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A to Z] Marine animal:홍원희 수의사②

2부: 코로나 시대의 해양동물 수의사와 해양동물 수의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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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코로나 시대의 해양동물 수의사와 해양동물 수의사의 미래>

Q. 코로나의 영향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줄자 동물원의 동물들이 한결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있다는 내용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 시대, 아쿠아리움에도 변화가 있었을까요?

일일 방문객수가 줄어든 건 동물원 보다 실내인 수족관이 더 타격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수족관은 관람객 수에 동물들의 스트레스가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아마 두꺼운 아크릴을 통해서 관람객들을 대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교류가 동물원보다는 확실히 덜해서 그런 것 같아요.

동물원에서는 유리창이 있어도 사람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좀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어류는 밖에 있는 사람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습니다.

전시 스트레스보다는 살고 있는 곳의 규모나 환경에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물고기를 키워보면 알 수 있듯이 어항에 적응을 하면 또 잘 살거든요. 적응 기간 동안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겠지만요.

그래도 포유동물들은 관객의 영향이 조금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들도 아크릴 밖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행동들을 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크릴 밖에 있는 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 같네요.

간혹 사람들을 쳐다보고 쫓아가는 경우도 있고,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애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 밖의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웃음). 이로 인해 아직까지 크게 스트레스를 보인 적은 없어서 어느 정도인지는 저도 감이 오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스트레스가 클 수 있는 유리창을 두드리는 관람객들의 수 또한 줄었다는 건 확실한 스트레스 격감 요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Q.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근친 예방, 동물 복지 등의 다양한 이유들로 중성화 수술을 받고 있는데, 수족관에 있는 해양 포유류들도 중성화를 하고 있을까요?

해양 포유류는 마취 위험이 크고 수컷의 고환 위치도 육상 포유류처럼 몸 밖에 있지 않아 비교적 간단하게 중성화를 할 수 있지는 않습니다.

사실 기각류 마취도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별로 없어요. 아주 디테일한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해양동물의 경우 잠수반사 등 더욱 예민하게 살펴야 하는 부분들도 있죠. 일반 육상동물들을 기준으로 마취를 하려면 위험이 굉장히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해양 포유류의 피임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어서 일부 수족관에서는 해양 포유류를 자연피임의 방법으로 한성으로만 분류해 놓기도 합니다.

 

Q. 수의사님을 필두로 많은 수의사 선배님들 덕분에 아쿠아리움 수의사의 길로 진출하는 것이 훨씬 용이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에서 아쿠아리움 수의사가 되기 위해 배울 수 있는 의학적 지식은 매우 한정적인데, 요새는 특히 코로나 때문에 수의사님이 학부생 때 하셨던 것처럼 해외 실습을 나가기도 힘들어진 상황입니다.

아쿠아리움 실습 외에도 국내에서 해양동물과 관련해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해양동물에 관심이 있고 굳이 임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 울산의 고래연구소에서 매년 진행하는 해부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고래연구소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도 올해부터 해부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고래류를 포함한 해양 포유 동물과 더불어 상어, 거북이 등 다른 해양 동물의 부검을 접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관심이 있다면 실험실에 직접 가보기도 하면서 선배들 중에 수생동물의 연구 쪽에 계신 분들에게 문의하면, 수생동물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직접 만들고 계신 분들도 계셔서 참여 방법을 알려 주실 겁니다.

 

Q. 아쿠아리움 수의사가 과거보다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전속 수의사가 1명인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앞으로 수의사를 추가적으로 채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국내 수생동물 의료계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적절한지, 우리나라 수생동물 의료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미 수의사 선생님이 계신 다른 수족관의 입장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희 회사 입장에서 수의사를 추가로 채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수족관 사업이 좀 어려워서라고 해야 할까요? 기존에 있었던 수의사의 TO도 하나 없어져서 추가적인 채용이 다시 있을지는 제가 지금은 대답해 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희망적인 얘기를 드리자면, 저희 회사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국내에 새롭게 오픈하는 수족관이 수의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어느 정도 이상이 되는 수족관의 수의사 채용을 의무화하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도 진행될 전망입니다.

또한 (정부의) 해양동물구조치료기관도 지금 준비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국내에 그 수요가 좀 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5개의 아쿠아리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3명의 전속 수의사가 제주, 여수, 일산에서 근무 중이다.
(출처 : 아쿠아플라넷 공식 홈페이지)

Q. 이전에 코펜하겐 아쿠아리움(Den Bla Planet)에 방문했을 때 동물들이 비록 전시가 잘 되지 않더라도 전시의 기능을 줄이고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지형의 특징을 살려 원래 살던 곳의 모습을 최대한 재현한 모습의 미래지향적인 아쿠아리움의 형태가 흥미로웠습니다.

수의사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 나아가야할, 미래의 국내 아쿠아리움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저도 미래지향적인 코펜하겐의 아쿠아리움이 부럽습니다.

다른 질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뭘 먹고 어떻게 사는지는 모든 생물들에게 중요합니다.

수족관이라는 인위적인 환경에서라도 좀 더 자연에 가깝고 좋은 환경에서 건강한 먹이를 먹고 살 수 있게 지향해 가는 것이 사육동물들의 복지와 건강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족관은 단순히 데리고 있는 동물을 전시만 하는 곳이 아닙니다. 해양이라는 곳을 접할 수 있는 교육과 해양동물의 종보전을 위한 연구도 병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의 국내 아쿠아리움은 전시, 연구, 교육의 조화가 잘 이뤄지는 곳이길 바라봅니다.

 

Q. 현재 근무하고 계시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서식지 외 보전기관, 해양동물 전문 구조·치료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만의 특별한 점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활동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해양동물구조 건수는 얼마나 되는지, 해양동물구조시 맞닥뜨리는 큰 어려움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쿠아플라넷 제주만의 특별한 점은 너무 많습니다.

국내 최초의 서식지외 보전기관으로서 산호연구용역을 시행하면서 국내 산호 번식에 이바지했어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쉽지 않은 흰꼴뚜기 번식도 해냈고, 참다랑어 전시도 국내에서 유일하게 하는 곳입니다.

수의사들끼리 협업해서 기각류 마취도 안정적으로 해냈고, 서울대학교와 공동으로 상어 인공번식, 상어 항체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자랑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웃음).

해양동물구조 건수는 총 35건입니다. 이중 수족관을 거쳐 치료받은 케이스는 13건이네요. 많지 않아 보이실 수도 있지만, 저도 그렇고 저희 아쿠아리스트 분들도 그렇고 본업이 아닌 추가 업무를 하고 있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구조 치료가 항상 편한 낮 시간에 오는 것은 아니거든요. 바쁜 와중에 불려갈 때도 있고, 퇴근 후나 쉬는 날에도 연락을 받습니다.

이럴 때마다 아쿠아리스트 분들께 도와달라고 부탁드리는 것이 매번 너무 감사하면서도 미안합니다. 좀더 지원이 늘어나서 인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와중에 개인적인 시간을 써가며 많은 도움을 주시는 교수님들, 선생님들께 너무 많이 감사드립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와 마린메디컬센터
(출처 : 아쿠아플라넷 공식 홈페이지)

Q. 세계 곳곳의 아쿠아리움에서는 해양동물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해양동물 수의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연프로그램이나 쇼의 필요성 또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쇼가 운동 또는 놀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같이 놀아주는 개념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메디컬 트레이닝 등을 위해서 어느정도 사람과의 인터랙션이 필요합니다.

해외에서는 단순히 먹이로만 보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다양하게 마련합니다. 동물들이 훈련받고 원하는 보상을 고르도록 하죠. 이때 먹이나 터치, 도구로 긁어 주기 등을 고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받고 싶은 사람도 고를 수 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 트레이너와 보상을 고를 선택권을 주는데 이런 것을 보면 단순히 트레이닝이 아닌 놀이의 개념도 있습니다.

물론 공연 시간에 맞춰서 쇼를 하다 보면 항상 이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데리고 있는 동안에는 같이 시간을 보내고 놀아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쿠아리움 전속 수의사 1호인 수의사님을 보며 꿈을 키우는 후배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1호이기에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어려웠던 점들도 굉장히 많았을 것 같은데 특별히 1호라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또 수의사님처럼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호라서 힘든 점은 아직도 많이 부족한데, 저에게 가르침을 주실 분들이 가까이 없다는 것입니다.

잘 모르는 해외 분들께 뻔뻔함을 무릅쓰고 막 연락을 보내고, 책과 논문을 끼고 살아야 하죠. 그런 노력과 탐구를 지금도 계속해야 합니다.

그래도 그런 와중에 여러 교수님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무사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쿠아리움에서 저를 지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팀장님, 관장님 그리고 뭔가 해보려고 할 때마다 발벗고 나서주는 저희 아쿠아리스트분들, 우리 수의사 후배님들이 아니었으면 지금까지의 10년을 이곳에서 절대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새로운 영역의 개척을 꿈꾸는 후배님들께도 어떤 꿈을 꾸시든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같이 있는 분들의 소중함을 알고 서로 협력하면서 원하는 바를 적절히 공유하면서 함께 가야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너무 뻔한 말 같지만 그걸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혹시 하고자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자신을 돌아보길 바랍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 마린메디컬센터에서
연구와 치료 모두를 맡고 있는 홍원희 수의사

Q. 마지막으로 국내 1호 아쿠아리움 전속 수의사로서 앞으로 더 이루고 싶은 일이나 특별히 바꿔 놓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개인적인 소망으로는 박사 졸업하고 싶습니다(웃음).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어 온 논문을 착착 써서 더 이상 우리 실험실에 민폐 안 끼치고 제 몫을 하고 싶네요.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지만 희망이니까 한 번 더 얘기하자면, 국내의 구조치료기관 제주 분점이 생겨서 구조생물들이 적절한 치료를 적당한 때에 받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윤서현 기자 dbstjgus98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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