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까 살아가면서 생각하고 준비하겠다 할 수 있지만 표를 보면 시간이라는 거 별 거 아니다. 3년 만기 적금, 3년 만기 펀드 몇 번 하고 나면, 아이들 정신없이 학교 보내고, 정신없이 도시락 싸주고, 정신없이 학원 몇 번 픽업해 주고 나면 코앞에 정년 닥치고 은퇴 닥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늘 단순하여 중요한 것보다는 긴급한 것에 우선순위를 두며 살기 때문에 수시로 시간 여행자가 되어야 인생을 객관적으로 통찰하는 힘을 갖게 된다. 인생 전체의 타임 스케줄러만 가끔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그 절반은 이미 이루어졌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렇게 이야기 한 것이다.

‘목표가 설정될 때 마술은 시작된다’

 

<표3>을 보자.

타임 스케줄러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게 되면 향후 몇 년 뒤, 무엇을 위한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게 될지가 대략적으로 도출된다. 물론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 하지만 그것은 시뮬레이터를 사용하거나 전문가와의 상담 시 정확해질 수 있는데, 저금리 감안하면 현재가치로만 추산하여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아무튼 각 재무적 이벤트를 위해 저축을 어느 기간 동안 각각 어느 수준으로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순위에 놓고 무엇을 후순위에 놓고 갈 것인지, 선행 재무목표를 위한 저축이 완료되면 그 잉여자금으로 무엇에 투자할지 등의 저축 로드맵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저축 투자에 있어서 ‘용도별 포트폴리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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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3>

예를 들어 보자. (단 이것이 바람직한 저축 투자법이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편의상 표현한 표에 불과할 뿐이며 모든 가정경제의 저축과 투자는 저마다 다른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이 표는 맞벌이 35세 이상철 과장이 타임 스케줄러 작성 후 만든 것이며 본인의 생각은 다음과 같다.

현재 저축 가능액은 200만 원 정도. 60세까지는 일을 하되 일단 매월 최소 30만원을 노후를 위해 저축하기로 한다. 또한 기본적인 예비자금과 매년 휴가철에 가까운 동남아 여행을 위해서도 30만원씩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한다. 아이들의 대학입학 시점에 특히 현금흐름이 악화될 우려가 있어서 각 10만원씩 20만원을 15~20년 정도 장기간 모아가기로 한다. 인생의 변동성은 장담할 수 없는데 혹여 아이들이 나처럼 학자금 대출 때문에 사회 첫 시작부터 힘들어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으니까.

그리고 아내가 40세가 되고 둘째도 학교에 입학하는 즈음에는 주택을 구입해 보자. 나머지 120만원을 7년 정도 주택자금으로 최대한 모아 보자. 이후엔 정년까지 장기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해 가면 되므로 여유가 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그 중 약 20만원은 아이들 대학자금 준비에 더 투입하고, 나머지 70만원은 종자돈 마련을 위해 열심히 모을 것이다. 연간 보너스도 고스란히 투입하면 종자돈 수익뿐만 아니라 저축원금도 빠르게 늘어날 테니 10년 이상이면 꽤 모아질 것이다. 정년퇴직 시 조그만 상가라도 구입하면 일정 부분 대체소득원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55세부터 60세까지는 웬만한 재무적 책임은 마무리 되었으니 은퇴자금을 집중적으로 모아가 보자.

이렇게 하면 기본적인 재무적 전략은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그렇다. 사람들의 계획은 모든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훨씬 빨리, 훨씬 많은 것을, 훨씬 높은 가능성으로 이루어지게 한다. 경험에 의하면 이러한 용도별 포트폴리오는 위험 및 수익률에 따른 포트폴리오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만들어 주는데, 금융위기,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의 변동성 시기에도 순자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한편, 이상철 과장은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점을 알고 있다. 나름 이렇게 전략을 짜고, 하고 싶은 것 참아 가며 저축을 해 간다 해도 여전히 모자라다는 것이다. 게다가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늪에 언제 빠져들지도 모른다. 55세 정년까지 간다 해도 그 나이는 너무나 젊다. 하지만 치킨 집으로 남들과 동일한 결론을 낼 수는 없다.

요약하면 저축이나 투자가 연간 10% 수익률이 되든 -10% 수익률이 되던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첫째 소득의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때 가장 치명적이라는 것과, 둘째 소득 증가율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부족하게 될 경우 삶의 만족도가 낮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타임 스케줄러를 작성하다 보면 재테크 또는 재무 설계의 핵심은 본인의 인적 자산 가치를 통한 소득창출 능력을 유지하거나 증대시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저축과 투자에서 언제나 자산배분과 분산투자를 강조한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자신의 휴먼 캐피탈에 대한 투자만큼은 올 인해도 좋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위험은 제로 수준이면서도 때때로 대박을 가져다주는 유일한 하이 리턴 상품이다.

이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기대하는 한계를 극복하게 한다. 삶을 시간으로 시각화하고 그것을 토대로 구체적인 고민과 계획을 하게 하므로 동일한 능력과 동일한 재원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타임 스케줄러로부터의 고민은 돈을 더 빨리 더 많이 모으게 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업그레이드 해 주는 효과가 있다. 목표나 계획이 실현 가능하도록 만들어 주는 근본적인 것 – 비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그리고 비전은 구체적인 목표를 만든다. 목표는 다시 더 단기적이고 작은 목표들로 쪼개진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이 시작된다. 큰 계획이 작은 계획들로 쪼개지면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액션 플랜을 만들어 낸다.

그로부터 마술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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