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기] Of the kidney, by the kidney, for the kidney:안운찬

IRIS Renal Week 2023 참관기


0
글자크기 설정
최대 작게
작게
보통
크게
최대 크게

반려동물의 신장질환과 혈액투석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며 진료와 투석 치료를 시작한 지 벌써 7~8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각종 온라인 정보와 논문들, 교과서, 미국수의신장비뇨기학회 활동, 인의 신장내과 교수님과의 교류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경험을 쌓고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갔지만 어딘가 부족한 느낌과 함께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자료와 교육 기회가 제한적인 것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던 와중 올해 무려 5년 만에 비대면이 아닌 대면 행사로 IRIS renal week 2023이 열린다고 하여 3월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학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2년 간격으로 개최되는 IRIS renal week에는 2020년에도 참석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결국 행사가 취소되어 많이 아쉬웠다.

이번에는 미국 UC DAVIS에서 교과서와 논문에서만 보던 신장 및 투석의 대가들을 직접 대면하여 강의를 들었다. 정말 큰 영광이었다.

수의사라면 한 번쯤 만성 신장질환의 IRIS stage, 급성 신손상의 IRIS grade는 들어 보았을 것이다.

IRIS(international Renal Interest Society)는 1998년 유럽수의내과학협회 콩그레스에서 결성되어, 지금까지 다양한 가이드라인 등 반려동물 신장질환에 대해 과학적 근거들을 정리하고 관련 연구를 이끌어가는 단체다.

현재는 급성 신손상에 대한 가이드라인 및 간헐적 혈액투석(IHD)에 대한 가이드라인 컨센서스(Consensus)를 확립하기 위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런 IRIS가 개최하는 Renal Week는 말 그대로 신장 주간이다. QS 세계 수의과대학 순위 2위인 UC DAVIS에서 열렸다. Renal week 3.5일, Extracorporeal Boot Camp (체외 신장대체치료 부트캠프) 2.5일로 총 6일간 진행된다.

IRIS Renal Week는 매번 UC DAVIS에서 열린다. 신장 및 혈액투석의 선구자인 래리 카우길(Larry D. Cowgil) 교수가 UC DAVIS에 재직 중이다. 투석에 대한 연구 및 연자 대부분이 카우길 교수님의 동료였거나, 제자였거나, Fellow였을 정도로 미국 내에서 그의 신장학에서의 힘이 대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연자로는 UC DAVIS뿐만 아니라 펜실베니아주립대, 오하이오주립대, 영국왕립수의대 등 쟁쟁한 수의대 교수님들이 총출동했다.

Renal Week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아침 식사를 제공해 주고,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강의 및 실습이 이어진다. 일반적인 여타 학회처럼 여러 강의실에서 듣고 싶은 강의를 골라서 듣는 형식이 아닌, 큰 하나의 강의실에서 동일한 주제에 대한 강의가 쭉 이어지고 한 섹터가 끝나면 모든 패널들이 모여서 토의를 하는 형식이다. 이러한 강의와 토론들이 6일 내내 이어졌다.

마치 합숙 학원과 같은 스케줄로 시차 적응을 마치기도 전에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6일간 밀도 높은 영어수업을 들었다. 이렇게 공부한 건 아마도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정말 세계적인 대가들이 내 눈앞에서 강의와 토론을 펼치는 걸 듣고 있자니, 정말 흥미롭게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밀도 높은 강의와 디스커션으로 이루어진 Renal week.
강의 후 각 패널들이 모여 자유롭게 질문과 의견을 교환하는 패널 디스커션을 벌인다
(왼쪽부터) Cowgill, Segev, Francey 교수님과, IDEXX의 Peterson.

이번 Renal Week의 주제는 ▲초기 진행성 만성신질환(바이오마커, 인 항상성, 빈혈, 조직학적 진단) ▲체외 신장 대체 치료의 새로운 컨셉과 처방 ▲신장학 교육의 미래 이렇게 크게 3가지 주제로 구성되었다.

초반부 주제는 조기 진행성 만성신장질환(Early progressive CKD)이었다.

대부분의 수의사들이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동물에서는 사구체여과율(GFR)의 평가가 쉽지 않아 신장 기능 평가 지표로 요독(Uremic toxin) 지표 및 SDMA를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들은 신장 기능 저하의 트렌드를 알 수 있지만 Log graph처럼 변화하게 되므로 초기의 기능 저하를 인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Stage 1, 2에서 “손상이 진행하고 있는(Progressive)” 만성 신장 질환을 인지하기 위한 지표(Biomarker) 로서 1/Crea(inverse transformation of sequential serum creatinine), 1/SDMA 지표 변화의 기울기(Slope)가 제시됐다.

아직까지는 연구 중이나 소변 클러스터린(uClusterin)과 소변 시스타틴 비(uCystatine B)도 소개됐다. 실제 uCysB는 인의에서 심장수술 중 신장손상을 인지하기 위한 지표들로 사용되었으며, 현재 IDEXX에서 상용화를 위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후 섹션들에서는 만성신장질환에서의 칼슘, 인 항상성에 관한 토의들이 진행됐다. FGF-23의 활용 가능성 및 과도한 인 제한 식이의 단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둘째 날 오전 섹션에서는 만성신장질환과 빈혈에 대한 강의와 토의가 이루어졌다. 수의학에서 신장 질환에 의한 빈혈은 연구가 부족한 분야라고 서로들 인정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양한 토의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만성신장질환으로 인한 빈혈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로 기존의 ESA, EPO, DPO뿐 아니라 HPI-PHi(Hypoxia-inducible factor prolyl hydroxylase inhibitor)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이어졌다.

실제 고양이에서 Molidustat 약물 사용에 대한 결과 발표도 이어졌다. 이 약물의 경우 5mg/kg로 경구 투여시 실제 HCT 상승의 효과가 있었으며, 중대 부작용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 외에도 철분제 치료 및 대사성 산증 등 만성 신질환에 대한 다양한 토의들이 이어졌으나,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여러 혈액투석기계를 실제로 조작하고 만져보며 Operator의 경험을 배워 볼 수 있는 다양한 Lab session.

오후 섹션은 혈액투석에 대한 주제로, 이전 권고사항에서 몇 가지 변화된 혈액투석 처방에 대한 권고사항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IHD 투석 처방 기준으로 이전 권장되었던 URR(Urea reduction rate)을 활용한 투석처리 혈액양을 통한 처방 보다 Kt/V(투석적절도)를 통한 처방을 추천하였으며, Kt/V 기준 1.3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장하였다.

URR 기준의 단순처방은 실제 요소의 감소량 예측도가 85% 밖에 되지 않으며, 빠른 속도로 요소가 감소하는 초기 치료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므로, 주의할 것을 당부하였다.

또한 기존의 10~15년정도 사용하던 권장 URR 처방 권장표가 다소 변경되었으며, Kt/V Calculator를 활용한 매시간 URR 감소의 예측 시뮬레이션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관련된 내용은 기존 초기 투석 치료에서 가끔 경험했던 초기 급격한 요소 감소로 인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명쾌한 해답으로 가슴 깊이 다가왔다.

또한 기존 활성탄(Active charcoal) 필터가 아닌 다공성 폴리머(Porous polymer) 투석 필터를 통한 혈액 관류(Hemoperfusion) 방식, 혈장 흡착(Plasma Adsorption) 방식 등에 대한 소개 및 보고가 이어졌다.

특히 아직까지 본원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Plasma adsorption 방식을 실습을 통해 직접 만져보고 연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직접 활용하고 있는 수의사들을 통해 듣는 이야기들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올해를 목표로 도입 예정인 미국신장비뇨기전문의제도(ACVNU)에 대한 소개와 수의학에서 신장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등이 다양하게 논의되었다.

무엇보다 실제 IRIS board member들이 모든 강의와 토의들을 진행했다. 최신 연구 경향을 이끌어가는 저자들이 직접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그에 대해 토의하는 것이 너무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외에 아직 발표되기 전인 급성 신손상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IRIS 가이드라인 및 IHD 가이드라인 consensus에 대해 미리 들어볼 수 있었다.

CKD에서만 존재하는 IRIS 가이드라인 consensus가 이제 곧 AKI와 IHD 치료에 대해서도 나온다니 많은 기대가 된다.

이 강의들에서 그동안 많이 고민하던 부분들이 일부 정리가 되었는데, 치료 하나하나에 어디까지 근거가 있는지, 어떠한 논문적 근거들로 이러한 consensus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들으며, 이런 것이 consensus를 논의하는 그룹이구나 감탄하게 되었다.

아직 발표되기 전인 IHD 투석에 대한 IRIS consensus guideline을 소개한 Cowgill 교수

하루 종일 이어진 강의가 끝난 후에는 갈라디너 및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세계 각지의 내과 혹은 응급중환자의학과에서 신장과 혈액투석을 치료하고 있는 수의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UC davis나 UC davis 샌디에이고에서 fellow나 training을 받은 분들이었다.

식사 자리 앞에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분이 앉아 정말 열정적이신 분이구나 했는데, 올해 95세로 퍼듀에 근무할 당시 미국에서 혹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동물에서 혈액투석을 시도하셨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다.

다시 찾아보니 혈액투석의 역사 시간에 언급되었던 Jerry A. Thornhill 선생님이셨다. 먼저 말을 걸어 주시고, 미국까지 공부하러 왔다는 걸 너무 좋게 보고 응원의 말씀을 해주셔서 정말 큰 영광이었다.

아직도 VSC 소속으로 활동하고 계시다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카우길 교수님도 65학번이라고 하시니, 다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에너지로 아직도 수많은 연구와 임상적 결과들을 내고 있으신 걸 보면서 그 분들의 식지 않는 열정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 외에 태국, 이스라엘, 콜롬비아, 독일, 싱가폴, 브라질 등 세계 각지의 다양한 수의사들이 모여 논의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수의사들의 잡담 주제는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동물에서 혈액투석을 실시한 Jerry Thornhill 선생님

또 이번 Renal Week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 중 하나는 오하이오 주립대 응급중환자의학 허지웅 교수님을 만나 미국에서의 중환자 케어와, 혈액투석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자세히 한국어로 들을 수 있었던 일이다. 지면을 빌어 따뜻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신 허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코로나 팬데믹 시국이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5년여만에 현장에서 이루어진 Renal week 2023에 참여하여 정말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한가지 주제 및 장기(Organ)만 가지고서 6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토록 집중적인 강의와 논의가 이루어지는 학회는 처음으로 경험했다.

논문을 통해서만 카우길, 랭스턴, 세레브, 큄비, 엘리엇 교수님 등을 직접 뵙고, (물론 영어로 많은 질문을 하지는 못했지만) 인사를 나누고, 책에는 나오지 않던 다양한 내용을 현장 강의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역시 강의는 인강보다 현강이다.)

마지막으로 UC davis의 카우길 교수님이 제안했던 인상 깊었던 건배사로 마무리해볼까 한다.

“Toast to nephron, (네프론을 위하여)”

팬심과 존경심을 담아 가벼운 선물을 전달해드린 후, 같이 사진 촬영에 응해주신 Cowgill 교수님.

<대한수의사회 및 저자와의 협의에 따라 KVMA 대한수의사회지 2023년 5월호에 실린 원고를 전재합니다 – 편집자주>

데일리벳 관리자
Loading...
파일 업로드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