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출발점에 선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 김재홍 초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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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이하 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획득해 정식 출범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동물보건의료, 수의정책 분야 연구의 불모지입니다. 구제역·AI 등 주요 가축전염병이나 항생제 내성 등 사람과 연관된 분야가 아니면 연구예산도 없다시피 한데다, 그 마저도 단편적 시각에 그치고 있습니다.

정책연구원은 ‘수의사와 함께 하는 사람, 동물, 생태계의 건강정책 네트워크’를 비전으로 동물보건의료·국민건강증진을 위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동물보건의료분야의 싱크탱크로 향하는 첫 발을 내딛은 김재홍 초대 연구원장(사진)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Q. 연구원 초대원장 취임을 축하한다. 간단한 취임소감을 부탁한다

수의 관련 정책연구원 설립은 수의계의 숙원이었다.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정책연구소를 뒀지만, 이번에 재단법인로 출범한만큼 수의계의 정책적 과제를 해결하고 국민이 바라는 동물 관련 조사∙연구 수요도 만족시켜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다.

현재 원헬스에서 누구도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지 못하다. 수의사가 원헬스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방향성을 체계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정책연구원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제 막 출범한만큼 조직과 예산이 약하다는 고민이 있다. 학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나아갈 길이 보이리라 기대한다.

 

Q. 대한수의사회 산하에 있던 수의정책연구소와는 어떻게 다른가

수의사회 내부조직으로서의 연구소는 내부 현안을 다룰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반면 정책연구원은 정부가 승인한 재단법인으로서 대외적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셈이다.

대정부 활동, 대외 연구용역 수주 등에서 확장성이 훨씬 커졌다. 외부와 연구 네트워크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물론 기존 수의정책연구소에 참여했던 전문가 분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Q. 올해 당장 연구사업을 시작할 계획인가. 기존 수의정책연구소에서도 국가시험 연구 등을 진행하다가 정책연구원 출범을 기다리며 중단된 상태다

대한수의사회서도 용역 과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정됐던 연구는 연속성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사실 수의사 국가시험은 수차례 연구됐고 개선의 방향성은 서 있다. 어떻게 실현할지가 남은 문제라고 본다. 농식품부와 검역본부 의지가 중요한만큼, 가능한 조기에 개선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조직과 예산이 확충될 때까지는 외부 연구용역을 유치해 내부 위원회 중심으로 수행하는 것이 먼저다.

대한수의사회가 계획하고 있는 정책연구와 함께 동물진료항목 표준화 연구를 당장 준비해야 한다.

 

Q. 말씀하신 동물진료항목 표준화 연구를 위해 올해 정부가 예산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을 책정되어 있다고 하는데 어떤 형태로 추진될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책연구원은 이 연구를 수주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표준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 사실 쉽지 않은 연구다. 물론 전문가 자문과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겠지만 정답이 없는 일이다. 연구팀을 어떻게 조직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Q. 내부 위원회 조직에 대한 구상이 있나

동물보건의료정책연구원은 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연구용역 수행체계를 갖춰 나갈 계획이다. 외부 전문가 분들이 위원회에 참여해 연구를 직접 수행하거나 자문하고, 과제도 발굴해나가는 것이다.

아직은 잠정안이지만 연구원장을 중심으로 자문위∙실행위를 실무조직으로 두고 연구분야별로 법제위, 진료정책위, 방역위생위, 원헬스위원회를 둘 생각이다.

법제위원회는 동물보건의료 관련 법과 제도에 대한 연구를, 진료정책위원회는 반려동물 진료와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응하고 기술적인 방안을 구상하는 연구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고병원성 AI, 구제역, ASF를 비롯해 축산물 위생 문제까지 정책적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방역위생위원회의 역할이 된다.

원헬스 위원회도 중요하다. 꼭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공중보건, 인수공통감염병, 환경분야 과제까지 유치할 수 있다.

당장은 4개 분야로 구성했지만 앞으로 더 세분화되어야 할 것이다. 연구과제에 따라 그때그때 특위를 구성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각 위원회별로 세부적인 인선도 구상하고 있지만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도 동물보건의료분야의 정책연구에 대한 수요는 이미 상당하다고 본다. 이미 수립된 연구용역과제를 수주하거나, 정책연구원 스스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연구과제를 발굴해 제안할 것이다.

 

Q. 동물진료항목 표준화나 국가시험 후속연구 외에도 향후 추진할 과제가 있다면

우선 코로나19로 중단된 한국수의정책포럼을 재정비할 생각이다. 정책연구원 주도로 푸럼을 운영하면서 정책과제 수요를 발굴하고 업계 현황을 수렴하고자 한다.

원헬스 차원의 연구는 현재도 여기저기서 모양은 잡지만 아직 부족하다. 동물질병관리가 원헬스의 핵심적 요소다. 수의계가 이를 주도할 수 있도록 조직화하고 연구역량을 키워야 한다.

사람의 질병관리 분야, 환경부서를 끌어안아 함께 연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의 분야가 역할을 못하다 보니 인의 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Q. 지금도 인플루엔자, 항생제 내성 등 다부처 연구에 수의 분야도 참여하고 있지 않나

이제까지는 대부분 교수진 개인이 참여하는 형태에 그치고 있다. 정책연구원이 조직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외부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연구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연구∙정책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검역본부가 있지만 가축전염병 방역으로 정신이 없다. (다부처과제에) 참여는 하지만 주도적이지 못하다.

(원헬스 연구를) 인의가 주도하다 보니 진료 측면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연구예산을 일원화하자며 복지부∙농식품부∙환경부가 모두 참여하는 인플루엔자 연구사업단이 출범했지만, 의료계 위주로 흐르다 보니 진료 위주로 연구과제가 책정됐다.

농림∙환경 분야는 구색 갖추기에 그쳤다. 연구예산이 주도적인 분야에 따라 편향된다는 것이다.

원헬스 차원의 연구는 균형감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사람에게 감염병이 도달한 후 어떻게 치료할 지도 문제지만, 그 전에 동물에서 차단하기 위한 연구가 더 중요한데 부족함이 있다.

 

Q. 정책연구원이 그러한 문제를 개선하는데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미국수의사회는 Congressional Advocacy Network를 통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할 정책적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네트워크와 조직을 갖추고 있다.

정책연구원도 이와 같은 형태의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은 인력·예산이 부족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그렇다.

단일과제 1, 2개 하는데 그쳐선 안 된다. 물론 수의사회의 요구에는 적극 부응해야 하겠지만, 수의사회의 내부 현안만 담당해서는 정책연구원의 존재가치가 점차 희석될 것이다.

 

Q. 재원 확보가 가장 큰 과제인데

외부 연구용역 수주도 있지만 기부금을 받을 필요도 있다. 지정 기부금 단체 승인을 곧바로 추진할 계획이다. 예전에 학회장이나 세계수의사대회 준비하며 모금에 나섰던 기억을 되살려야 할 판이다(웃음).

적어도 한 해 연구비가 2억원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연구원에 전문연구위원의 참여도 독려할 수 있고 사무실도 운영할 수 있다. 내년까지 궤도에 올리는 것이 목표다.

 

Q. 마지막으로 수의사회원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반려동물 진료항목 표준화나 전문수의사 제도, 보험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수의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수의사회에서 어느 정도 주도하고는 있지만 개인 회원분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어떻게 하면 이 부분의 최대공약수를 담아낼 수 있을지 고심하는 것은 사실이다.

정책연구에서는 잠재된 문제점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 불가능하더라도, 문제 자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소통’이 중요하다. 경험이 많고 전문성 높은 분들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듣겠다. 소통하다 보면 길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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