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병원 원장은 어떻게 펫보험을 만들었나..마이브라운 강상욱 수의사

마이브라운 강상욱 상무를 만나다 “마이브라운의 장점은 전문성과 편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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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2023년 반려동물보험 제도개선방안(일명 펫보험활성화대책)을 발표했고, 반려동물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도 10곳이 넘었습니다.

펫보험에 대한 수의계와 동물병원의 인식변화도 감지됩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반려동물 보호자의 부담 완화를 위해 펫보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수의사협회와 보험사 간의 업무협약도 다수 진행됐습니다.

다만, “보호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가격’의 펫보험 상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보험 가입자가 느끼는 주요 불만족 사항은 적은 보장범위, 월납입 보험료 수준, 적은 보장금액, 낮은 보상비율 등이었고, 펫보험 미가입자의 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 1위는 ‘월납입 보험료 부담(50.6%)’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7월, 국내 최초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 마이브라운이 등장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펫보험 시장에서 성공 모델로 평가받는 일본의 애니콤(Anicom), 미국의 트루패니언(Trupanion)이 모두 반려동물 전문보험사인 만큼, 시장에서 ‘마이브라운’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특히, 마이브라운은 ‘부담 없는 보험료’와 ‘보장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런 상품을 만들 수 있었던 데에는 동물병원 원장 출신 수의사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마이브라운 강상욱 수의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어려서부터의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은 말을 못 하잖아요? 말 못 하는 동물의 건강 등을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었고, 수의사가 되는 게 가장 실현 가능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해서 수의대에 진학했습니다.

네. 임상을 제일 하고 싶었죠. 그런데, 1학년 때는 경험이 없다 보니 적성에 맞을지 아닐지 잘 알 수 없었어요. 3~4학년이 되어 임상 과목을 경험해 보면서 ‘임상이 재밌고, 적성에 맞겠다’고 판단했죠.

수의내과학 대학원에 진학해서 석사 졸업을 했어요. 제가 생리학과 내과를 특히 잘했습니다(웃음). 대학원 졸업 후에는 여러 동물병원에서 진료수의사로 일하다가 제 병원을 개원해서 오픈했었죠. 임상수의사로 20년을 살았네요. 그러다가 2018년에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대형동물병원에서 근무할 때도 그랬고, 제 병원을 했을 때도 그렇고 ‘동물진료 시장 파이가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의사는 계속 배출되고, 동물병원은 점점 늘어나는데 과거 선배님들이 무용담처럼 얘기했던 ‘2002년 월드컵 시절 반려동물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경험을 저는 해보지 못했습니다. 시장은 커지지 않은 채로 (수의사) 공급만 계속된다고 판단했어요.

2003년쯤으로 기억하는데, 제가 일하는 동물병원에 한 보험사가 찾아와서 펫보험 상품을 소개하면서 같이 활성화해 보자고 제안했었습니다. 그때 너무 시장과 동떨어진 상품을 보면서 ‘아직 펫보험이 갈 길이 멀구나’, ‘보호자가 가입할 수 있는 시기는 아직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긴) 2018년에는 수의사들의 실력과 반려동물 보호자분들의 인식이 많이 높아지면서 ‘수준 높은 진료에 대한 수요’가 커졌어요. 그래서, ‘보호자의 부담을 줄여줘서 수준 높은 진료를 받으면, 동물진료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겠구나’라고 판단했고, 우연히 삼성화재에서 수의사를 채용하는데 소개를 해 주시겠다는 지인의 제안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평생 임상만 했고, 회사를 간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는데, 그래도 수의사로서 보험회사에서 새로운 동물진료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한다면 보람이 있을 거라고 판단해서 입사를 결심하게 됐죠.

삼성화재에서 2018년 12월에 첫 펫보험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구상했던 것을 다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수의사로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상품을 만들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외국의 선진사례들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미국도 가보고 일본도 가봤죠. 미국과 일본을 보니, 빨리 성장하는 펫보험사들이 ‘반려동물전문보험사’ 더라고요. 회사에 수의사도 많고, 반려동물 양육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여 반려동물보험만 다루다 보니, 상품 기획부터 언더라이팅, 손해사정까지 다르더라고요. 의지가 확실하게 달랐다고 할까요? 기존에 회사 내에서 제가 겪어왔던 경험과 비교해 보니 확실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죠.

우리나라도 쉽지 않겠지만, 반려동물전문보험사가 나와야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2021년에 반려동물전문보험사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기안올렸고, 그해 여름에 허락받고 겨울에 TF를 꾸려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오랫동안 철저한 준비를 하다 보니 2021년 겨울부터 시작했지만, 올여름에야 금융위원회 본허가를 획득했습니다. 제가 끈기에 좀 자신이 있습니다(웃음).

보호자분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고 이용도 편하게 할 수 있는 보험, 그리고 수의사분들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보험입니다. 기존 상품을 수정한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구상했습니다.

보험은 결국 대수의 법칙이 작동되는 영역입니다. 많은 보호자가 가입해야 하죠. 그러려면 심플해야 합니다.

뭐는 보장이 되고 뭐는 안 되고…이렇게 하나씩 따져봐야 하는 어려운 상품이 아니라, 보장성도 넓고 청구도 쉬운 보험을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보호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상품이어야, 수의사도 효용성이 높다고 판단해 보호자에게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미국 수의사들과 얘기를 해봤을 때 트루패니언이 왜 많이 이용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 제일 좋고, 보장성도 넓다 보니 수의사가 “이 정도 보험은 들어놓으면 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안전한 상품을 만들자’가 아니라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춰서 편익이 높은 상품을 만들자’고 기획했습니다. 그래야 수의사도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는 보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보장 항목을 하나하나 고려했습니다. 췌장염이나 항암치료도 보장하는 것도 다 이러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죠. 임상수의사 출신이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라이브청구라고 부르는 ‘쉬운 청구’ 방식입니다. ‘라이브청구’는 실시간 보험금 지급 시스템으로 보험금 심사 및 지급이 진료 직후 즉시 진행되면서, 보호자는 국민건강보험처럼 본인부담금만 결제하면 끝나는 시스템입니다. 청구 여부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서류 제출도 필요없죠.

미국과 일본을 보니 보험을 편하게 청구하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호자분들이 보험 청구 자체를 어려워하고, 동물병원 원장님들도 (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 업무에 불편함을 겪으면 안 됩니다. 그런 저항들이 결국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습니다.

라이브청구는 동물병원 입장에서 기회비용적인 측면도 큽니다. 정산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동물병원에 직접적인 이익이 됩니다.

결국, 마이브라운의 차별성은 ‘전문성’과 ‘편의성’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반려동물보험에만 집중하는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좋습니다. 동료들이 반려동물 양육도 많이 하고요. 어려움도 많고, 몸도 힘들지만, 뿌듯하고 보람차게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 비전이 ‘동물의 행복권이 포기되지 않는 사회’입니다. 이 비전을 만들 때도 단어 하나하나에 매우 신중을 기했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사회가 아니라 포기‘되지’ 않는 사회라고 정했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동물을 이렇게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담긴 비전입니다. 반려동물의 여러 가지 행복권 중에서 진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컸고, 그게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험의 실질적인 혜택은 ‘동물의 진료권 향상’입니다. 반려동물이 아프면 고민 없이, 부담 없이 빠르게 병원에 가도록 하는 게 동물의 진료권 향상이고, 그게 결국 동물의 행복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낮게 잡은 게 아닌데 매월 1,000건 이상의 신규 가입 건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 등장한 회사이기 때문에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공들이고 준비한 만큼 보호자분들과 수의사분들이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성장 속도도 계획한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온라인으로만 판매 중인데, 온라인 판매에서 펫보험 중 상위권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것도 설계사 수수료를 없애서 보호자분들의 부담을 줄이고 펫보험료를 낮추기 위한 노력입니다.

동물병원과의 협력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11월 말까지 파트너 동물병원이 200개를 돌파했습니다. 자발적으로 가입하시는 동물병원도 늘고 있어요.

저는 펫보험이 반드시 동물병원과 같이 성장을 해야 하는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도 병원과 같이 협력하는 회사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적금과 달리 펫보험에 지불한 비용은 동물병원비로만 사용합니다. 오로지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죠. 시간이 오래 걸려도 원장님들을 찾아뵙고 설명하면서, 수의사들과 협력하면서 노력한다면, 저희가 목표로 하는 반려동물의 진료권 향상에 도움이 되고, 원장님들께도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성 있는 전문보험사로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자동심사 속도도 더 빠르게 개편하는 등 점차 전문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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