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32] 안과 특화 박영우안과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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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전문의 제도가 태동하고 있고,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인공은 안과 특화 ‘박영우안과동물병원’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출신의 박영우 원장은 서울대 수의대에서 수의안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비교수의안과학교실에서 박사후과정을 지냈습니다.

국내에 몇 명 안되는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DAiCVO)인 박영우안과동물병원의 박영우 원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수의사가 원래 꿈이셨나요? 어떻게 수의대에 진학했는지 궁금합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지만, 수의사를 생각하지는 못했었습니다. 수의사가 된 것은 가족의 영향이 컸습니다.

제 형은 의사고 누나는 수의사였는데요, 제가 대학교를 결정할 때 의사인 형보다 수의사인 누나가 수의사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에 대해 더 확실하게 얘기해줬습니다. 그래서 그 영향으로 수의대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제 매형도 수의사(양돈 수의사)입니다. 집안에 수의사가 3명이나 있는 수의사 가족이죠?(웃음).

Q. 이력을 보면 ‘한 길만 팠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안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생일 때 수의안과학 수업을 듣고 공부할 때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작은 눈 안에 다양한 구조가 있고 여러 가지 병이 생기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또, 안과는 매우 직관적인 학문입니다. 제가 직접 눈으로 보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할 수 있는 학문이라 안과에 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Q. 특정 과목에 흥미를 갖는다고 모두 대학원에 가지는 않는데요, 수의안과 대학원을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부생 때 친구들이랑 이런 얘기를 종종 했습니다. ‘만약 임상수의사가 된다면 제대로 공부해서 실력을 갖추고 제대로 동물을 치료하고 싶다’고요.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고려했을 때 바로 ‘안과 대학원’이 떠올랐습니다. 고민 없이 안과 대학원을 선택했습니다.

처음부터 박사까지 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데, 안과 공부가 재밌고, 공부를 할수록 더 알아가는 게 흥미로워서 박사까지 하게 됐습니다.

Q. 안과 특화 동물병원을 개원하기 전까지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서울대부속동물병원에서 안과&치과 진료 수의사와 팀장을 거쳤고, 지역 대형동물병원에서 안과/치과 담당 수의사로 근무했습니다. 박사 학위 취득 후에는 안재상 원장(청담 눈초롱 안과동물병원)과 함께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수의과대학 비교수의안과학 교실로 포닥(박사 후 과정)을 다녀왔습니다. 이후 개원 전까지 지역 동물병원에서 안과/치과 원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Q. 어떤 진료를 주로 하시나요? 안과 이외에 다른 진료는 전혀 하지 않으신가요?

안과만 진료 합니다. 각막질환 진료가 제일 많고, 수술은 백내장 수술이 가장 많습니다. 망막수술까지 다 할 수 있는 안과동물병원입니다.

지역동물병원에 근무할 때는 치과 진료도 같이 봤는데, 안과와 치과는 스타일이 다르고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안과 이외에 다른 진료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습니다. 개원할 때 당연히 안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Q. 병원이 5층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4층에 있는 동물병원까지는 봤었는데, 5층은 처음 봤습니다. 5층에 개원을 한 이유가 있나요?

안과만 보는 동물병원이고, 안과 케이스가 의뢰되어 오거나 검색을 통해 찾아오는 병원입니다. 용품이나 사료도 판매하지 않다 보니 1층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병원이 5층에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고, 보호자들의 불만도 없었습니다.

Q. 진료시간이 어떻게 되시나요?

주 5일(월, 화, 수, 금, 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진료합니다(목, 일 휴무). 3월 1일에 동물병원을 개원했는데, 오랫동안 해야 하므로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정도 있고 아이도 있으므로 삶의질도 생각해야겠죠?

Q.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DAiCVO)이신데요, 현재 우리나라에 전문의가 몇 명이 있나요?

서강문 교수님(Founder)을 포함해 한국 수의사 중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는 총 9명입니다.

그중에서 시험을 통해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수의사는 현재까지 저 포함 4명입니다(박영우, 안재상, 강선미, 김주리).

*편집자 주 :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는 지난 2011년 미국수의안과전문의 2명과 유럽수의안과전문의 2명을 초청해 5명의 아시아수의안과설립전문의(Founder diplomate)를 선정했습니다. 이후 설립전문의들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21명의 디팩토(De Facto) 전문의를 선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강문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설립전문의이며, 4명의 디팩토전문의가 있습니다(유석종, 지동범, 정만복, 김준영).

지난 2017년 박영우, 안재상 수의사가 최초로 정식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 아시아수의안과전문의 자격을 획득했으며, 2019년 강선미, 김주리 수의사가 시험에 합격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Q. 최근 전문진료 동물병원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과’ 특화 동물병원이 많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과가 특별히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쉽게 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반려동물 안과 진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동물이 눈이 안 보여도 치료를 안 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살아~’라는 분위기죠.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안과 케이스도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Q. ERG 검사를 하는 암실과 초음파 검사실, 진료실이 순환형 구조로 되어 있는 게 인상적입니다. 신경 쓴 부분이 병원 여기저기에 많아 보이는데요.

안과동물병원이기 때문에 안과 검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동선을 짤 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진료실과 초음파실, ERG 검사 암실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수술준비실도 별도로 마련했고, 예방적망막고정술 설비도 갖췄습니다. 마취기, 수술 장비도 신경을 썼고, 수술실에 공기살균시스템을 설치해 세균·바이러스가 제거되도록 했습니다.

Q.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우선 대구·경북 지역 동물병원과 신뢰를 유지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역동물병원 원장님들이 안과에 대해 알아가실 수 있도록 돕고 병원 운영에도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인 바람도 있습니다.

아시아수의안과전문들이 모여서 후배 수의사를 양성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실상 우리나라는 대학동물병원 이외에는 전문의 양성이 불가능한 상황인데, 미국처럼 여러 전문의가 모여 협력하면 전문의 양성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설은 이미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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