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진의 동물매개치료⑩] 농장동물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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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플 그랜딘은 생후 3살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의사로부터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그녀의 어머니가 딸의 자폐증을 치료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였으나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그런 그녀의 자폐증을 개선시킨 것은 놀랍게도 농장동물과의 활동이었다.

자폐를 가진 탬플 그랜딘은 농장동물인 소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동물의 소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수단인 언어보다는 눈으로 인지하는 비언어적 지능이 더 높았다. 그녀가 비언어적으로 세계를 인지하기 때문에 동물의 세계관이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농장동물과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자폐증을 극복하고 현재 콜로라도 주립 대학교의 동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랜딘은 자폐증 계몽활동과 가축의 권리보호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이며, 동물복지를 배려한 가축시설의 설계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 자료출처: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 www.kaaap.org

 

농장은 식물과 동물이 함께 있는 ‘종합적인 자연’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자연치유 효과를 유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농장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 ‘농장매개치료’다.

농장매개치료는 ‘Green Care’ 또는 ‘Family for Health’로도 불리고 있으며, 매개체로 동물 뿐 아니라 식물이나 가든, 산림과 조경까지 이용되는 종합적인 개념이다(Hssink & van Dijk, 2006).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는 농장매개치료의 한 부분이다.

농장매개치료에서 동물외에 조경 식물이나 꽃과 같은 여러 가지 구성 매체들이 대상자의 치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동물의 접촉과 만남 활동이 대상자들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는 움직이지 않고 반응이 즉각적이지 않은 식물이나 예술 활동 보다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빠르게 반응하는 동물이 대상자들에게 더 많은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이며, 동물매개치료가 다른 대체 요법들보다 가장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유럽국가에서는 많은 농장들이 의료기관들과 협동하여 대상자(client)들의 증상 개선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농장동물을 이용한 동물매개치료인 농장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with farm animal, AAT-FA)를 적극 적용하고 있다.

이 번 글에서는 농장동물을 이용한 동물매개치료인 농장동물매개치료의 개요를 설명하고 관련 연구들의 문헌연구와 사례 연구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농장동물매개치료의 정의

농장동물매개치료(animal-assisted therapy with farm animal, AAT-FA)는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을 이용한 대상자의 치료 활동이다.

농장동물매개치료에서는 대상자들이 농장동물들과 만남 및 활동이 대상자들에게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장동물은 대상자에 신체적 접촉의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생활 형태를 촉진하며, 사료를 주고 돌보는 것을 포함하는 일상적인 관리를 통해 대처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농장동물매개치료가 적합한 대상자 그룹으로는 정신분열, 우울증, 성격장애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정신적 문제를 가진 환자들을 꼽을 수 있다.

 

2. 환자의 치료와 간호에 농장동물의 활용 역사

9세기, 벨기에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동물을 활용한 치료가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환자들에게 농장동물을 돌보는 과제들을 제공하여 성취감향상과 재활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1790년, 영국에 York Retreat 병원에서도 농장동물을 이용한 치료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환자들은 토끼와 같은 동물들과 함께 마당에서 놀거나 산책을 하면서 보다 즐거워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가 늘어나며 사회성이 증가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을 보였다.

1867년, 독일 빌레펠트 안에 있는 베텔에서 간질 환자를 돌보기 위하여 양과 같은 농장동물을 활용하였다. 이러한 중재 활동은 기존의 병원들과 같이 갇혀있는 교도소 형태의 환경이 아닌 더 즐거운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1942년, 미국 뉴욕에 있는 파울링 공군요양병원에서 부상 병사 치료를 위해 농장동물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상해를 입거나 지쳐있는 병사들이 소, 말, 돼지, 닭과 같은 농장동물들과 활동하면서 회복이 빨라졌다.

1970년대에 맬런은 발달 및 정서·행동장애아들을 대상으로 ‘치료농장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3. 농장동물매개치료 관련 연구 결과들

1) Berget과 Braastad(1989)의 연구 – 정신지체 대상자에 대한 효과

연구목적 : 정신지체 대상자들에게 실시된 AAT-FA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농장동물들은 대상자들의 책임감과 인내심 향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 Wiesinger(1991)의 연구 – 정신장애 대상자에 대한 효과

연구목적 : 오스트리아 농장공동체의 소규모 가족농장에서 농장동물이 대상자들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정신장애를 가진 대상자들은 농장동물들과의 긴밀한 만남을 통하여 증상의 개선과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다.

3) Mallon(1994)의 연구 – 어린이 대상자에 대한 효과

연구목적 : 미국의 아동시설의 하나인 ‘Green Chimneys’ 교육농장에서 8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AAT-FA의 효과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농장동물들이 어린이들에게 치료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결과들이 확인됐다. 어린이들은 농장동물들을 만나면서 사회성 증가와 동물들을 양육하고 돌보면서 책임감 증가를 보여주었다.

4) 독일의 167개 농장에서 확인된 사회성 증가 효과 (Lenhard 등, 1997).

연구목적 : 독일의 AAT-FA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167개 농장에서 농장동물매개치료의 긍정적 효과에 대하여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농장동물들은 대상자들에게 긍정적인 활성을 제공하고 사회 작용을 촉진하는 촉매제로서 작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5) Lenhard 등(1997)의 연구 – 어린이 대상자에 대한 효과

연구목적 : 미국 뉴욕 Brewster 시에 있는 아동시설인 ‘Green Chimneys’에서 농장동물 돌보기 활동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AAT-FA 효과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어린이들은 농장동물을 만나면서 사회성 증가와 동물들을 양육하고 돌보면서 책임감 증가를 보여주었다.

6) Berget 등(2004)의 연구 – 정신 건강에 대한 이점

연구목적 : 다양한 질병을 가진 총 1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파일럿 연구를 실시하여 AAT-FA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농장동물들은 대상자들에게 불안 및 우울감 감소 및 자아 존중감 증가와 같은 긍정적 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7) Berget 등(2007)의 연구 – 만성 정신질환에 대한 이점

연구목적 : 만성 정신질환을 가진 90명의 대상자들을 무작위로 구성하여 AAT-FA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60명의 처치군(농장동물 적용) 대상들에서 12주 중재활동 시 대상자들의 작업 집중도와 정확성이 증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감정 장애(affective disorders)를 가진 환자들에서 작업 집중도의 증가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 증가 및 불안감 감소와 상관관계가 있다.

8) Berget 등(2008)이 연구한 정신질환 대상자에 대한 효과

연구목적 : 정신질환 환자들을 대상으로 AAT-FA 프로그램을 주 2회씩 12주 동안 진행하여 그 효과를 평가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 AAT-FA는 정신질환 대상자들의 사회성 향상과 정신건강 향상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4. 농장동물매개치료의 효과 기전

농장동물을 대상자가 직접 만지거나 안아보면서 상호 교감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돌보는 활동을 통하여 상호 교감과 정신적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농장동물을 이용한 동물매개치료는 농장동물과의 상호작용 활동을 통하여 자폐증을 가진 대상자의 사회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다.

우울증이 있거나, 주의력이 떨어지는 대상자들에게도 농장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증상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아동 대상자들을 위하여 토끼나 닭, 염소와 같은 비교적 안전하며 친근한 동물들을 소규모 시설을 갖추어 사육하며 정기적인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접촉을 통하여 얻는 자연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농장동물에 사료주기 또는 빗질과 같은 간단한 돌보기 역할을 대상 아동들이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으로 대상자들의 자아자존감 향상, 대인관계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연이 사람에 주는 치유 효과를 말하는 자연치유의 한 분야로 농장동물매개치료가 포함된다. 자연치유로서 농장동물매개치료는 대상자들에 큰 즐거움을 선사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대상자들은 농장동물을 돌보고 함께 재미있게 놀면서 스트레스의 감소와 사회성의 증가, 협동심의 증가 및 대인관계 향상과 신체 기능의 향상 효과를 얻는다.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동물매개치료는 가장 빠르고 효과가 좋은 대체의학적인 방법이며, 특히 아동들에게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규명되고 있다. 아동들은 상호 반응이 좋은 ‘움직이는 동물’에 호기심이 많으며, 동물들을 친구 또는 동료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농장 동물을 돌보면서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을 수 있고 대화를 하면서 그들과 재미있게 활동하며 신체 기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5. 농장동물매개치료 적용 비전과 전망

최근 국내 요양원과 복지시설 및 특수학교에서 소규모 농장을 운영하며 대상자들에게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특수학교의 경우, 아동들의 교육에 농장 동물을 이용한 동물매개치료가 집중력 향상 등 높은 교육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자연치유의 한 분야인 산림치유는 정부기관인 산림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시민들의 힐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휴양림이 있는 산의 입구에 ‘산림치유 센터’를 설치하고 산림청장이 발행하는 자격을 갖춘 ‘산림치유지도사’들이 힐링을 원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산림이 주는 힐링 효과를 체험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산림청의 산림치유 활성을 위한 지원은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으나, 산림의 역할을 보다 확대하고 관련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산림청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연치유 분야 중 그 효과가 가장 빠르고 능동적인 동물매개치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별다른 지원을 못 받는 실정이다.

농장동물매개치료의 과학적 접근과 활성화는 축산업이 우리에게 주는 그 동안의 이점들을 보다 다각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생각된다. 잘 짜인 농장동물매개치료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축산 농장은 단순히 동물자원을 제공하는 축산 농장이 아니라, 사람 대상자의 치유를 돕는 치유농업을 수행하는 의료 기관의 일부로서 분류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동물매개교육의 방법으로 농장동물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성취감 향상과 자아존중감 향상과 같은 효과를 얻고 교육적 목표를 달성하는 교육기관의 일부로도 농장이 분류될 수도 있다.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에서는 그 동안 농장동물매개치료의 대상자에 대한 증상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농장동물매개치료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결과들을 바탕으로 국내에도 농장동물을 활용한 힐링센터가 향후에 많이 개설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산림청의 산림치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처럼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매개치료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치유농업으로서 농장동물을 활용한 동물매개치료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Green Chimneys (http://www.greenchimney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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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Brewster 시에는 ‘Green Chimneys’가 있다. 이 시설은 감정조절 상실, 정신적 상처, 학대, 학교 부적응, 사회관계 형성 어려움을 겪는 아동들을 위한 시설이다. ‘Green Chimneys’의 본래 목적은 아동들이 동물들을 기르며 사회관계를 배우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설에서 아동들은 동물들을 보살피면서 그들 또한 다른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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