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른사회를 지향하는 청년수의사회, 기후위기 주제로 세미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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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 공중보건 분야의 전문가로서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변화 최소화를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

바른사회를 지향하는 청년수의사회(이하 청수, 대표 김준영)가 12일(일) ‘기후위기’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수의사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기후렌즈를 끼면 일상이 재발견 됩니다”

첫 번째 강의는 OBS 노광준 PD(사진)가 맡았다. 노광준 PD는 ‘오늘의 기후’ 저자이자, 3월 30일 시작되는 기후변화 전문 라디오 프로그램 <오늘의 기후> 기획자다.

노 PD는 넷플릭스 다큐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을 보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매일 기후위기 관련 기사를 스크랩하고, 오마이뉴스에 기후위기 기사를 썼는데, 그가 쓴 39건의 기후위기 기사 중 28건이 톱뉴스에 선정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노 PD에 따르면, 기후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면 일상이 재발견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열풍을 일으킨 챗GPT도 기후렌즈를 끼고 보면 개발에 수백 톤의 탄소가 배출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수많은 인공지능 툴이 개발될 텐데, 그럴수록 탄소 배출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구글 검색 한 번에 0.3~7g의 탄소가 배출되는 게 현실이다.

노광준 PD는 이외에도 독일의 9유로 대중교통 티켓 실험, 미국의 무료대중교통법제화 운동, 사우디아라비아의 500억 그루 나무 심기 운동 등 전 세계의 기후위기 극복 노력을 소개했다.

“기후위기 극복 노력,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어”

기후위기 극복 노력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118곳의 지자체, 민간사업자, 대학 등이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다.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타(페이스북), MS, 구글 등 글로벌기업은 덴마크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공급량(8%)을 고려하면, 국내에 이런 다국적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생길 가능성은 전무하다.

노 PD는 ‘기후변화가 감염병을 악화시키는 1016가지 방법(네이처기후변화 2022)’, ‘반려동물용 펫푸드 생산에 온실가스 1억톤 이상 배출(英 에든버러대 2022)’ 등의 자료를 소개하며, 기후변화가 수의사와 동물과도 연관이 있음을 강조했다.

동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기후변화

두 번째 강의는 김용상 농림축산검역본부 서울지역본부장(사진)이 맡았다. 김용상 본부장은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왜 수의사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참여해야 하는지 설명했다.

우선, 기후변화는 직·간접적으로 동물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로 심장사상충 등 모기매개 질환, 바베시아, 라임 등 진드기매개질환이 늘어나고 있다. 인수공통감염병 병원체도 기후변화로 인해 더 빈번하게 출현한다.

이런 피해는 반려동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젖소의 유방염, 사료 섭취 저하에 따른 케톤증·대사성 산증, 지방간 등도 기후변화로 증가한다.

생물다양성 감소도 큰 문제인데, 기후변화로 많은 동물이 서식처를 잃고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다.

반대로, 동물이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50%를 차지하며, 개(1850kg), 고양이(2251kg)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도 차량 1,360만대의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klima, 2021).

반려동물에게 먹일 사료를 만들기 위해 전 세계 육류와 물고기의 1/5이 소비되며, 농지 4900만 헥타르가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전체 육류 소비의 25~30%를 반려동물이 섭취하고 있다(UCLA, 2017).

결국, 기후변화는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뿐만 아니라, 동물 자체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만큼 수의사의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후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공중보건에 영향 미쳐”

“공중보건 전문가인 수의사가 기후변화에 선도적 역할 해야”

이미 세계수의사회(WVA)는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수의사는 동물건강, 복지, 공중보건의 옹호자로서 생태계 건강을 보호하고, 기후변화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요구할 책임이 있다”고 천명했다.

수의사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기후변화 완화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원헬스(one health)적 접근을 통해 여러 전문가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게 세계수의사회의 입장이다.

김용상 본부장은 “기후위기의 원인과 기후변화로 야기되는 대부분의 문제는 수의사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며 “수의사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선도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의사의 관심이 적다는 점이다. 김용상 본부장은 기후변화와 동물위생이 어떤 관계가 있고, 수의 분야가 문제 해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관련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관련 대한수의사회 공식 입장 마련 위해 노력

특히, 수의사정책윤리강령강화특별위원장으로 3년간 활동하며 수의사 윤리강령 전면 개정에 기여한 김 본부장은 27대 대한수의사회 집행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수의 공식 입장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호주수의사회(AVA) 등 세계 여러 수의사회가 기후변화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아직 대한수의사회는 관련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다.

김준영 청수 대표는 “기후위기에 대한 수의사들의 관심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이런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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