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Rehabilitation : 한방과 재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김민수 교수님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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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학의 다양한 분야 및 이슈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8기가 “수의학 A to Z”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수의학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리 학생들로부터 공모받은 알파벳에 따른 키워드를 정해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A부터 Z 키워드 기사가 계속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열여덟 번째 키워드 알파벳 R은 Rehabilitation(재활)입니다.

재활이란 특정 질환의 치료보다는 질병의 진행 과정이나 수술 과정으로부터 최상의 상태로의 회복을 하고 전반적인 복지 향상을 중점으로 하는 요법입니다. 주로 정형외과와 신경학적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나, 그 외에도 체중감소를 돕고 작업수행 능력을 향상하는 등 건강관리 및 예방의학에도 사용되고 있습니다.(Fossum small animal surgery, 5th edition)

재활치료에는 ▲한랭요법, 열요법, 초음파 등의 물리치료 ▲마사지, PROM(수동적 관절운동) 등의 도수치료 ▲계단 오르기, Wheelbarrowing 등의 운동치료 ▲수중 트레드밀, 수영 등의 수중요법 등 다양한 요법들이 존재합니다. 최근에는 한방치료를 적용하여 재활의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이 역시도 침술, 뜸, 운동요법 등 점차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 기사는 이러한 방대한 분야의 재활치료 방법들 가운데 “한방 재활치료”를 다루고자 합니다. 한방치료는 최근 들어 수의대생들과 보호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근골격계 질환의 재활에 한방치료를 적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습니다.

현재 전통수의학 강의는 전국 10개의 수의과대학 중 서울대, 전북대의 두 곳에서만 개설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분이 전통수의학이 어떤 학문인지,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재활에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전통수의학을 강의하고 계시는 김민수 교수님을 뵙고, 전통수의학과 재활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 동물병원 부원장으로 있는 김민수입니다. 전공은 수의외과학이고, 주로 진료하는 분야는 외과 및 응급, 한방진료입니다. 예전에는 대동물 및 소동물 수술 진료를 많이 했으나, 지금은 응급진료가 가장 많고 외상수술이나 한방진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연구 분야는 개와 고양이 심혈관 질환의 새로운 치료방법 개발입니다. 전통수의학 연구로는 다양한 임상 증례를 이용한 후향적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학교에서 전통수의학을 강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을 가르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서울대에서는 주로 학부생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전통수의학 이론을 가르칩니다. 예전에는 침을 놓는 자세한 방법과 경맥/경혈 위치를 다 암기하게 했는데, 지금은 전통수의학이 어떤 것인지 정도를 이해하게 합니다. 즉, 전통수의학 자체의 치료방법(method)보다, 한의학을 이용해 동물을 치료하는 관점(mind)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수업목표입니다. 전통수의학의 관점을 가지고 진료에 임하는 수의사들은 같은 환자를 보더라도 한방과 양방의 두 가지 접근법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구체적인 진료방법을 배우기 전에 한방수의사들의 생활과 의견, 자세부터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학부생들에게 더 이로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실제로 한방진료를 대체의학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현대의학으로 적용하기 어려울 때 대체하여 적용하는 편인지, 혹은 재활과 같이 주로 특화된 분야가 있어서 현대의학보다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편인지 궁금합니다.

글쎄요. 저는 대체의학(alternative)이 아닌 통합의학(integrate)으로 부르고 싶습니다.(웃음)

양방의 입장에서 한방은 대체의학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한방의 입장에서는 양방이 대체의학이겠죠. 사실 한방이 대체의학이라는 인식 자체는 양의학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생긴 것 같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데 있어 양방과 한방은 둘 중 하나만이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두 시선을 가지고 함께 조화를 이루어서 바라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출혈이 있다면 양방의 약품과 한약재를 필요에 따라 같이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학부생들의 경우, 졸업할 때까지는 양방을 중심으로 공부하시길 바랍니다. 그 이후 좀 더 깊은 수의학 공부를 하시면서 한방과 양방의 조화와 균형감을 찾아갔으면 합니다.

Q. 그렇다면 전통수의학만의 장점(강점)이 있을까요?

중요한 질문입니다. 전통수의학의 강점은 바로 환자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시적인 시야’를 갖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장 문제가 있는 고양이 환자 케이스를 가져와 봅시다. 이 경우 전통수의학적으로 고양이를 치료한다면, 치료의 목표는 단순한 장 문제 증상 해결만이 아닙니다. 한의학적인 접근으로 장에 문제가 있는 고양이는, 추후 피부와 호흡기계가 안 좋아질 수 있으므로 이 부분도 생각해서 진료해야 합니다. 보호자의 생활습관 역시 환자 예후를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로써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의학적 접근은 하나의 부위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시야를 갖게 되기 때문에 넓은 범위의 진료가 가능합니다.

Q. 이제부터 한방·재활치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재활에 있어서, 전통수의학의 적용 범위는 어떤가요? 주로 어느 질환에 적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재활은 주로 근골격계 및 신경계 질환에 적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통수의학도 마찬가지로 신경계 및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사용됩니다. 다만 전통수의학은 재활뿐만 아니라, 골절과 같이 해부학적인 문제가 발생한 것을 제외한 만성·난치성 내과질환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종양과 같은 질환 역시 전통수의학으로 치료 접근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한방은 재활을 포괄하는 상당히 넓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Q. 한방·재활치료가 양방에 비해 특별히 겪는 고충이 있을까요?

우리 환자들은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잘 호전이 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양방보다 한방치료는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방진료를 꾸준히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끈기가 요구됩니다.

현실적으로는 수가 문제가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수가를 받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Q. 작년부터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의 한방진료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최초라고 들었는데, 다소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공식진료로 바뀌게 된 이유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웃음)

공식적인 한방진료를 시작한 이유는 먼저 서울대학교의 대표성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먼저 한방진료를 시작하면 다른 수의과대학들에서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보호자들에게 서울대학교에서도 한방진료를 한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동물 한방진료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들이 전통수의학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그리고 한방수의사를 꿈꾸는 수의사에게는 그 꿈을 이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사실 제 은사님께서 많은 노력을 하셔서 지금까지 한방진료가 잘 유지될 수 있었는데, 제가 이것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Q. 주로 어떤 환자들이 찾아오나요? 재활 분야의 비중이 그 중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합니다.

학교 병원은 한방진료를 보는 환자 수가 많지는 않은데요, 그중 가장 많이 오는 케이스는 난치병 종류입니다. 노령으로 인한 심장병, 신부전, 췌장염 등 복합적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찾아오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그다음으로는 난치성 신경계 질환, 종양,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이 많이 옵니다. 특히 안면신경마비의 경우, 감사하게도 찾아오신 환자들이 전부 다 호전이 되었고, 그래서인지 많이들 오십니다.

대학병원의 특성상 한방치료를 제외한 재활 분야는 정형외과의 수술 후 케어로 분업이 되어 정형외과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면신경마비로 침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Q. 최근 우리나라의 수의 한방진료의 트랜드는 어떤지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한방 재활치료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옛날에는 한방 단독 위주로 진료를 봤다면, 이제는 한방과 재활을 함께 하는 것이 트랜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술후에 한방과 재활을 같이 해서 효과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또한, 한방전문동물병원이 하나둘 생기고 있고 이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새롭게 뜨고 있는 연구 분야는 침 치료와 줄기세포의 관계를 밝히는 것입니다. 제가 같이 참여한 연구에서 침을 특정 경혈 자리에 놓으면 혈액에서 stem cell이 많이 증가한다는 우수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또한, 해당 혈액에서 정제된 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주입했더니 호전되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었고, 이에 대해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Tatuaba E. Salaza et al., 「Electroacupuncture Promotes Central Nervous System-Dependent Release of Mesenchymal Stem Cells」, 『Stem Cells』, 2017)

해당 논문

Q. 미국에서 전통수의학은 재활수의학과 함께 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학문의 특성상 수의사로서 전통수의학을 하려면 재활수의학도 결국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같이 협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한테 도움이 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재활의 목적으로 한방이 필요하다고 보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다만, 한방이 재활의 목적으로만 쓰이면 범위가 좁아지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학문적인 관점에서는 전통수의학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전통수의학과 이를 활용한 재활치료에서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과학적인 근거가 많이 부족합니다.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치료적 기전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더 연구하고 밝혀내야 합니다.

Q. 전통수의학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대중화 및 보편화가 되기 위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필요하시다고 보십니까?

우선 한방치료에 대한 증례 보고가 더 많아져야 하고, 환자가 치료받은 후의 보호자 만족도가 높아져야 합니다. 한방치료는 치료적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한방진료를 하시는 수의사 선생님과 보호자와의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는 것 또한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때때로 막연히 침을 맞으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로 환자에게 침 치료를 받게 하는 보호자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정확한 수의학적 정보 교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대학에서 전통수의학을 배우지 않는 학생들이나 수의사들은 어디에서 이 분야를 배울 수 있을까요?

서울대와 전북대를 제외한 다른 수의과대학들은 전통수의학 강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근 코로나로 화상 강의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에,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전통수의학 수업을 화상 강의를 통해 희망 수의대생 대상으로 10개 대학이 같이 듣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외에 한국에서 전통수의학을 배우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물론 개인적으로 그룹을 만들어 전통수의학을 공부하시는 분들도 다양하게 계십니다)

첫 번째는 전통수의학회에서 배우는 겁니다. 전통수의학회에서 가르치는 수업은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2003년부터 10년 이상 진행해온 강좌입니다. 현재는 여러 다른 일들로 강좌 개설을 못 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에 전통수의학회를 통한 교육과정을 다시 개설하려고 합니다. 아마 내년(2022년)이면 서울대 남치주 명예교수님, 대구한의대 김희영 교수님, 그리고 제가 함께 집필한 ‘전통수의학 입문’, ‘소동물의 침구 심화’, ‘소동물 경혈의 해설집’의 전통수의학 관련 서적들이 출판될 것 같습니다. 본 교재 3권이 발간되면, 이를 사용해 교육과정을 다시 진행해볼 계획입니다.

두 번째는 Chi university의 교육과정을 통해 배우는 방법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공통의 교육과정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이 전반적으로 영어로 진행되고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통수의학회 교육과정보다 한의학적 내용이 깊지 않고 간단해서 임상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Chi University 교육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학부생이나 전통수의학에 관심이 있는 국내 및 아시아, 미국의 젊은 수의사들이 많이 참여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방진료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방전문동물병원 자체가 희소성이 있고, 한방은 한약, 재활, 마사지, 치료 등 많은 것을 다룰 수 있기에 분명 그 가치가 있습니다. 다만 한방진료란 수의사가 보호자의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 어려움을 견딜만한 용기와 자신이 있다면 경영 및 진료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한방진료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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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통수의학은 재활에 특화된 대체의학이라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동물한방병원에서 재활 위주의 치료가 많이 이뤄지고 있고, 실제로 기사 기획과정에서도 주제인 ‘재활’의 핫이슈로 한방 재활치료가 가장 먼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민수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통수의학의 확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전통수의학이 재활, 대체의학이라는 한계를 넘어 양방수의학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자 치료방법의 선택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분야인 재활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수의학이 수의학의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채정화 기자 wjdghk6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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