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려동물메디컬센터가 8월 23일(일) ‘2026 KAMC Visiting Day’를 개최했다. 수의과대학 본과 4학년 학생과 공중방역수의사 전역 예정자들을 병원에 초청했다.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별도의 실습생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매년 하루 병원을 여는 ‘비지팅 데이’를 통해 예비 수의사들에게 진료 현장과 의료진의 생각, 조직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2022년 시작돼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이날 일정은 오전 정윤서 중환자 케어센터장의 병원 소개로 시작됐다. 경식도 심초음파를 활용한 심장 진료와 중재적 시술, 심장 수술, 항암 치료 등 현재 KAMC에서 시행하고 있는 진료가 소개됐다. 오는 9월 개원을 앞둔 고려동물암병원과 방사선 치료센터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KAMC 측은 본관과 신관, 암병원을 포함해 총 10개 층 규모의 진료 시설을 갖추게 되며 연간 약 6만 건의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진료뿐 아니라 연구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답 대신 경험을 들려준 ‘Vet Talk Time’
병원 소개 뒤에는 참가자들의 질문에 센터장들이 솔직하게 답변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의 궁금증은 고려동물메디컬센터의 최신 장비와 첨단 진료만이 아니었다. ‘1~2년 차 수의사는 무엇부터 시작하는지’, ‘대형 2차 동물병원에 들어오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좋은 수의사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KAMC 측은 “1년 차에는 입원 환자를 관리하며 기본기를 익히고, 이후 선배 수의사와 증례를 논의하면서 점차 독립적인 판단과 진료로 범위를 넓혀간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반복해 강조된 것은 ‘왜’라는 질문이었다. 왜 이 검사를 하는지, 왜 이 약을 선택하는지 스스로 묻고, 모르는 것은 질문한 뒤 다시 자신의 답으로 만들어가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협업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여러 진료과가 한 환자를 함께 보는 2차 동물병원에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나누고, 의견이 다를 때도 충분히 토론한 뒤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질문은 곧 진료실 밖으로도 넘어갔다. 연애와 결혼은 어떻게 병행하는지, 높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디는지, 번아웃이 왔을 때 어떻게 회복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의료진들은 각자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냈다.
환자를 살렸을 때의 보람이 임상을 계속하게 하는 힘이 되는 한편, 죽음을 자주 마주하는 직업인 만큼 운동이나 취미 등 자신만의 회복 방법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누군가에게는 전문 분야를 정하는 일이, 또 누군가에게는 좋은 GP가 되는 일이 고민이었다. 의료진은 하나의 정답을 내놓기보다 “나는 어떤 수의사가 되고 싶은가”를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을 권했다.

보여주는 병원에서, 직접 생각해 보는 병원으로
점심 식사 뒤 시작된 ‘KAMC Tour Time’에서는 참가자들이 조별로 8개 센터를 돌았다. 중환자 케어센터, 노령·재활센터, 고양이 친화병원, 첨단 수술센터, 인터벤션 & MIS 센터, 암센터, 난치성 장질환센터, 영상진단센터가 각자의 진료를 주제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설명만 듣고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첨단 수술센터에서는 모든 수술의 출발점인 봉합법을 직접 연습했다. 영상진단센터에서는 흉부 영상 속 작은 변화를 찾아보며 함께 판독했고, 참가자마다 같은 영상을 보고도 주목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벤션 & MIS 센터에서는 V-clamp 등 최소 침습 치료를 소개했다. 단순히 새로운 술기를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술을 준비할 때의 마음가짐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식과 팀워크까지 함께 짚었다.
중환자 케어센터에서는 입원 환자의 작은 변화를 읽어내는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노령·재활센터에서는 단순히 나이가 아니라 ‘기능’을 보는 접근을 다뤘다.
고양이 친화병원에서는 ‘Nose to Tail’을 주제로 고양이를 이해하며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기본을 되짚었다. 암센터에서는 유전자 분석부터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까지 한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를 연결하는 다학제 진료를 소개했다.
각 센터의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료진들은 자신들의 진료 분야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직접 해보고 질문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최신 치료부터 기본적인 진료 원칙까지 하나라도 더 전하려는 모습이 이어졌다. 병원의 규모와 첨단 진료를 보여주는 자리이면서도, 곧 임상 현장에 나설 후배들에게 자신들이 쌓아온 경험과 고민을 성의 있게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엽경아 인터벤션 센터장은 이날 행사를 마무리하며 “어떤 순간을 마주쳤을 때 인사이트가 넓어지는 순간이 있다. 오늘이 그런 순간들이었으면 좋겠다”면서 참가자들의 건승을 기원했다.
공중방역수의사 복무 중 이날 행사에 참여한 구동회 수의사는 “고려동물메디컬센터는 단순히 시설만 뛰어난 병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수의학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자리에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한희 기자 hansoncall9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