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벳투더퓨처:외과수의사① OB] 전북대 김남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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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t to the Future』

여기 두 명의 수의사가 있습니다. 한 사람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길을 꽤 걸어왔습니다.

먼저 길을 걸어온 수의사는 뒤를 돌아보며 말합니다. 그 길 위에서 수많은 풍경을 보았다고.

이제 출발하는 수의사는 그 발자국을 따라 걸어갑니다. 하지만 그 역시, 자신만의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Vet to the Future』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먼저 걸어간 수의사에게서는 길 위에서 얻은 지혜를, 이제 길을 나서는 수의사에게서는 앞으로의 미래를 듣습니다.

경험과 가능성이 교차하는 그 길 위의 이야기를, 13기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전합니다.

수의외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진단조차 어려웠던 척추 질환이나 복잡한 관절 손상도 이제는 첨단 장비와 발전된 수술법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끊어진 인대를 잇고, 마비된 다리를 다시 걷게 만드는 수술은 환자의 삶의 질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꿉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응급 수술과 중증 환자를 마주해야 하는 외과수의사의 무거운 책임감과 끊임없는 스트레스가 함께합니다.

<벳투더퓨처:외과수의사>편은 각자의 자리에서 환자의 빠른 회복과 좋은 예후를 위해 노력하는 OB와 YB 수의사를 만납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개의 인공고관절 수술을 시행하며 수의외과의 역사에 함께 해 온 전북대 김남수 교수(OB)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외과의로서의 탄탄한 기본을 다지며 도전하고 있는 충남대 외과학 교실의 오준영 수의사(YB)가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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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김남수 교수

전북대학교에서 본과 3·4학년 학생들에게 외과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해외 활동에도 관심이 많은데요, 몽골·네팔에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을 중심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베트남에는 하노이, 호치민에만 수의과대학이 있었는데요, 현재 응에안성의 국립 빈대학교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현지에서 수의과대학을 만들어 수의사를 양성하자’라는 목표를 가지고 4년 전부터 함께 사업을 시작했고, 현재는 5년제 수의과대학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곧 첫 졸업생이 나올 예정이죠.

처음부터 외과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래 전에는 외과와 산과가 함께 운영됐고, 소동물 분야도 지금처럼 세분화되어 있지 않았어요. 시골에서 자랐던 터라 원래는 대동물을 하고 싶었지만, 지도교수님의 영향으로 외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당시는 아직 소 진료 위주였지만 점차 강아지 진료도 늘어나고 있던 시기였어요. 교통사고를 당한 강아지 환자도 많아졌는데 막상 치료할 곳은 많지 않았죠. 그러던 중 일본의 소동물 정형외과 서적을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호주 머독대학교에서 Rick Read 교수님을 만나 정형외과를 공부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슬개골 탈구나 앞십자인대 수술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방사선 장비도 부족했던 시기였습니다. 현지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귀국 후 우리나라에 소동물 정형외과를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시작했죠.

졸업 후 공무원, 대동물, 소동물, 개업 등 여러 진로를 고민했어요.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학교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교수가 되면 학기 중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방학에는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있고, 지역 병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증례들이 학교로 오기 때문에 어려운 케이스를 해결하는 보람도 있거든요.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내용을 가르쳐주려고 무리했어요. 하지만 학부생에게는 학부과정에 필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은퇴를 앞둔 지금에 이르러서도 아쉬운 부분은 남아 있어요. 실용학문인 수의학 교육에는 특히 실습이 중요한데 동물복지적 관점 등 여러 이유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죠. 환자를 처음 만나 차트를 작성하고, 혈액검사 및 영상 진단과 보호자 상담, 마취, 수술, 회복, 퇴원 후 관리까지 진료 전 과정을 경험하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나라 최초로 진행했던 인공고관절(THR) 수술입니다. 당시에는 장비도 부족해 의료기기센터에서 기구를 빌려왔고, 셰퍼드 환자에게 맞는 크기의 임플란트가 없어 사람이 사용하는 것 중 가장 작은 기구를 사용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 덕분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어요.

두 번째는 척추 디스크 수술을 받았던 환자인데요, 당시에 척추수술을 하는 곳이 많이 없었는데, 척수조영 촬영을 통해 운 좋게 병변을 잘 찾아 수술했고 예후가 매우 좋았어요. 보호자가 호주 시드니의 정형외과 의사였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또 오랫동안 많은 고양이를 돌보며 꾸준히 학교를 찾아왔던 보호자도, 20년 넘게 살았던 ‘밍키’의 보호자가 지금도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는 일들도 기억에 남네요.

외과를 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단순 명료한 성향이 많은 것 같아요. 수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외과를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내과는 질병의 메커니즘을 깊이 이해하고 복잡하게 사고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적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재주가 좋고 손으로 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외과가 잘 맞을 수 있겠네요.

반면 응급 수술이 많아 삶의 질을 유지하기 쉽지 않고, 수술 결과에 대한 부담이 크고 보호자들의 기대를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큽니다.

많은 외과 수의사들이 수술의 성패와 연관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요, 동물병원의 규모가 커질수록 법률 자문 등 여러 지원체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요. 지금도, 어떤 수술이든 긴장합니다. 중성화 수술이라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이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어요. 때문에 환자 평가가 더욱 중요합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긴장감 속에서도 수술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힘을 길러야 하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대학원생들에게 집도 기회를 더욱 많이 주려고 합니다. 수술 중에 대학원생들이 주도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지켜보는 편이고, 피드백은 술후에 많이 해주는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첫 집도를 마친 제자들에게 그 긴장감과 설렘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메첸바움 가위(Metzenbaum Scissor)와 니들 홀더(Needle holder), 간단한 편지를 준비해 선물하는 기념식을 꽤 오래 해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그 순간을 기억해 주는 제자들이 많아요. 보람을 느낍니다.

첫 집도를 마친 제자에게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 그리고 섬세한 손을 갖춘 사람이 좋은 외과수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각 학년에서 배우는 과목을 충실히 공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외과를 하더라도 약리학, 생리학, 생화학 등 기초 과목과 병리, 공중보건과 같은 예방의학 모두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유기견, 노령견, 은퇴견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특히 탐지견, 경찰견, 군견, 구조견 등 국가를 위해 일한 봉사동물들의 은퇴 이후 관리와 치료, 재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치료비를 지원할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제도와 전용 치료센터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교수 은퇴 후에는 베트남에 가서 계속 교육봉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날을 대비해서 듀오링고로 베트남어 공부도 하는 중입니다.

올해 7월에도 베트남 학생과 교수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간단한 실습과 시설, 장비 사용 견학을 하고 있고, 겨울방학에는 우리 대학원생들과 함께 현지를 찾아 교육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과거에는 중성화나 광견병 백신 접종 같은 진료봉사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현지 학생과 교수들의 역량을 높이는 교육봉사가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과뿐만이 아니라 다른 과목 교수님들도 함께하고 있고, 빈대학교의 임상 역량을 높일 수 있게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전북대 수의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하우를 빠르게 전수해 베트남 수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외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내 성격에는 내과보다 외과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더 쉬운 길도 있었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호주에서 정형외과를 공부하기로 결정했고, 그 선택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길을 선택했던 당시의 용기를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YB’ 오준영 수의사와 만나는 2부(보러가기)로 이어집니다. <편집자주>

황유진 기자 pinkberryh1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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