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도 반복된 꿀벌 대량소실 피해..원인과 대책은

기후변화·밀원부족·응애내성 등 원인 다양..수의사 진단·처방 기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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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나며 꿀벌이 사라지는 대량소실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농가들은 지난 겨울에도 절반 이상의 봉군이 사라져버렸다고 입을 모았다.

기후변화와 양봉밀도 상승, 응애 내성 등 다양한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내성이 생길 때까지 같은 약제를 쓰게 만든 관납 약품 공급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피해농가 지원과 응애 방제 체계화, 사양관리 개선 유도 등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르면 이달 관계부처·학계·생산자단체로 구성된 양봉산업협의체를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양봉협회는 어기구·이원택·정희용 의원과 함께 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가능한 양봉산업을 위한 꿀벌집단 폐사 대책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양봉농가로서는 가장 바쁜 아카시아꽃 개화시기인데도 100여명의 양봉농장주들이 여의도를 찾았다.

꿀벌 50~60%가 월동 피해로 사라졌다?

윤화현 양봉협회장은 “한국 양봉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금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2021-2022년 겨울에 대두된 겨울철 꿀벌 대량소실 문제는 2022-2023년 겨울에도 반복됐다. 양봉협회가 4월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13,190개 양봉농가에서 평균 61.4%의 봉군이 월동 과정에서 사라졌다.

한국양봉농협의 자체조사 결과도 유사하다. 지난 12월을 기준으로 조합원 농가가 사육하는 봉군의 63%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양봉농협 김용래 조합장은 “봄벌을 키우기 위한 화분떡 판매량도 전년대비 55%나 감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이번 겨울 꿀벌 피해규모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정부도 나름의 조사는 했지만 생산자 측의 자체 조사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정재환 축산경영과장은 “꿀벌 피해가 있다는 인식은 정부와 농가가 같다”면서도 “농가와 정부가 피해를 집계하는 방식이나 결과에 차이가 크다. 관련 논의를 거쳐 집계 방식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육현황 조사 대상을 지난해 34개 시군 99개 농가에서 올해 120개 시군 1,200농가로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도 전했다.

 

기후변화, 밀원 부족, 과수농가 농약, 응애 내성..다양한 원인

대한민국은 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아니다’

플루발리네이트 내성 응애 전국 분포

꿀벌 대량소실의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사육밀도 증가와 밀원수 부족, 과수농가 등의 농약 살포, 응애 내성 등 다양한 문제가 지목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이어도 낮에는 과거보다 따뜻하다. 그러다 보니 꿀벌의 활동성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겨울을 날 힘을 낭비해버리거나, 섣불리 활동을 재개했던 벌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2017년 무렵부터 양봉농가는 폭증했는데 밀원수는 모자라다. 그나마도 기후변화로 인해 전국의 개화시기가 비슷해지다 보니 꿀벌의 먹이는 더욱 부족해졌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최태영 캠페이너는 “현재 대한민국은 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1970~80년대 이후 국내 밀원 면적은 33만ha가 사라졌다. 여의도의 1천배가 넘는 면적이다. 대부분의 밀원이 봄~여름철에만 집중되다 보니 나머지 기간에는 설탕에 의존한다.

이처럼 밀원이 부족하니 벌들이 건강하기 힘들다. 응애를 비롯한 병원체나 살충제 등의 외부 위험에 더 취약해진다.

수십년간 응애류 구제에 쓰인 플루발리네이트, 아미트라즈 성분의 내성이 심해진 것도 문제다.

김영호 경북대 교수는 지난해 농촌진흥청 의뢰로 국내 꿀벌응애의 약제저항성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플루발리네이트 성분에 저항성을 가진 돌연변이 응애는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연구진이 지난해 전국 41개 지역에서 채취한 꿀벌응애의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34개 지역에서 저항성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내성이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성분약을 쓰려다 보니 용량이 높아지고, 그만큼 구제제 자체의 독성으로 인해 봉군이 더 허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약재로 바꿔야 하지만..내성 모니터링 지속해야

응애 외에도 질병 문제 많아..수의사 진단·처방 기반 만들어야

2·3종 가축전염병 문제, 양봉서도 지적

김영호 교수는 “(응애 구제에) 플루발리네이트가 아닌 새로운 약재를 사용해야 한다”면서도 “그 새로운 약재도 계속 똑같이 쓰면 내성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새 약재에 대해서도 저항성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꿀벌 대량소실의 원인을 응애 내성에만 국한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지목했다. 구제제 자체의 독성이나 양봉 지역 인근 농가가 살포하는 농약 문제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의사에 의한 진단·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애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 세균성·바이러스성 질병이 많은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봉농협 허주행 수의사는 “수의사가 검사해서 치료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컨설팅사업 형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원체계만 만들어지면 꿀벌수의사회 내에도 사업에 참여할 수의사들은 있다”고 전했다.

2·3종 가축전염병 문제도 지적됐다. 양돈·양계 분야에서의 문제와 마찬가지다. 실질적인 근절대책은 없으면서 정밀검사나 질병 현황 파악만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꿀벌에서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된 질병은 낭충봉아부패병(2종)과 부저병(3종)이다.

꿀벌은 벌통 반경 2km를 날아다닌다. 병원체 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극히 어렵다. 이들 병원체가 사실상 전국에 퍼져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평시에도 보균하고 있다가 봉군의 면역이 낮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면 발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외견상 건강한 벌을 정밀검사하면 낭충봉아부패병이나 부저병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법정 가축전염병이 검출되면 이동제한이나 소각 등이 이어질 수 있다. 농가로서는 검사요청을 꺼릴 수밖에 없다.

정재환 과장은 “응애 피해가 커지는데 대한 기후변화 영향을 연구하는 한편, (내성문제를 일으킨) 플루발리네이트 제제를 공급에서 제외하고 방제약품 선정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환경 응애 구제약품 개발, 응애저항성 품종 육성, 사양관리 우수사례 보급 등도 과제로 제시했다.

관계부처와 학계, 생산자단체가 참여하는 양봉산업협의체를 만들어 관련 정책을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재환 과장은 “협의체를 중심으로 양봉 관련 기초데이터를 확보하고, 피해 집계 기준도 합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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