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종의 야생동물이야기⑨] 독수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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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초, 차를 몰고 철원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포천시에 들어섰을 즈음 하늘에 수십여 마리의 새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새의 크기와 비행 모습, 시기 등으로 봤을 때 독수리 무리란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잠시 차를 정차시키고 내린 뒤 날개 한번 퍼덕거리지 않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유유자적 비행하는 독수리들의 모습을 감상했던 날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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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떠있는 독수리 무리

독수리는 매년 겨울이면 우리나라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맹금류이자 지구상에 비행하는 새들 중 가장 대형 종에 속한다.이 독수리에 대한 명칭, 분포, 서식지, 생김새, 습성, 먹이, 현황과 보전 등을 설명해 놓은 자료는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블로그에 자세히 나와 있으니(http://cnwarc.blogspot.kr/2013/02/blog-post_22.html) 관심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기 바라며 이 부분은 넘어가겠다.

독수리가 야생동물구조센터로 구조되는 원인은 다른 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아, 충돌, 2차 농약이나 납중독 등으로 인해 조난되어 구조된다. 이렇게 구조된 독수리들 중 기억에 남는 한 녀석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겨울, 충남 아산에서 전신줄 와이어에 한쪽 날개가 걸린 채 매달려 있는 독수리가 구조 되었다. 어떻게 해서 그런 상태로 발견이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그 부상 정도는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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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와이어에 날개가 걸린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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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직후 모습

와이어에 걸려있던 오른쪽 날개막인대(patagium: 새의 어깨부터 손목관절까지 이어지는 막성 구조물)가 심하게 찢어져 있었고 상완부 안쪽의 피부 역시 뼈가 보일 정도로 그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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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에 걸려 찢어진 날개막 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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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완 피부 열상으로 인해 드러난 상완골

방사선 촬영 결과, 다행이 눈에 보이는 외상 외에는 골격이나 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였다. 그러나 야생 조류에게 있어 날개막인대는 사실 뼈보다 더 중요한 부위라 할 수 있다. 심하게 손상된 날개막인대는 치료가 잘 되어도 인대의 수축과 날개막 길이가 짧아지게 되고, 그로 인한 좌우 날개의 비대칭성이 발생하여 정상적인 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헌을 찾아봐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정상적인 비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나와 있고, 해외 야생조류 전문 수의사에게 자문도 구해봤지만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영구장애 또는 안락사를 고려해야 될 상태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발견과 구조, 접수가 빨리 이뤄진 경우라 일단은 봉합술을 하고서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봉합 수술 후 약 2주간 날개를 펴지 못하게 포대를 유지하였고 후처치를 지속하였다. 그러나 포대를 제거한 뒤 자가 창상과 불완전한 피부 유합으로 인해 결국 다친 날개막인대는 비정상적인 모양으로 아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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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막인대 봉합 수술 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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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 후 자가 창상으로 인한 추가 손상

결국 이 독수리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결론짓고 안락사보다 영구장애 개체로 센터에 두기로 했다.

그로부터 1년 후, 독수리에겐 좁은 계류장이지만 한쪽 횃대에서 반대편 횃대까지 나는 모습이 확인이 되었다. 정상적인 비행이 가능한지 야외에서 비행테스트를 실시했다. 테스트 결과 여느 독수리처럼 도약을 하며 날아올랐고 날개짓 모습과 균형의 문제가 전혀 없었다. 찢어졌던 날개막인대는 해부학적으로 정상 형태를 갖추진 못했지만 기능적으로는 회복이 된 것이다.

글 처음에 말했듯이, 독수리는 비행 시 날개짓을 많이 하기보다 주로 바람을 이용해 하늘에 떠 있는 범상 비행을 한다. 또한, 대표적인 청소동물로 먹이를 직접 사냥하기보다 대부분 죽은 동물 사체를 찾아 먹는 녀석들이기에 먹이 활동에 있어서 뛰어난 비행술이 요구되지 않는다.

손상된 부위와 그 심각한 정도로 평가했을 때 안락사까지 고려했던 독수리는 이렇게 1년 만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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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후 기능적으로 회복된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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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으로 돌아간 독수리

가끔 어떤 자리에서 농담조로 ‘안락사 전문 수의사’라고 내 자신을 소개하기도 한다. 농담처럼 말하긴 하지만 수술보다 안락사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어느 순간부터 구조된 야생동물 중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아니, 치료는 할 수 있으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예상하고 안락사 판정을 빠르게 내리고 있다.

만일, 위의 날개막인대가 찢어져 구조된 독수리를 초기 판단에 따라 안락사를 진행했다면 다른 전문가의 조언이 혹은 책에 쓰여 있는 것이 옳은 것이라 계속 믿었을 것이다.

이론적으로, 경험적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해서 구조된 동물의 미래를 예상하려고 노력하지만 그 결과는 100% 일치하지 않을 때가 분명 있다. 끝까지 치료해 보고 그 결과를 확인하기엔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닌지 오늘도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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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지난 4월부터 데일리벳에 ‘야생동물’을 주제로 정기칼럼을 게재해 주신 김희종 수의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희종프로필3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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