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염에 실명까지..돼지오제스키병, 사람에도 감염된다

중국 변이주에 인체 감염 이어져..농장·도축장 종사자, 수의사 등이 직업적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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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오제스키병으로 잘 알려진 거짓광견병(가성광견병, pseudorabies) 바이러스가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서 출현한 변이주가 사람에게 감염돼 뇌염·안구내염을 비롯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면서다.

국내에서는 돼지오제스키병도 2009년 이후 보고되지 않아 사실상 근절된 상태지만, 원헬스 측면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하얼빈수의연구소 연구진은 거짓광견병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사례와 돼지에서의 근절 필요성을 다룬 논문을 2월 국제학술지 The Lancet Microbe에 보고했다(Spillover of pseudorabies virus variants to humans: an urgent call for pseudorabies eradication in domestic pigs).

거짓광견병 바이러스의 주요 연혁
(Wang T, Li C, Cai X et al. Spillover of pseudorabies virus variants to humans: an urgent call for pseudorabies eradication in domestic pigs. The Lancet Microbe, 2026; 0)

알파헤르페스바이러스 아과에 속하는 거짓광견병 바이러스는 광범위한 포유류에 감염될 수 있지만, 주요 숙주는 사육돼지와 야생 멧돼지다.

돼지의 거짓광견병 바이러스 감염증인 ‘오제스키병(Aujeszky’s disease)’은 국내에서도 제2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자돈에서의 높은 치사율을 보이며, 비육돈에서의 호흡기 질환과 성장저하, 모돈에서의 유산·번식장애 등으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킨다.

이처럼 주로 돼지에서만 문제를 일으키던 거짓광견병 바이러스는 2011년 중국의 돼지농장에서 변이주가 출현하며 본격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이 됐다.

기존 백신으로 방어할 수 없는 변이주가 중국 전역의 양돈장으로 확산되면서, 인체 감염도 늘어났다. 변이주가 출현한 2011년 이후 중국에서만 31건의 인체 감염이 보고됐다. 2021년에는 사람 환자에서 거짓광견병 바이러스가 분리되기도 했다.

사람 감염은 주로 직접 접촉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된 동물의 조직·체액이나 오염된 환경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람의 피부 상처나 점막을 통해 침투한다는 것이다.

감염된 사람 환자는 중추신경계와 눈에 심각한 문제를 보인다. 급성 바이러스성 뇌염이 심하면 발작, 식물인간 상태로 이어진다. 안구내염도 영구적인 시각 장애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에서의 확진자 31명 중 5명(16%)이 사망했다. 나머지 생존자 26명의 예후도 전반적으로 불량했다. 11명(42%)이 운동장애·기억 상실·뇌전증 등 심각한 신경계 후유증을 나타냈다. 15명(58%)은 망막 손상이나 시신경 위축, 비가역적인 시력 상실을 보였다.

연구진은 거짓광견병 바이러스 인수공통감염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직업적 노출을 지목했다. 감염된 돼지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환경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돼지농장·도축장 종사자나 수의사, 관련 실험실 인력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거짓광견병 바이러스는 단순한 수의학적 문제를 넘어섰다. 흔치는 않지만 파괴적인 인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수의학·의학·환경 부문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 원헬스 접근법을 강조했다. 고위험 직업군 사람을 대상으로 한 혈청 예찰과 함께 돼지에서의 바이러스 감염을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2009년 이후 돼지오제스키병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병 등 중국에 만연한 주요 가축질병이 결국 국내에 유입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방역당국은 돼지오제스키병 발병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매년 표본 예찰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도 양돈장·종돈장의 돼지 3만 5천여 마리를 대상으로 혈청 검사를 벌인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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