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방사선 피폭,이대로 좋은가?

납 장갑, 고글 착용 동물병원 사실상 드물어...방어 효과 없는 납복까지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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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3일(수) ‘동물병원의 방사선 촬영 과정에서 수의사와 테크니션 등이 방사선에 과다하게 피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감사원은 “일반병원의 엑스레이 촬영은 방어벽 뒤에서 촬영이 이뤄지지만 동물병원은 그 특성상 테크니션이나 수의사가 직접 동물을 잡고 있는 상태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동물을 붙잡고 있는 사람과 방사선 촬영장치 간 거리가 통상 50cm 미만에 그친다”며 “이 경우 연간 피폭량이 허용치(20mSv)의 4배에 달하는 87.5mSv(밀리시버트)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농식품부에 “동물병원의 방사선 사용 환경을 고려해 합리적인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철저히 감독하라”고 전했다.

 

현재 국내 동물병원에서의 방사선 촬영은 수의사 또는 테크니션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방사선 보호 고글이나 납 장갑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납복을 입는 것에 그친다. 때문에 얼굴과 손, 팔 등은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동물병원으로 유통된 납복 중 일부가 방사선 방어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어효과없는 납복모델

납복방어효과_실험

의료기기전문업체 H사가 2008년 동물병원에 판매한 납복이다. 해당 동물병원이 납복 아래에 겸자와 핸드폰을 두고 엑스레이를 촬영하자, 납복 아래에 있던 겸자와 핸드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상적인 방어효과를 가진 납복으로 실험했을 때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당 제품에 표기된 납당량은 0.3mmPb로 ‘방사선방어용앞치마 규격’에서 지정한 최소 납당량 0.25mmPb를 상회한다. 하지만 실제 방어효과는 없었다.

‘방사선방어용앞치마 규격’에는 ‘감쇠 특성은 정상적인 사용 조건 하에서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 내용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납복의 효과는 유지되어야 한다.

납장갑, 고글 등을 착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납복까지 방어효과가 없다면, 수의사와 테크니션은 사실상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C-arm 등 투시장비를 사용할 때 노출되는 방사선량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임상수의사는 “CR, DR 등 디지털 엑스레이의 보급이 증가하며서 방사선 촬영 시간이 단축되고, 촬영이 쉬워져 이전보다 오히려 촬영횟수가 늘어나며, 촬영 용량도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디지털 엑스레이의 보급으로 동물병원에서 방사선 노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동물병원방사선촬영3

영국동물병원방사선촬영1

영국의 한 동물병원의 엑스레이 촬영 모습이다.

대부분의 경우 환자를 진정시킨 뒤 촬영이 진행된다.

환자를 진정시킨 뒤 방어벽 밖에서 수의사나 테크니션이 촬영 버튼을 누른다. 촬영 버튼을 누르기 전 “X-ray 촬영합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병원 천장에 설치된 엑스레이 촬영 등에 불이 들어온다. 촬영 사실을 모든 스텝에게 알려 피폭에 주의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과 영국 동물병원에서 모두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한국인 수의사는 “미국에서 일 할 때는 대부분 테크니션이 촬영을 했는데, 납복과 장갑, 목 보호대 등을 하고 찍는다.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만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스텝들이 방사선 피폭에 아주 민감해 웬만하면 직접 보정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영국은 거의 진정을 하고 촬영한다. 응급 상황 등 드물게 직접 보정 후 촬영하게 될 때는 보호장비를 철저하게 착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영국 모두 동물병원에 대해 주기적으로 엑스레이 배지(Badge) 검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안전환경이 구성되지 않은 병원에서 일하는 스텝이 사고가 날 경우 고용주를 고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티엘디배지
방사선 노출량을 측정하는 티앨배지.

한 수의과대학 교수는 “미국의 경우, 엑스레이 촬영 만을 위해 환자를 마취한다기 보다 환자의 전반적인 검사를 위한 마취가 루틴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취 상태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마취 없이 직접 보정해서 촬영할 때는 납복, 장갑, 목 보호대를 당연히 모두 입고 촬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국 수의사들이 국내 동물병원의 엑스레이 촬영 모습을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방사선 피폭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투시 촬영을 할 때는 정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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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방사선 피폭을 최소화 하기 위해 챔버형식으로 개발된 소형 실험동물용 엑스레이 장비도 개발되고 있다.

감사원은 ‘방사선 안전관리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동물병원 종사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방사선 피복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방사선 피폭 측정 및 건강진단 감독을 철저히 하라”고 통보했다.

현재 ‘동물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는 ▲방사선 관계 종사자에게 티앨배지를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 3개월마다 1회 이상 방사선 피폭선량 측정 ▲필름배지 사용하는 경우 1개월마다 1회 이상 피폭선량 측정 ▲동물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 책임자 선임 ▲방사선 구역 설정 및 일반인 출입 제한 조치 등의 의무사항이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수의사가 개설한 동물병원 중 주당 최대 동작부하의 총량이 10밀리암페어 이하인 경우는 해당 의무사항의 적용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현재 개인 동물병원의 대부분이 적용을 받고 있지 않다.

이번 감사원 발표를 계기로 개인 동물병원까지 해당 의무사항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동물병원의 방사선 피폭 문제는 자신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동물병원 종사자들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와 감시’ 여부를 떠나, 수의사 및 테크니션 스스로 주의하고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동물병원 방사선 피폭, 이대로 좋은 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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