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수의법의학 정착을 위한 조언 건네
서울대 의대 유성호 교수, 제22회 KAHA 컨퍼런스에서 인문 강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가 22일(일)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된 제22회 한국동물병원협회(KAHA) 컨퍼런스에서 인문학 특강을 했다.
‘법의학자가 바라보는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유성호 교수는 연명의료 중지와 존엄사의 경계를 살피며 유한한 삶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제시했다.
유 교수는 법의학을 단순히 죽음을 다루는 일이 아닌, 진실 규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미래를 위한 학문으로 정의했다. 그는 “법의학자는 타인의 마지막 순간에 등장하는 카메오”라며 “삶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라는 맺음말로 생명의 가치를 담담히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수의법의학이 직면한 현실과 발전 방향에 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과거 “수의법의학자가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졌던 유 교수는 이날 ‘공적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20년, 한국임상수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법의학 특강을 하고 ‘국내 수의법의학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국내 수의법의학 인프라와 제도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수의법의학 진단체계를 구축하고, 2023년 수의법의학 진단을 위해 동물병원을 개설했다. 수의법의학 진단을 이끌고 있는 검역본부 이경현 연구관(수의사)은 지난해 대한민국 공무원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도 지자체 차원에서 수의법의학 체계를 구축하고 지난해부터 동물학대 의심 사건에 대한 부검과 병원체 및 조직병리 검사를 체계적으로 수행 중이다.
유성호 교수도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유 교수는 “(국내 수의법의학 발전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었다”며 이경현 연구관의 활약상도 봤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현재 동물병원 임상수의사는 동물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의 필요성을 느껴도 보호자를 개인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사람에서는 부검 영장에 따라 사법부검의 권한이 강제적으로 부여된다. 유 교수는 수의법의학 분야도 동물학대가 의심되거나 갑작스러운 죽음 등 명확한 사인 규명이 필요한 사건부터 공적 권한 부여를 통한 부검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동물학대범죄의 낮은 형량이 수의법의학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의견에도 공감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으면 사인을 치열하게 규명하려는 제도적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법의학은 결국 결과와 제도로 이루어지는 학문”이라며 “당장 생명을 살리는 임상과 다르지만, 시대적 요구가 커지는 만큼 느리더라도 반드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지 기자 jenny0307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