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Tiger:한국범보전기금 이항 대표

코로나19 시대, 수의학의 주 무대는 생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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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범보전기금(KTLCF)은 한국 호랑이와 표범을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국내 유일의 단체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러시아·중국·북한 접경지역의 아무르 호랑이와 표범(한국 호랑이와 표범) 개체군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유전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전을 위한 국제협력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문화역사적 복원에도 힘을 쏟고,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까지 펼치고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수의생화학을 가르치며 한국범보전기금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이항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이항 교수는 호랑이에 대한 각종 활동은 물론 코로나19 시대 수의사에게 생태학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강조했습니다. 개·고양이·가축 등 사람과 가까운 동물을 제외하면 포유류 동물들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질병이 어떻게 도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Q. 한국범보전기금의 첫 시작은 2004년에 결성된 소규모 시민 모임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과 결심으로 출범했는지 궁금합니다.

과거 미국에서의 경험이 한국범보전기금을 시작하는 데 큰 계기가 됐다.

우연히 미국 동물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호랑이에 대해 나보다 미국인들이 더 잘 알고 있더라. 호랑이는 미국에 산 적도 없고, 호랑이 나라에서 왔다는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게다가 호랑이의 해였던 1998년(무인년), 미국에서는 가는 곳마다 호랑이해 기념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호랑이에 큰 관심이 없던 우리나라와 달리, 호랑이에 대한 애정과 인식 수준이 높은 해외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건 아니다. 우리 교육이 뭔가 잘못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호랑이해인 2010년이 오기 전 나도 한국에서 무언가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온 후, 녹색연합의 이유진 간사께서 제안을 하나 하셨다. 전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멸종 위기에 노출된 고양잇과 아종이 아무르 표범인데, 야생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한 달에 만 원씩 모아 러시아에 있는 아무르 표범 보전단체를 지원하자고 하시더라.

호랑이와 표범에 관심이 생겼던 나도 참여했고, 그 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구활동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Q. 처음에는 어떤 연구로 범보전기금의 방향성과 틀을 잡아가셨나요?

우선 한국 호랑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이 급선무였다. 시베리아 호랑이, 백두산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조선범… 이들이 각자 같은지 다른지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가 시급했다.

그런데 이 호랑이들이 한국에 없으니 연구할 수가 없지 않은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그래도 뼈와 가죽은 어디엔가 남아있겠지’ 였다. 그래서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국내에는 없었다. 그래서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박물관 종사자들에게 연락하던 와중, 우리 학교에서 해부학을 가르치는 기무라 교수의 도움으로 동경과학박물관에서 한국 호랑이 표본을 찾아냈다.

그 외에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과 일본 도시샤대학 박물관에서도 샘플을 찾아냈고, 허가 및 수입 과정을 거쳐 뼛가루를 조금 얻어오는 데 성공했다.

그 뼛가루의 DNA를 지금 러시아에 있는 아무르 호랑이의 DNA와 비교해봤더니 완전히 똑같더라. 그래서 그 결과를 논문으로 냈다.

그 다음엔 우리나라 호랑이가 없어진 과정을 우리 중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조사해보니 이를 처음 밝혀낸 게 한 일본 동물작가더라. 그래서 후속 작업으로는 그분의 일본어책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를 번역하고 출판했다.

Q. 현재는 범보전기금이 연구 활동 외에 교육, 캠페인, 자문활동 등도 활발히 주도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법인을 설립하시고 사업을 확장하신 건가요?

표본 수준의 작업에만 머무르지 말고, 호랑이·표범 보전을 더 체계적으로 진행해야겠다는 필요성은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우선 호랑이의 해인 2010년(경인년)이 되기 한 달 전, 민속박물관에서 호랑이 심포지엄을 조직했다. 그 작업이 끝난 후 2011년에 비영리 사단법인을 세워 여러 연구사업, 학술사업, 교육사업을 하나씩 구축해 나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수많은 활동 중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우선 다음 세대에게 호랑이를 친숙하게 만들고자 어린이 호랑이그리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에 학생들을 파견해 호랑이 조사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큰 고양잇과 동물, 즉 판테라 속에 해당하는 유전자마커를 개발하기도 했다. 원래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표준 마커는 없었는데, 지금 우리가 아시아 각국에 보급하고 있다.

Q. 멸종사와 관련된 번역·출판도 진행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호랑이에 대한 다른 역사 문헌도 다루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역사 문헌 속 호랑이 기록도 파헤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손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역사는 우리 소관이라고 말하기 애매하기도 하고…

그런데 이야기가 나와서 말하자면, 신기하게도 최근 한 영국인이 이 작업을 해보고 싶다며 연락해왔다.

온갖 나라를 돌아다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탐험가인데, 아무르 호랑이에 빠졌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속 호랑이 기록을 번역해서 읽어보고 싶다며 나를 찾아왔다.

사실 이처럼 호랑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물이다. 우리는 별로 관심이 없는데, 외국인들은 우리 호랑이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Q. 단체에서 생태·유전학적 연구 외에 범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 해소 방안이나 범과 인간의 관계도 연구한다고 들었습니다. 사회과학 및 인문학과의 융합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범보전기금 이사 중에 역사학자와 사회학자도 계시고, 수의인문사회학을 가르치는 천명선 교수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일례로 역사학을 전공하신 분께서는 조선시대의 사회환경을 연구하셨다. 관심사가 우리 단체와 완전히 일치하여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모든 호랑이 기록을 찾아 지도에 표시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시작했다. 호랑이가 주로 어디에 나타나는지, 출몰 경향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해보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여러모로 여건이 힘들어서 중단된 상태이지만, 이런 식으로 융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한국범보전기금에서 수의대 전공자들이 많은 비중을 담당하고 있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업무가 분배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수의사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저와 우리 실험실의 대학원생들이 대부분의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 학생들도 대부분 수의학이 아닌 생물학, 축산학 등의 분야에 몸담고 있다.

제가 한국범보전기금,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야생동물실태조사 전문인력양성사업단 등을 맡고 있는데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겹친다.

한국범보전기금의 회원은 사회 곳곳, 다양한 분야에 퍼져 있다. 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회비를 내며 우리의 활동을 지지해주고 있다.

하지만 실제 연구는 사실상 나와 연구원들의 자원봉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범보전기금에서는 활동가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도 없다. 연구나 마커 개발은 환경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우리 수의대생들에게도 계속해서 호랑이나 야생동물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지만, 실제로 이 분야에 뛰어들겠다고 마음먹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장래에 대한 고민은 결국 ‘과연 이걸로 먹고 살 수 있는가’로 귀결되니까 이해는 간다. 하지만 아쉬움과 걱정이 큰 것도 사실이다.

Q. 오는 길에 범보전기금과 서울대 수의대생들이 협업한 원헬스 캠페인 ‘ㅎ프로젝트’에 대한 포스터를 봤습니다. 학생들과 소통하시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채식, 친환경 제품 사용, 다회용품 사용 같은 친환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 보길 장려하는 캠페인이다. 우리 학생들이 수의학에서 다루는 원헬스의 중요한 요소인 환경의 건강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마음에 시작했다.

평소 커피를 마시러 수의대 카페에 종종 가는데, 늘 텀블러를 갖고 가려 하면서도 자꾸만 까먹게 되더라. 그러다가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야생동물들이 마스크 끈에 죽어 나가는 걸 보며 ‘정신 차려야겠다’ 싶었다.

그때 든 생각이, 수의대 학생이고 수의대 교수면 동물을 사랑한다는 사람인데, 동물을 치료하고 수술하는 훈련은 받으면서 질병보다 훨씬 많은 동물을 죽이는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게 뭔가 잘못된 것 같더라.

우리 곁의 개와 고양이만 사랑하고 산에 사는 동물들은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 텐데…

이런 인식을 어떻게 심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본과 3학년 학생에게 이런 이야기를 건네며 가볍게 물꼬만 터줬는데, 너무 좋은 생각같다며 본인이 친구와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다 해오더라.

우리 실험실 대학원생과 연결해주고, 범보전기금에서도 예산을 조금 지원해줬더니 어느새 학생들이 SNS로 캠페인 인증샷을 공유하고 있더라.

원헬스를 다룬다고 하면서도 환경은 사실상 빠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계기로 많은 학생이 환경과 동물, 환경과 수의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Q. 사실 교수님께서는 수업에 호랑이 인형을 종종 출연시키시는 거로도 학생들 사이에 유명하시잖아요. 지금 사무실에도 호랑이 인형과 모형이 매우 많은 걸 보니, 호랑이를 정말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호랑이가 우리 한국에는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시나요?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문화를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좋아하는 동물이다 보니 재산 가치 역시 엄청나다. 전 세계에서 호랑이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동물은 또 없다.

나라마다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 일본은 원숭이, 프랑스는 닭, 영국은 사자… 호랑이가 제일 많은 나라는 인도와 러시아인데, 이 둘도 호랑이를 상징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호랑이는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 한국의 상징이다.

그런데 우리 수의대조차 호랑이, 또는 우리나라 동물이 아닌 아프리카의 동물인 기린(백린)을 상징으로 삼고 있다는 게 조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웃음). 우리가 호랑이에 대해 얼마나 애정과 관심이 부족한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속상하다.

Q. 그렇다면 왜 호랑이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부족할까요?

사실 이 부분은 잠시 포유류로 확장해서 말하고 싶다. 이는 비단 호랑이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야생동물, 그 중에서도 포유류에 관한 문제다.

지금껏 국가의 그 어떤 연구·교육 프로그램도 우리나라 포유류를 단독으로, 체계적으로 다룬 적이 없다. 우리가 우리 동물에 이렇게 관심이 없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봤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동물학의 전통이 깊지 않았다. 농업 국가다 보니 식물학은 오래전부터 맥이 이어져 왔지만, 동물을 키우는 건 원래 우리의 본업이 아니었다.

우리와 반대인 케이스가 바로 유럽이다. 유럽은 식량의 대부분이 동물성 식품이고, 다윈 이전부터 수백 년 동안 동물에 대해 연구해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학문이 생물학의 형태로 한국에 들어오며 포유류는 떼고 들어온 것 같다.

보통 한국에서 ‘조류’ 하면 북한에서는 ‘원홍구’, 남한에서는 원홍구의 아들 ‘원병오’ 박사가 떠오른다. 또, ‘나비’ 하면 나비박사 ‘석주명’, ‘식물’ 하면 ‘우장춘’ 박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한국 호랑이, 표범, 반달가슴곰, 늑대, 여우, 사슴, 노루, 너구리, 족제비, 담비, 고라니, 산양을 평생 연구했다는 원로 학자는 들어본 적 있나? 아마 아무도 없을 거다(웃음).

관련 교육이 전무했으니 해방 후에도 생물학자들이 포유류 쪽으로는 잘 성장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애초에 포유류가 연구하기 어려운 대상이기도 하다. 왜냐면 일단 보이지가 않는다. 아프리카의 기린이나 사자는 넓은 초원에서 쉽게 포착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포유류들이 산속에 사니까 찾기부터가 어렵다.

새는 망원경으로 보면 되고, 파충류나 곤충은 채집하면 되는데, 포유류는 그렇지가 않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수십년이 흐르다 보니, 안 그래도 규모가 작았던 포유류 분야는 다른 생물학 분야에 비해 전혀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사실 포유류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생물학의 기본은 생태이고, 생태의 씨앗은 포유류인데, 많은 이들이 지금껏 그 중요성을 간과해왔다.

그래서 포유류를 무시했던 대가를 지금 치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휩쓸고, 코로나19가 덮치고 있는데 매개체로 작용하는 포유류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생태학적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한 지금이다.

Q. 호랑이뿐만 아니라 야생 포유류를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과오가 지금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혹시 이번에 맡으셨다는 포유류 야생동물 전문인력 양성교육도 이런 부분과 관련이 있는 걸까요?

맞다. 제가 단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 야생동물 실태조사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이 올해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과 손을 잡았다.

늦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포유류 야생동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생을 모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야생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이 없지 않다는 거다. 40명 뽑는데 529명이 지원했는데, 각자 사연도 절실하고 의지도 강했다. 수의대생 외에 연극이나 예술 분야의 지원자들도 많더라.

기존 세대는 잘 몰랐지만, 야생동물이 궁금한 사람들이 사회 구석구석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이들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될 것 같다.

대중과 매체의 관심은 대부분 ‘반려동물도 코로나에 걸리나’에 꽂혀 있지만, 내가 보기엔 ‘야생 포유류에 전파될 가능성’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인간 사이의 코로나는 변종이 생기더라도 언젠간 백신이나 집단면역으로 끝나게 될 거다. 반려동물이나 가축에게 가면 백신이나 살처분 같은 관리로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런데 야생동물에게 가면 우리가 컨트롤할 방법이 없다. 소리소문없이 퍼지고 몇 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형태가 되어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다.

이번에 코로나 사태가 분명하게 보여줬지만, 나는 앞으로 수의학의 주 무대는 생태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야생 포유류가 어떤 질병에 감수성을 갖는지, 이들 사이에 질병이 어떻게 퍼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절실하다.

10년 전부터 포유류 연구회를 만드는 등 관련 인력을 양성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이번 교육을 계기로 포유동물 생태를 다루는 학문이나 과가 본격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하는 이야기인데, 수의대 안에 6년제 수의학과 외에 4년제 동물학과를 만들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생태와 진화의 기초를 다루는 동물전문가를 양성하는 길, 그 길의 주도권을 수의대가 잡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수의대생들을 위한 야생 포유류 교육 프로그램이 따로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야생동물질병은 점점 늘어날 테고, 이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건 수의사일 텐데, 바로 그 수의사가 생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훈련이 아예 불가능할 거다.

Q. 호랑이에 대한 무관심이 단순히 독립적인 문제가 아니라, 결국 생태 교육의 미흡함과도 통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다시 범 이야기로 돌아와서, 올해로 범기금이 17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지금까지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이번에 퇴임하신다고 들었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제 정년퇴임을 맞으면 아마 지금보다는 쉬게 되겠지만, 인력양성 과제는 최소한 4년은 잡고 가야 한다. 내가 직접적으로는 관여하지 않더라도 다른 분이 이어서 맡으시겠지만 음으로 양으로 도울 계획이다.

앞서 말했지만, 앞으로 수의학의 주 무대는 생태학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질병의 상당 부분이 야생동물에서 오게 될 텐데, 우리가 생태를 너무 무시해왔다.

학생들이 이를 염두에 두며, 어떻게 하면 우리 집단 내의 문제 원인을 사회, 생태, 환경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개선할 수 있을지, 본인의 능력이 어떤 측면에서 사람과 동물, 그리고 생태계와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면 좋겠다.

정세민 기자 sjung0430@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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