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에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 제주대학교 부설동물병원의 리모델링이 마무리되어 새롭게 단장된 병원에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진료실, 처치실, 수술실 등 모든 병원시설이 최신식으로 리모델링되었을 뿐만 아니라, 방사선 치료기와 같은 최첨단 장비도 설치되었습니다.
이러한 시설적 변화에 발맞춰 올해 3월 임상과목의 신임 교수 2명이 임용돼 진료와 교육, 연구에 힘쓰기 시작했습니다. 김준영(수의영상진단학), 김건(수의내과학) 교수가 그 주인공인데요,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이 김준영 교수(사진)를 만나 임용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습니다.

제주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이번 3월에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영상의학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 김준영입니다.
사실 제가 이곳 제주대에 부임하기까지의 과정은 한마디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경험의 연속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웃음).
저는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의영상의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어요. 2012년까지는 서울대학교 영상의학교실에서 공부했고, 그 이후에는 대학을 떠나 필드로 나갔죠. 2012년부터 작년 7월까지, 약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로컬 동물병원 현장에서 보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직접 병원을 개원했다가 폐업하는 어려운 경험도 겪어봤고요, 이후 2차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케이스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현장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느꼈던 시간이었죠.
그러다 작년 8월에 좋은 기회로 제주대학교 임상 교수로 오게 되었고, 올해 감사하게도 정식 교수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로컬에서의 풍부한 실무 경험과 대학에서의 학술적 토대를 통해, 우리 학생들에게 조금 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수가 되고 싶습니다.
정식 교수가 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사실 작년 8월부터 임상 교수로 지내면서 제주도와 제주대학교를 미리 겪어봐서 이제는 이곳이 전혀 낯설지 않고 참 편안해요. 하지만 마음가짐은 작년과는 또 확실히 다르네요. 목표로 했던 전임교원이 되어 정식으로 부임하게 되니, 무엇보다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묵직한 책임감도 함께 찾아왔습니다. ‘아, 이제 정말 내가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함께 짊어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앞으로 그 책임감을 원동력 삼아, 우리 제주대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제대로, 열심히 한번 달려봐야죠!
로컬과 대학병원 둘 다 경험을 오래 하셨는데, 둘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제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린다면, 일단 공통점은 로컬이든 대학이든 수의 임상 수준이 워낙 높아져서 두 곳 모두 끊임없이 공부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차이점을 보자면, 로컬 현장은 아무래도 현실적인 최선의 답을 빠르게 찾아야 하는 곳입니다.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상황을 설명하고,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이 아주 중요하죠. 말 그대로 ‘임상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반면 대학병원은 조금 더 본질적인 탐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환자 한 마리, 증례 하나를 보더라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끝까지 파고들 수 있죠. 그렇게 얻은 깊이 있는 데이터들이 결국 연구로 이어지고, 그 과정 자체가 우리 학생들에게는 살아있는 교육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로컬은 ‘보호자와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는 임상’이라면, 대학병원은 ‘근거 중심의 임상을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술의 장’이라는 매력이 각각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컬 병원보다 대학 병원의 교수를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무엇보다도 학생들 교육에 큰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컬에 있으면서 인턴이나 저년차 수의사, 혹은 동료 수의사들에게 원 포인트 레슨을 해줄 때가 많았어요. 제가 아는 지식들을 전수해 주면서 수의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르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지식들을 습득해 가면서 저 역시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어요.
교육은 일방적으로 받은 쪽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교육을 하는 쪽도 함께 성장하는 일입니다. 제주대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습니다.
많은 전공들 중에, 영상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2003년 당시 해마루동물병원에 계셨던 최지혜 교수님이 외부 세미나를 많이 하셨는데, 우연히 고양이 흉부 방사선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는 임상에 대해 막연함과 두려움이 많았는데, 그 강의를 듣고 정말 강렬한 흥미를 느끼고 처음 임상과 영상의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열망을 강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강의를 듣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즐거웠던 기분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사실 저도 수의사가 처음 됐을 때는 ‘내가 임상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불안함이 있었죠. 자신감도 부족했고요. 그런데 해당 강의를 너무 흥미롭게 듣고 나서 든 생각은, ‘임상(영상의학)을 공부하고 싶다’였어요.
이후에 열심히 영상의학 공부에 매진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저 또한 제주대 학생들에게 흥미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영상의학의 매력과, 영상전공의가 되기 위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영상의학의 가장 큰 매력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함으로써 치료의 지도를 그린다’는 점이에요. 비록 우리는 모니터 속 사진으로 환자를 만나지만, 그 영상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다 보면 단순히 ‘병이 있다, 없다’를 넘어 환자의 현재 상태를 세심하고 비교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거든요. 결정적인 치료 방향을 잡아주고 예후까지 예측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이 첫 번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영상의학은 내과와 외과 환자를 모두 접하게 되니까, 다른 전공 분야 동료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의학적 지식이나 이해의 폭이 정말 넓어집니다. 특히 동물들은 사람과 달라서 어디가 아프다고 말을 못 하잖아요? 보호자도 모르는 환자의 진짜 문제를 영상 검사가 발견해낼 때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럴 때 느끼는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죠.
그래서 저는 영상 전공자라면 열린 소통 능력과 환자의 주된 문제를 꼭 찾고자 하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화면만 보는 게 아니라, 임상 증상과 연결해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있어야 진짜 실력 있는 영상의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저도 계속 노력이 필요하고요(웃음).
제주대 수의영상진단학 교수로서 앞으로의 포부가 있으실까요?
우선 제주대학교 동물병원의 영상 진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다른 영상 교수님들의 연구와 훌륭한 시스템을 참고해가면서 제주대학교 영상의학을 더 발전시키고, 제주대만의 강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제주대 동물병원에 새롭게 들어온 방사선 치료기를 반려동물들에게 잘 적용하기 위해 연구할 계획입니다. 수의학에서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방사선 치료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해서도 다른 기초과목 교수님들과 함께 밝혀가고 싶고요.
하지만 교수로서 제 가장 큰 포부는 따로 있어요. 바로 우리 학생들에게 ‘영상의학이 가장 흥미롭고 즐거운 임상 과목이 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임상 수의사로 살다 보면 사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지치는 순간이 반드시 오거든요. 그럴 때 우리 학생들이 제가 가르치거나 알려준 내용들을 떠올리거나 다시 들여다보면서, ‘아, 그래. 이게 이렇게 재밌었지. 다시 힘내서 진료해 보자!’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으면 좋겠어요. 영상의학이 학생들에게 단순한 학문이 아니라, 임상 생활의 버팀목이 되어 주길 바라는 거죠.
비록 모두가 영상의학을 전공하지는 않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영상을 자신 있게 판독하고 그 안에서 임상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수의사로 키워내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제주대학교에서 이루고 싶은 가장 큰 교육적 목표입니다.
임상 수의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학생들에게 ‘처음의 흥미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합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은 즐겁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치기 마련이고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수의 임상 현장 또한 매우 치열하고 고된 분야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저는 여러분에게 이 거친 임상의 길에 도전해 보라고 자신 있게 권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찾아옵니다. 하지만 동물의 생명을 살리고 보호자의 슬픔을 기쁨으로 바꿔주는 그 찰나의 희열이 있다면, 그 힘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 기쁨이 여러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면, 여러분은 수의사로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성장하는 훌륭한 임상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범조 기자 qkrqjsw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