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동물 생식에 대하여① ― 포베츠 정설령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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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정확하게 1932년부터 1942년까지 10년에 걸친 연구가 세상에 놀라움을 안긴 사건이 발생합니다.

고양이 900마리를 가지고 동물실험을 하던 내과의사 포텐져(Dr.Pottenger)는 우연히 생식을 먹인 고양이가 화식을 먹인 고양이에 비해 훨씬 건강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포텐져가 주로 먹인 음식은 주로 생우유와 대구 간유, 간내장, 췌장, 심장 및 근육들이었는데, 이를 익혀서 주는 고양이의 경우에는 생식능력과 면역력이 떨어졌고 후대의 새끼 고양이에서는 기형 문제를 유발했습니다.

당시 동물실험의 내용은 고양이의 부신을 절제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신 절제술을 시행한 후 생식을 먹인 경우 화식에 비해 사망률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물론 이 결과가 타우린 등의 영양소 파괴와 연관이 있다는 논리도 제시 되었지만, 현재까지도 생식을 고수하는 여러 보호자들 사이에서 ‘생식이 화식보다 우수할 수 있다’라는 점을 제시하는 연구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와 호주의 수의사인 이안 빌링허스트(Ian Billinghurst)가 저술한 책을 통해 “BARF”라는 용어가 탄생합니다.

원래 BARF는 Bones And Raw Food의 약자였습니다. 이안은 과거 개와 고양이의 조상들이 먹던 것인 뼈와 날고기를 먹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상업 펫푸드에 일반적으로 많이 들어있는 ‘곡물’은 원래 개와 고양이가 과거에 많이 먹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결국 “Grain Free”라는 마케팅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후 BARF는 생물학적으로 적절한 생식이라는 뜻인 “Biologically Appropriate Raw Food”라는 용어의 약자로도 쓰이게 됩니다. 이안은 이후 전세계를 다니며 생식의 우수성을 전파했고 자신이 개발한 상업 생식을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007년 멜라민으로 인한 대규모 펫푸드 리콜 사태가 발생합니다.

멜라민은 단위당 질소함량이 매우 높은 물질로 원래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사료의 조단백 수치를 질소함량을 통해 역산한다는 사실을 중국의 한 납품업체가 악용한 것이지요.

이 업체는 단백질의 원료로 밀 글루텐을 납품하면서 조단백 수치를 높여 좀더 높은 단가에 원료를 판매하기 위해, 원래는 음식으로 사용하지 않는 물질인 멜라닌을 첨가했습니다. 이를 여러 펫푸드 업체에 납품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었습니다.

이 사태로 수많은 개와 고양이가 신부전등의 문제로 죽거나 고통 받았습니다. 결국 “상업” 펫푸드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리 잡힌 불신 속에 일부 수의사들과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이 상업 펫푸드를 대체할 만한 먹거리를 찾게 되면서, 이때부터 생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상업 펫푸드에 대한 불신을 전파하는 책들(예 :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 「개와 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 등)이 발간되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생식에 대한 정보들이 전파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생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이는 것이 보호자들에게 매우 번거로운 일이라는 것에 착안한 여러 회사들이 ‘상업 생식’을 제조해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상업 펫푸드를 불신해 생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보호자들이 ‘상업적인’ 제품을 구매해 먹이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게 됩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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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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