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찾아보는 보호자, 수의사 권위에 도전하는 게 아니에요”

Elise Robertson 수의사, 힐스글로벌심포지엄에서 IQ, EQ, CQ 중요성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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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힐스 글로벌 심포지엄(Hill’s Global Symposium)에서 주목받은 강의가 있다. ‘동물진료에 필요한 3가지 차원의 신뢰’ 강의였다.

강연에 나선 미국수의임상고양이전문의(DABVP, feline) 엘리스 로버트슨(Elise Robertson) 수의사는 IQ, EQ, CQ 3가지를 ‘현대 의료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3가지 요소’로 정의하면서, AI 시대에는 정서적 지지와 신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시경 전문가인 로버트슨 수의사는 방콕의 소아 전문 내시경 병원을 참관했던 경험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선생님의 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였고, 의사들은 ‘이 환자가 내 아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 결정을 내렸다.

또한, 분홍색을 좋아하는 어린 환자를 위해 병원 직원들이 수술 전에 아이에게 분홍색 풍선을 전달하는 것을 보면서 의학적 지식(IQ, 지능지수)뿐만 아니라 감정지수/감정지능(EQ)과 문화지수/문화지능(CQ)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자신의 노령묘를 떠나보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동물진료 시에도 IQ뿐만 아니라 EQ와 CQ가 중요하고, 보호자의 불안을 이해하고 문화적 맥락을 읽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녀의 반려묘 ‘에릭’은 18살에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20살이 넘어가면서는 만성신장질환(CKD)도 생겼다. 그래도 잘 지냈다. 하지만 21살이던 어느 날 갑자기 잘 걷지 못하고 식욕도 없어졌다.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에게 곧바로 연락했지만, 그녀는 고속도로에 갇혀 있었다. 집까지 가는 데만 4시간이 걸렸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오래전부터 스스로 했던 약속을 떠올렸다. ‘에릭이 더 이상 먹지 못하면 그때는 안락사를 해야 한다’는 결심이었다. 하지만, 수의사였던 그녀도 막상 보호자의 입장이 되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가족들은 모두 그녀가 에릭을 잘 치료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녀만 바라보고 있었다.

엘리스 로버트슨 수의사는 “당시에 정신이 완전히 무너졌었다. 그래서 30년 경력의 동료 수의사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동료 수의사가 오는 동안 엘리스 로버트슨 수의사가 한 행동은 놀라웠다. 그녀는 클로드(Claude)를 켜서 에릭의 나이와 상태를 입력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자신의 반려묘를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 수의사도 응급한 상황이 되니 AI 검색을 했던 것이다.

엘리스 로버트슨 수의사는 “검색은 했지만, 클로드의 답변을 보지는 않았다”며 “그런 행동을 한 이유는 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동료 수의사가 도착해 내 감정을 추슬러 줄 때까지 잠시 버틸 수 있는 지지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불안을 조금이라도 가라앉히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보호자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녀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이 챗GPT, 제미나이 등 AI를 사용하는 이유를 이때 깨달았다”며 “그들은 수의사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수의사의 전문성을 공격하기 위해 AI를 쓰는 게 아니었다. AI는 극심한 불안 속에서 무언가에 매달리고자 하는 보호자의 심리적 보조 도구였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AI를 찾아보는 보호자의 행동을 ‘지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호자가 원하는 것은 정서적인 지지라는 점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엘리스 로버트슨 수의사는 “어떤 환자는 단순히 의학적 지식(IQ)에 기반한 치료를 통해 최선의 치료 결과를 얻지 못하기도 한다”며 “골드스탠다드 치료를 무리하게 시행하기보다 환자와 보호자의 상황을 읽고(EQ), 문화와 환경을 이해(CQ)해 치료 대안을 선택했을 때 더 나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것이 그 환자에게는 올바른 결정이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이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에도 보호자들이 수의사에게 ‘선생님의 동물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묻는 이유는 결국 수의사의 정서적 지지와 신뢰를 갈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AI 시대는 공감과 경청을 바탕으로 한 인간적인 유대감이 의사결정의 핵심 요소”라며 “우리는 수의사로서 IQ뿐만 아니라 EQ와 CQ를 갖추고,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신뢰의 가치를 보호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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