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물병원 마케팅은 왜 더 이상 낯설지 않을까

심화되는 동물병원 마케팅 경쟁...성공하는 동물병원 마케팅 공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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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부터 동물병원은 ‘진료’ 하나만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반려가구 수가 1,500만에 육박하면서 보호자의 선택 기준은 점점 다양해지고, 동물병원의 보호자 유치 경쟁도 자연스레 치열해졌다. 보호자가 실제로 어떤 기준으로 동물병원을 선택하고, 어떤 경험을 바탕으로 재방문을 결정하는지 살펴보면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차별화된 우리 병원만의 마케팅 전략 없이는 동물병원이 선택받지 못한다는 점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요즘 보호자들은 동물병원을 선택할 때 지도 앱에 ‘동네 + 동물병원’을 검색하고, 평점과 리뷰를 살핀다.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는지,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하는지까지 확인한다. 예전에는 이런 과정 없이도 병원이 잘 운영되었지만, 그 시절에는 반경 몇 킬로미터 안에 동물병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현재는 반경 3km 안에 대여섯 곳의 동물병원이 경쟁하는 환경이다. 같은 실력, 같은 장비, 같은 친절함이라면 보호자는 검색했을 때 쉽게 찾아지고, 정보가 정리돼 있으며, 후기가 좋은 병원을 선택한다. 이것이 보호자 선택의 실제 메커니즘이다.

반려동물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연구는 보호자의 선택 기준이 진료 기술보다 ‘경험 요소’에 훨씬 더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수의료진의 친절함과 감정적 배려는 가장 강력한 선택 요인이었다. 동물은 자신의 증상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는 더 큰 불안을 안고 병원에 방문한다. 그때 수의료진의 말투, 표정, 설명 방식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은 진료의 질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

설명력과 소통 능력도 중요한 요소였다. 치료의 필요성, 예상 경과, 리스크를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는 동물병원은 높은 신뢰를 얻고, 이는 재방문으로 이어졌다. 반대로, 과잉진료 의심이나 응급 거절, 불충분한 설명은 즉각적인 병원 변경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보호자가 말하는 ‘신뢰감’이 단순 의료 기술의 수준이 아니라, 대화 방식·감정 케어·정보 전달 태도 등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었다는 점이다.

결국 재방문을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기억’이다. 보호자는 해당 병원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수의료진이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반려동물에게 어떤 태도로 접근했는지를 기억한다. 친절한 응대, 사람다운 공감, 충분한 설명은 보호자의 재방문 의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치료 결과보다 경험의 기억이 더 강력한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보호자가 경험을 기반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흐름이 명확해지면서, 병원은 이 경험 자체를 전략적으로 다룰 필요가 생겼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동물병원의 마케팅은 흔히 오해받는 것과 전혀 다른 영역이다. 보호자는 진료 전 예약 과정부터 병원에서 듣는 설명, 진료 후 안내까지 모든 장면을 경험으로 판단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병원이 다루어야 하는 것은 광고나 이벤트 같은 단순 홍보가 아니라, 보호자가 마주하게 될 경험의 전체 구조이다. 이 경험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일이 결국 동물병원 마케팅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이 ‘광고 없이도 선택받는 동물병원’이 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문제는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고, 보호자의 기대 수준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친절하지 않으면 떠나고, 설명이 부족하면 불신이 생기며, 공감이 부족하면 다른 병원을 찾는다. 이 변화는 원장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장 안에서 이미 작동하고 있다.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 흐름에서 뒤처지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동물병원의 마케팅은 특히 복잡하다. 보호자의 불안 심리, 반복 방문 구조, 생명과 직결된 의사결정, 감정노동, 전문성 기반의 신뢰 등이 동시에 작동하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병원의 상담 방식, 내부 커뮤니케이션, 직원 CS 교육, 보호자 경험 설계 모두가 방향을 잃는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동물병원 운영과 보호자 경험을 체계적으로 다룬 연구와 자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동물병원 클라우드 전자차트 플러스벳이 최근 출간한 ‘성공하는 동물병원의 마케팅 공식’도 그중 하나다. 보호자 심리, 상담 구조, 고객 경험 설계, 재방문 전략 등을 현장 중심으로 정리한 책으로, 실제 사례와 보호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동물병원이 어떤 방식으로 신뢰를 쌓고 선택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책에서는 보호자가 진료 과정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 설명 방식에 따라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첫 방문에서의 경험 차이가 재방문율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등 기존에 정리되지 않았던 내용을 수의료현장 중심으로 담아냈다. 이는 동물병원 운영의 근본적인 개선이 결국 ‘경험을 기획하는 시각’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결국 원장님들이 놓치기 쉬운 사실은 단순하다. 보호자는 이미 마케팅 관점으로 동물병원을 고른다는 것이다. 검색, 정보 접근성, 상담 경험, 친절함, 설명의 질, 감정적 안정감 등은 모두 보호자가 병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진료의 질은 기본이고, 선택을 결정하는 것은 기억·감정·경험이다. 이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 바로 마케팅이며, 지금 동물병원들이 가장 많이 놓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좋은 동물병원을 넘어 ‘선택받는 동물병원’이 되기 위해서는 경험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마케터 조르디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시장을 읽는 B2B 마케터 조르디, 사용자 경험에서 출발한 고민을 인사이트로 풀어냅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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