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동물병원진료시간②]길어지다 못해 너도 나도 24시간

24시간 병원 ‘미국의 5배’ 외부경쟁요인으로 과잉신설..매출 늘지만 소득 증가분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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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개원가의 대형화 추세가 이어지며 24시간 운영되는 동물병원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수의사회 설문조사에 참여한 302개 동물병원 중 약 15%에 달하는 45개소가 24시간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동물병원 7곳 중에 1곳 꼴이다.

인의의 경우 중증 입원환자를 다루거나, 치료를 미룰 수 없는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병원에 한정하여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통계청과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전국 병∙의원 및 종합병원은 30,879개소인데, 이 중 응급의료기관은 554개소로 약 1.8% 수준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서울시내 동물병원을 대상으로만 진행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동물이 사람에 비해 응급진료나 중증환자가 10배 가까이 많다고 보긴 힘들기 때문에, 현재의 서울시내 24시간 동물병원 운영비율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증환자에 대한 2차진료나 응급진료 외에 또 다른 요인이 24시간 개원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24시간 동물병원 현황
서울시수의사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동물병원 7곳 중 1곳이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를 극단적인 예로 보여주는 곳이 서울시 강남구다.

조사에 응한 24시간 동물병원 중 절반 가까이가 강남에 몰려 있었다. 강남구 동물병원 응답자 중 24시간 운영되는 곳이 절반 이상(56%)이었다.

한성희 강남구수의사회장은 지난해 데일리벳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임상적인 목적으로 24시간 체제를 도입한다고 하기엔 강남구의 높은 숫자를 설명할 수 없다”면서 “과잉경쟁으로 24시간 운영이 강요되고, 이 때문에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시간 매출 소득 상대값 비교
진료시간을 늘리면서 매출은 증가했지만, 소득 증가세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자료 : 서울시수의사회)

서수 설문조사에 따르면, 24시간 병원의 매출은 非24시간 동물병원에 비해 나은 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평균매출이 2배에서 최대 6배 넘게 증가하는 것에 비해, 원장 평균소득은 약 1.5배 가량 오르는 것에 그쳤다.

조사팀에 따르면, 설문조사 설계 상 매출과 소득을 범위로 조사했기 때문에 극소수의 초대형 동물병원의 성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통계적으로 경향성을 살펴보기에는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24시간 병원(aaha)
미국동물병원협회에서 인증 받은 24시간 병원이 가장 많은 주는 캘리포니아다. 그런 캘리포니아에도 14개 뿐이다. (자료사진 : 미국동물병원협회 홈페이지)

만약 현재 수도권의 24시간 동물병원 숫자가 과도하며, 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일까.

수의선진국인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보자. 미국동물병원협회(AAHA)에 따르면, AAHA가 인증한 동물병원 3,200여개 중 24시간 운영되는 곳은 미국 전역에서 97개소다. 비율은 약 3%로 서울시 조사결과의 5분의 1 수준이다.

동부 메트로폴리스나 오대호 주변, 캘리포니아 등지를 제외하면, 보통 각 주의 수도에 2~3개 가량 있는 정도다. 이마저도 2차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Referral Center는 24개소뿐이며, 나머지 73개소는 1차진료기관이지만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다.

게다가 2012년 미국애완동물산업협회(APPA)에 따르면 미국 내 개∙고양이가 약 1억8천만 수 가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동물 수 대비 24시간 동물병원의 밀도는 우리나라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미국과 우리나라는 수의임상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또한 이번 조사가 서울시 동물병원을 기준으로 이루어졌고, 강남구라는 특수성이 반영됐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수의사들의 의견들도 다양했다. ‘동물병원 30개당 24시간 동물병원 1개면 충분하다’거나 ‘수도권에는 시∙군∙구 당 1개 정도는 필요하다’거나 ‘서울을 4개 권역 정도로 나눠서 강남에 2개, 강북에 2개 정도의 동물병원이 1차 진료 없이 2차 진료만 담당하게 해야 한다’ 등 그 편차가 컸다.

140523 대수특위 손은필
지난달 대한수의사회 임원 워크샵에서 동반성장특위 활동 방향을 설명하고 있는 손은필 회장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소-대형 동물병원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데에 모두가 공감했다. 2차 진료를 수행하는 대형동물병원이 1차 진료 파이도 가져가면서 리퍼 후 환자 회귀율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소형 동물병원은 의뢰 자체를 꺼려하거나 대학병원으로 의뢰병원을 한정하는 등의 악순환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반성장을 화두로 던진 수의사 단체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에서 손은필 서울시수의사회장을 위원장으로 동반성장특위를 설치했고, 서울시수의사회 안에서도 동반성장위원회를 마련해 해당 현안을 다루기로 했기 때문이다.

손은필 회장은 지난달 대한수의사회 임원 워크샵에서 “동반성장위의 상생방안을 회원들이 지킬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시수의사회 동반성장위원회는 26일(목) 서울시수의사회관에서 2차 모임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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