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라동물의료원 이진민 원장 “레이저로 피부질환 치료해요”

반려동물 피부병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 레이저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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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항생제 내성 문제의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수의사처방제가 시행됐지만, 반려동물에서는 인체용의약품을 주로 활용하다 보니 관련 데이터가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주변 환경 및 사람의 항생제 내성 전파기전 규명> 연구 결과, 반려동물 피부에서 내성이 심한 균주가 분리됐고, 일부 병원에서는 카바페넴 내성균까지 검출됐습니다.

전국 동물병원의 개, 고양이 환자 분변, 피부, 뇨, 호흡기 병변 등에서 1,344 균주를 분리해 항생제 내성을 평가한 결과, 피부에서 분리한 S. pseudintermedius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내성을 보였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각 지자체도 동물병원과 함께 ‘반려동물(개, 고양이)의 항생제내성균 모니터링 사업’을 실시합니다. 그 정도로 동물병원에서 항생제 사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동물병원에서 가장 많은 케이스는 ‘피부질환’입니다. 만약 피부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항생제를 줄일 수 있다면, 항생제내성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레이저’가 반려동물 피부질환의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레이저의 피부질환 개선 효과는 예전부터 알려져 있었는데요, 많은 동물병원에서 통증완화, 재활에만 레이저를 활용하고 피부질환에는 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동물병원에서 피부질환에 적극적으로 레이저 치료를 활용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라라동물의료원 이진민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이다. 어떻게 수의사가 됐나?

고등학교 때 푸들을 키우면서 동물병원을 처음 가보게 됐다. 매우 작은 동물병원이었는데, 강아지가 수액을 맞는 모습이 참 신기했다. 무엇보다 예방접종을 할 때 원장님이 “괜찮아~ 뽀뽀”라고 하면서 강아지와 얼굴을 마주 보고 강아지도 수의사의 얼굴을 핥는 모습을 보면서 수의사라는 직업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원래 문과였기 때문에 수의대를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재수를 하게 되면서 그때 기억이 떠올라서 교차지원으로 수의대에 진학했다.

Q. 그럼 임상수의사를 생각하며 수의대에 입학했을 것 같은데, 졸업 후 쭉 임상을 한 것인가?

그렇다. 수의대 다닐 때 수업시간에도 강아지를 데려가서 같이 수업을 듣고 그랬다. 수의대여서 가능했던 일 같다.

졸업하고 진료수의사 생활을 하다가 동물병원을 개원했다. 7평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확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Q. 여자 원장으로서 병원을 운영하고 키우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동물병원 운영에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나?

개원했을 때 젊은 여자 수의사여서 오히려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여자 원장이다 보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보호자들도 있었지만, 친절하게 대하고 설명을 잘하려고 노력하니까 오히려 더 신뢰해주신 것 같다.

동물병원 운영에 대해서는 ‘나 혼자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으니까 초기부터 직원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7평 규모의 병원을 할 때도 수의사 선생님을 채용해서 같이 일했는데, 그 선생님이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다. 다른 수의사 선생님도 17년 함께했고, 20년째 일하고 있는 직원도 있다. 중간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했는데, 이렇게 같이 성장해야 오래가는 것 같다. 내가 다 잘하면 “나와봐 내가 할게”가 될 텐데, 내가 못하는 건 직원들에게 맡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임의식이 생기고 오랫동안 함께하게 되는 것 같다. 각자의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다.

Q. 의료경영대학원을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유로 다녔고, 무엇을 공부했는지 궁금하다.

처음 병원을 오픈했을 때는 ‘2년 안에 대출을 다 갚아야지’, ‘차를 사야지’ 등의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병원을 확장해야 하는지, 어떻게 끌고 나가야 하는지 같은 고민이 들더라. 그때 아주 우연히 ‘의료경영대학원’을 알게 됐고, 바로 지원했다.

의료경영대학원은 많은 걸 바꿨다.

병원경영에 대해 고민하는 의료인들을 많이 만났는데, 같이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 당시 병원이 크지도 않을 때인데 병원의 미션, 비전을 설정하고 매뉴얼도 만드는 등 많은 걸 도입했다. 병원이 질적으로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다. 수의사들도 기회가 된다면 의료경영 공부를 해보길 추천한다.

레이저치료 전후 사진(라라동물의료원 제공)

Q. 최근 피부 진료에 레이저 치료를 많이 활용한다고 들었다. 계기가 무엇인가?

예전부터 레이저를 활용했었다. 주로 관절 쪽에 재활 목적으로 사용했고, 피부질환에는 잘 안 썼다. 그러다가 현재 사용 중인 레이저 장비의 데모를 해보면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서 적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효과가 얼마나 유지될지 반신반의했고, 다른 동물병원도 사용하지 않으니 걱정도 됐다.

그런데 지금은 케이스가 많이 누적되면서 효과가 자신감이 생겨 보호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다. 피부질환에 레이저 치료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Q.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많이 한다. 약물치료와 비교했을 때는 어떠한가?

예전에는 검사를 통해 세균성, 곰팡이성, 알러지성 등을 구분하고, 감염성의 경우 그 원인을 찾아서 치료했다. 호르몬이나 면역매개성이면 그에 대한 치료를 했다.

가장 흔한 피부병은 세균성, 곰팡이성, 알러지성인데, 이전에는 항생제, 항곰팡이제, 항히스타민제, 아토피 치료제만 사용했는데, 지금은 처음부터 레이저 치료를 같이 한다.

지금도 검사가 필요하면 검사를 하고 아토피 치료제 신약을 쓰기도 하지만, 보호자에게 먼저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처음부터 레이저 치료만 단독으로 할지, 아니면 약물치료를 병행할지 묻는다. 많은 보호자들이 레이저로만 개선이 되면 약물치료를 원하지 않는다. 레이저만으로 경과가 느리거나 완치가 되지 않으면 그때 가서 약물치료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본원 기준으로 피부병 보호자의 70~80%가 레이저 치료에 동의해주고 있다.

곰팡이성의 경우 2~3일 간격으로 레이저 치료를 권장하는데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이틀 간격으로 병원에 오지 못할 때는 약물치료를 병행하는데, 과거처럼 6~8주씩 약물을 처방하는 경우는 없어졌다. 레이저 치료를 적용한 지 1년이 채 안 됐는데, 그사이에 이런 변화가 생겼다. 가벼운 염증, 발 습진, 피부염, 외이염도 레이저 단독으로만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

보호자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 약을 오랫동안 먹였지만, 증상 개선이 없던 보호자들과 신장/간에 부담이 될까 봐 약물 사용을 꺼리는 보호자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약을 안 쓰고 싶어서) 레이저를 선택하는 것 같다.

특정 파장의 레이저는 살균과 재생이 같이 돼서 세균과 곰팡이를 죽인다. 알러지성도 세균 등 2차 감염치료에 효과가 있다. 레이저 치료를 한 번만 해도 며칠 만에 크게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

Q. 만약 레이저가 반려동물 피부병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면, 스테로이드, 항생제 사용량도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동물 피부병 치료에 레이저 치료 저변이 많이 확대되면 항생제 사용량이 많이 줄 것 같다.

일반적으로 피부병에 항생제를 가장 많이 쓰는데, 우리 병원은 요즘 거의 안 쓰거나 써도 2주 정도만 사용한다.

발적 케이스에도 ‘스테로이드를 써 볼까?’라는 생각이 드는 케이스가 많지 않나. 그런 케이스도 이제 레이저 치료를 한다. 그러다 보니 항생제, 스테로이드 사용이 확 줄었다.

Q. 레이저 치료를 적용한 지 1년이 안 됐다니 놀랍다. 임상 경력이 꽤 긴 데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신기하다. 그 정도 경력이면 하던 것만 하게 될 것 같은데.

새로운 기기가 나왔을 때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는 편이다.

나도 아플 때 주사 맞고 싶지 않고 약 먹고 싶지 않지 않나?

현재 14살 노령견과 7개월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데, 어떤 장비를 봤을 때 내가 키우는 노령 반려견에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장비에 관심이 더 간다. 덜 침습적인 치료 방법이나 약물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장비 등이다. 수의사이기도 하지만 반려동물 보호자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아마 보호자분들의 생각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Q. 원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많다. 병원이 나이 들어가고 있고, 나와 직원들도 나이 들어가고 있다.

‘나와 직원들이 10년, 20년 후에도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에 늘 관심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행복하게 함께 일하는 것을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3~4년마다 병원의 미션, 비전을 새로 고민하고 설정하는데, 처음 미션, 비전을 만들 때부터 함께 고민했던 직원들과 지금도 같이 고민하고 회의하는 게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계획, 목표, 성과분석도 함께 한다.

나와 직원들의 복지도 고려 대상이다.

수의사의 삶의질이 낮고, 자살률이 높다는 기사도 있지 않나.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오랫동안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와 직원들의 근무 여건을 고려해서 진료의 방향도 변화고 병원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아마 앞으로는 특정 진료과목에 집중하는 병원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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