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캄보디아의 미래, 무궁무진한 꿈을 가진 수의사 Sa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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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감히 꿈꿀 수조차 없었어요. 그런 제가 캄보디아도 아닌 한국에서 수의영상의학을 전공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한계는 없습니다. 더 나아가 언젠가는 캄보디아 수의사협회 설립까지 꿈꾸고 있어요”

가깝지만 낯선 나라 캄보디아에도 수의사가 있습니다.

외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전남대 수의대 수의영상의학교실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캄보디아 수의사 쇼이 사란(Chhoey Saran)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대학교 수의영상의학교실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캄보디아 수의사 Chhoey Saran입니다. 캄보디아 수의사라니, 많이 낯설게 느끼실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의 시골 외곽, 농사를 짓는 부모님 아래에서 4명의 형제들과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행복했지만 공부는 감히 꿈꿀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부모님과 형제들은 저의 공부를 끝까지 지원해주셨고, 감사하게도 캄보디아 왕립농업대학(Royal University of Agriculture, 이하 RUA)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1964년 설립된 RUA는 캄보디아 농림수산부 산하의 공공대학으로, 수의학부도 캄보디아에서 최초로 설립됐습니다.

 

Q. 한국에서 수의영상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한국에 오시게 되셨나요?

한번 공부를 시작하니 자꾸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수의과대학 졸업 후 석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연했어요.

그러던 중 저에게 평소 많은 도움을 주셨던 한국인 목사님(신기조 목사님)과 이원배 교수님께서 박준근 교수님과 그의 국제협력팀에 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이를 계기로 전남대 수의대 수의영상의학교실 석사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지도교수이신 최지혜 교수님도 그렇게 만났습니다. 교수님게서는 수의영상의학에 아무 지식도 없던 저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Q.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저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의 문화, 음식, 심지어 사람까지 모든 것이 다 낯설었습니다.

당연히 한국의 동물병원과 그 곳에서의 배움은 저에겐 너무 어렵고 큰 장벽처럼 느껴졌습니다.

최지혜 교수님께선 저의 이런 상황을 이해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오직 저 만을 위해서 한국어 수업을 영어로 번역해주셨습니다. 일대일 강의로 저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셨죠.

전 아직도 첫 수업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업의 대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공부를 포기해야 되나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 제가 공부를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건 최지혜 교수님과 전남대학교 수의영상의학실 대학원생 선생님들 덕분이었습니다.

저 스스로에 대한 실망뿐 아니라 다른 분들께 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들때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선 ‘사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 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넌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동료 대학원생분들 역시 저의 연구와 공부에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절대 석사과정을 마칠 수 없었을 거예요.

 

Q. 졸업 후 캄보디아로 다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캄보디아 에서는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졸업 후 저는 모교로 돌아왔습니다. 이곳 대학과 부속동물병원(Veterinary Teaching Hospital)에서 학생과 수의사들을 상대로 제가 한국에서 배웠던 것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커리어에 있어서 엄청난 기회를 갖게 된 거죠.

RUA로 돌아오자마자 지난해까지 1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의영상진단학과 수의공중보건학 수업을 맡았습니다. 현재는 ‘수의 임상 실습 및 진단’ 수업도 추가됐죠.

학생들의 학위 논문도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14명의 졸업 논문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현재 지도학생은 22명으로 늘어났네요.

Q. 한국에서 배운 수의학이 캄보디아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강의 외에 제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은 사실 동물병원입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캄보디아의 동물병원은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졸업 후 모교로 돌아온 저는 상사와 병원 발전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습니다.

병원 시스템과 학생 교육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학교 교수진과 함께 하나씩 그 아이디어들을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영상진단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력과 기술,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영상진단 외에도 수술·처치 등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장님과 다른 교수님들 그리고 환자분들과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영상진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날들이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캄보디아의 대학동물병원은 한국 대학동물병원과 어떻게 다른가요?

RUA의 부속동물병원은 아시아개발은행(ADB), 한국국제협력단(KOICA), 체코, ReVet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비슷하게 교직원은 물론 학생실습 개념으로 교육, 학습, 실습, 연구 분야에서 병원의 도움을 받습니다.

한국의 병원과 특별하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내원하는 동물이 개인 것도 마찬가지죠. 고양이나 토끼, 원숭이 외에도 닭, 양, 염소, 돼지 같은 농장동물 진료도 이뤄집니다.

Q. 강의에 진료까지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많이 바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교와 대학병원에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여전히 최지혜 교수님과 동료 대학원생 분들과 연락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마주하는 케이스에 대해 교수님, 동료들과 토론하고 조언을 구하는 과정 속에서 저는 지금도 계속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Q. 연구나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인가요?

최근에 개의 피부질환에 대한 천연 샴푸의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캄보디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속동물병원에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 학생을 위한 논문이나, 그들의 다음 연구를 위한 실험동물 인프라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죠.

그리고 현재는 세 개의 또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Higher Education Improvement Project(HEIP)’라는 프로젝트입니다. 국제은행과 캄보디아 교육청소년스포츠부, 왕립농업대학이 함께 협력하고 있죠.

이 프로젝트에서 저는 영상진단 장비, 수술도구, 실험실 장비와 같은 의학 장비 구매를 위한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준비하는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Capacity Development of FVM which is for improving Veterinary Teaching Hospital with a Focus on Small Animal Research and Services’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환자의 입원실과 엑스레이실 개선입니다. 이에 더하여 지역사회 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소동물 진단 실습 및 처치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의 토대를 세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팀은 SEAOHUN(Southeast Asian One Health University Network)의 지원을 통해 캄보디아 지역사회의 광견병 예방에 대한 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Q. 선생님께서 해오신 모든 일들에 정말 감명받았습니다. 앞으로 선생님께서 꿈꾸시는 또 다른 미래 계획들이 있으실까요?

저의 꿈은 최지혜 교수님처럼 저의 학생들에게 제 지식을 널리 전할 수 있는 훌륭한 교수가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캄보디아의 수의영상진단학에 관한 전공서적을 써서 학생들과 수의사들로 하여금 수의영상진단학의 진보된 지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캄보디아의 수의영상의학 협회를 만들어 방사선, 초음파에 관한 저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현재 캄보디아의 수의학은 글로벌 수의학 기준에 비해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 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저와 생각이 같은 수의사들과 캄보디아 수의사협회를 만들어 표준화된 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협회가 워크숍, 세미나, 연수 프로그램,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캄보디아 수의사들에게 새로운 진단, 기술 및 치료와 관련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어 주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제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듯 저 역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도전에는 그만큼의 어려움이 따릅니다. 하지만 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지금도 도전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해주는 제 삶의 원동력과 같습니다.

제가 저의 꿈을 이뤄 나갈 수 있게 지금도 많은 도움을 주시는 최지혜 교수님과 저의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COVID-19 사태에서 모두가 안전하길 그리고 이 팬데믹이 곧 종식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이상민 기자 wbsldjzlem@naver.com

<인터뷰는 캄보디아에 머무는 사란 수의사와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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