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수의대생·수의대교수 86% 찬성 ‘국시 실기시험’, 어떻게 도입할까

한국수의교육학회, 인증원 공청회에서 3가지 실기시험 방안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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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목) 열린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공청회에서 ‘수의사 국가시험 개편 및 세부 운영방안 연구’를 수행 중인 남상섭 한국수의교육학회장(건국대 수의대 교수)이 3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수의사·수의대생·수의대 교수 86%,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시행 찬성

한국수의교육학회가 올해 8월 24일부터 9월 12일까지 수의사, 수의대생, 수의과대학 교수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가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필요하다고 답했다(필요하다 51%, 매우 필요하다 35%).

설문조사에는 수의사 778명, 수의대생 508명, 수의과대학 교수 103명이 참여했다(총 1,389명).

응답자들은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으로 수의대의 실기교육이 강화되고, 시험내용이 기준이 되면서 수의대 실기교육이 표준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수의사의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도 실기시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실기시험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자들은 ‘임상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 ‘실기시험에 수반되는 시간적, 행정적 낭비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참고로, 설문조사 참가자의 46%는 수의사 국가시험 제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 이유로 “국가시험이 졸업 후 수의사로서 업무 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평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남상섭 한국수의교육학회장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방안 3가지 제시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1년 수의사 국가시험이 전면 개편되면서 실기시험을 도입이 언급됐지만, 10년 넘게 목표 달성을 못 했다.

법적 근거도 있다. 수의사법 시행령 제9조제3항에 ‘국가시험은 필기시험으로 하되,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실기시험 또는 구술시험을 병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남상섭 교수는 이날 수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 도입방안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1. 대학별 실기시험 시행, 가장 현실적인 방법

우선 대학별로 실기시험을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출제위원이 출제한 시험문제를 각 수의과대학이 졸업시험의 일부로 실시하는 방안이다.

이미 서울대 수의대는 졸업시험에 실기시험을 도입했다.

남상섭 교수는 “대학별 실기시험 도입이 가장 현실적”이라며 “국가시험위원회에서 결정하고 농식품부에 요청하면 실현 가능성이 조금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대학에 실기시험용 장비·모형 도입을 위한 예산이 필요하고, 표준화된 임상실기 교육 및 평가시스템을 시행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2.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에서 시행, 별도 공간·조직 필요

두 번째로 평창 산업동물임상교육연수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연수원 내에 별도의 실기시험 장소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공적예산 투입 가능성이 있고, 이미 갖춰진 기숙사, 식당 등 기반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공간 부족으로 추가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실기시험 운영을 위한 별도 조직을 신설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3. 별도의 전문적인 실기시험센터 확보, 막대한 예산 필요

마지막으로 실기시험센터를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의사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독립된 전문 센터를 만드는 방안이다.

의료계의 경우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 별도의 실기시험센터를 보유 중이다.

수의사 국가시험 하나만으로 별도의 전문 센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수의사 국가시험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에 만약 단계별 시험(기초과목에 대한 사전 평가시험)까지 도입하고, 동물보건사 시험까지 운영한다면 4개의 국가시험을 관장할 수 있다. 국시원 같은 전문 기관 설립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고, 기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 현실성에도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실기시험 시행방식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전문적인 실기시험센터에서 시행하는 방안’을 선택한 만큼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수의교육학회는 ▲수의학교육 졸업역량 세부학습성과 활용 ▲수의사 국가시험 평가근거 공개 ▲축종별, 과목별 출제비율 제시 ▲출제 및 검토과정 분리 ▲문항 출제용 양식 개정 등의 국가시험 개선 단기 방안과 ▲단계별 평가 도입 ▲문제은행 운영 ▲예산확보 및 실기시험 시행 등 중장기 방안을 제시했다.

한편, 실기시험 도입 등 국가시험 개편을 위해서는 예산과 조직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현재 검역본부 담당자 1명이 다른 업무와 수의사 국가시험 업무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문제은행 도입, 문항 공개, 실기시험 시행 등은 언감생심이다.

남상섭 교수는 “수의사 국가시험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꼬인 타래를 풀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예산이 제일 중요하다. 예산을 확보해서 수의사 국가시험을 개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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