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변호사의 법률칼럼⑧] 수의 판례:자가진료행위가 수의사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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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임상 수의계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을 꼽으라고 한다면 ‘자가진료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수의사들이 알고 있듯 ‘자가진료’는 반려동물과 산업동물 임상 등 축종을 막론하고 발생하고 있다. 항생제 오남용과 축산 생산성 하락, 반려동물복지 위협 등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수의계에서 자가진료를 제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대응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국회의 입법이나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자가진료 허용의 근거가 되는 수의사법 제10조는 무면허 진료행위 금지규정의 예외범위를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진료’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 때 대통령령이 자가진료가 가능하다고 정하지 못하도록 그 위임 범위의 한계를 법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법이다. 아니면 위 조항의 위임을 받은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를 개정하여 자가진료를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해결할 수도 있다.

물론 법령을 고치는 일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관련된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실타래와 같고, 법령의 개정으로 인한 사회적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다.

‘자가진료’를 해결하는 또 다른 방법은 수의사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2조(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수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해당 법률 조항은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2항에 의하여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이 상실’된다.

 

이와 같이 ‘자가진료’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거나 헌법소원 제기를 통해 무효로 만드는 것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이미 올해 하반기부터 이 사건 법령조항의 개정을 통해 ‘자가진료의 제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수의업계에서 ‘헌법소원’이라는 접근방식을 취한 적은 없을까? 지난 2006년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이하 ’국건수‘라 한다)’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의사의 어떠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였는지’에 대한 당시 ‘국건수’의 주장과 농림부의 의견,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  *  *

국건수의 주장을 검토하기 전에 먼저 ‘자가진료’의 근거규정(이 사건 법률조항)부터 알아보자. 수의사법 제10조는,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의 진료를 할 수 없다. 다만, 수산생물질병 관리법 제37조의2(헌법소원 당시 기르는어업육성법 제14조)의 규정에 따라 수산질병관리사 면허를 받은 자가 동법의 규정에 따라 수산생물(당시 어패류)를 진료하는 경우와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진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고 규정하고 있다. 수의사법 제10조를 위반하여 동물을 진료하는 경우 동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처럼 수의사법 제10조는 ‘수산질병관리사 면허를 받은 자가 어패류를 진료하는 경우’와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진료의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수의사법 제10조의 위임을 받은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가 ‘수의사 외의 사람이 할 수 있는 진료의 범위’에 대하여 규정하며,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를 포함시킨 것이다.

즉, 수의사법 제1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2조는 동물의 소유주가 자신이 사육하고 있는 동물에 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다.

 

국건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과 과잉금지원칙 등을 위배하여 수의사의 ‘직업의 자유, 보건에 관한 권리 등’을 제한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국건수는 “‘수의사가 아닌 자가 할 수 있는 진료의 범위’를 하위법규에 위임하면서 그 구체적인 범위를 전혀 특정하지 않아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하여 수의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이 사건 시행령 조항은 사육대상동물에 대한 자가진료행위를 제한 없이 허용함으로써 수의사 아닌 자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여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수의사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로 인하여 항생제, 호르몬제와 같은 주의약품이 아무런 통제 없이 무차별적으로 가축에게 투여되고 있고, 결국 일반 국민들이 이러한 가축들로부터 생산되는 여러 제품들(우유, 계란, 육류 등)을 섭취하게 됨으로써 공중위생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국건수의 주장에 대하여 당시 농림부장관은 헌법재판소법 제74조(이해관계기관 등의 의견 제출)에 따라 국건수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농림부장관은 “이 사건 조항들로 인하여 결과적으로 수의사들의 업무영역이 다소 잠식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반사적인 효과에 지나지 않을 뿐 청구인들의 직업의 자유에 대한 침해 문제는 아니다”고 하면서, “대통령령에 수의사가 아닌 자가 비업무적으로 동물을 진료하는 경우를 규정할 것임은 예상할 수 있어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자기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하여는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와는 달리 사육자에게 그 처분권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보건의료정책에 관하여는 보건에 관한 국가의 국민보호의무에 정면으로 저촉되지 않는 한 입법자에게 폭넓은 입법재량이 인정되며, 이 사건 시행령조항은 합리적 재량 내의 입법이다”고 하고, “동물을 사육하는 자에게 자가진료를 허용한 결과 항생제 등의 오남용이 문제되어 국민건강에 위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보건권 문제이지 수의사들의 직업의 자유의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하였다.

*  *  *

국건수와 농림부장관의 엇갈리는 주장을 놓고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판단했을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헌법재판의 기본적 지식 몇 가지를 먼저 알아보자.

헌법소원은 헌재의 심판을 받기 전에 먼저 ‘사전심사’를 거치게 된다. 사전심사는 헌법재판관 3인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가 담당한다. 지정재판부는 청구된 헌법소원이 형식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했거나 내용이 적법하지 않아 중대한 흠결이 있는 경우, 3인 전원의 합의를 통해 해당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각하’할 수 있다.

사전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해당 헌법소원은 헌법재판관 9인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본안심판에 회부된다. 하지만 전원재판부에 회부되었다고 하더라도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나 ‘헌법소원심판청구의 요건(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직접성∙현재성)’을 충족시키지 못한 경우’ 등에는 역시 ‘각하’될 수 있다.

전원재판부는 청구인의 심판청구가 실제로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되었는지 판단하게 된다. 전원재판부는 침해된 기본권과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를 특정하고, 그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결정을 선고한다. 특히, 전원재판부는 그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가 법률 또는 법률조항에 기인한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당해 법률 또는 법률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할 수도 있다.

 

 

이러한 헌법재판에 대한 배경지식을 가지고 다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살펴보자.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은 일반적인 법리를 설시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자신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적으로 침해당한 자만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법령으로 인한 기본권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당해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생긴 경우이어야 하며, 어떤 법령조항이 헌법소원을 청구하고자 하는 자의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애당초 기본권침해의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으므로 그 법령조항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간단히 말하면 헌법소원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가 그 침해를 구제받기 위하여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침해되는 기본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이 사건 법령조항이 수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청구인들은 수의사로서 동물을 진료하는 데에 아무런 법률상 장애를 받고 있지 않는다. 또한 국민보건 또는 기타 공익을 위한 법령상의 규제 때문에 종전에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영업행위를 관계법의 개정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종전에 누리고 있던 독점적 영업이익이 상실된다고 하여도 이는 사실상 기대되던 반사적 이익이 실현되지 않게 된 것에 불과한 것이지 어떠한 헌법상 기본권의 제한 또는 침해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가사, 이 사건 조항들로 인하여 사육동물에 대한 자가진료행위가 허용됨으로써 수의사로서 기대하고 있던 사실상의 독점적 영업이익이 실현되지 않게 된다 하더라도 이는 수의사인 청구인들의 기본권적 지위에 법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고 판시하였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판시내용을 요약하면 ‘이 사건 법령조항이 수의사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 법령조항은 수의사의 기본권과 관련이 없으며, 자가진료로 인하여 발생한 국민 보건상의 문제도 수의사의 기본권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  *  *

수의사로서는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수의사가 되는 과정에서 ‘수의사는 동물의 질병을 진단․치료․예방하여 인간과 동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축산물 등의 식품안전 및 위생검사,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 등을 통해 공중보건의 향상에 이바지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수의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무지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어떠한 자격이나 면허로 인하여 ‘종전에 누리고 있던 독점적 영업이익’은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이익이 상실되었다고 하여 ‘기본권’이 침해당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이와 동일한 이유에 근거한 판시를 수차례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먼저 약대생의 한약사시험 응시가능여부를 두고 한약학과 학생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례를 살펴보자.

헌법재판소는 ‘경쟁이 없는 자격시험인 한약사시험 응시자격을 한약학과 외의 학과출신자에게도 부여하는 것이 한약학과 졸업예정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면서, “국민보건 또는 기타 공익을 위한 법령상의 규제 때문에 종전에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영업행위를 관계법의 개정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종전에 누리고 있던 독점적 영업이익이 상실된다고 하여도 그 사실만으로 기본권의 침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결정한 바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동물용의약품으로 되어 있는 물질을 새로 사료의 범위에 추가하여 사료제조업자도 이를 제조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존 동물용의약품제조업자의 영업이익이 감소되는 경우 동물용의약품제조업자의 기본권이 침해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도 위와 같은 이유에 기초하여 판단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사료관리법시행규칙의 개정으로 동물용의약품인 물질이 새로 사료의 범위에 추가되었다 하더라도 동물용의약품제조업자가 동물의약품으로 이들 물질을 계속 제조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다만 종전에 누리고 있던 사실상의 독점적인 영업이익이 상실될 수는 있으나, 그러한 독점적인 영업이익은 반사적인 이익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그 이익이 상실되었다 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이처럼 헌법재판소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 왔다.

기존의 관계 제도에 의해 어떠한 행위를 독점하고 있다가 해당 제도가 변경되면서 독점적 지위를 상실했다 하더라도, 종전에 누리던 이익은 반사적 이익이 실현되지 않게 된 것에 불과한 것이어서 헌법상 기본권의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법리를 고려해 볼 때, 국건수가 제기한 헌법소원은 애초에 ‘수의사들의 기본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없다’고 결정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물론 법리(法理)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어서 헌법소원의 결과를 예단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이 사건 헌법소원은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수의사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없다.”고 하며,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헌법소원을 ‘각하’하였다.

결국 앞서 언급했던 자가진료를 제한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 중 하나가 남았다. 수의사들은 이제 ‘자가진료’의 제한을 위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을 개정하고자 하는 대한수의사회의 노력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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