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동물병원 인체용의약품 허가외사용

동물 치료 위해 인체약 사용 불가피한데..’생명 담보로 권한 늘리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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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회가 동물병원의 인체용의약품 사용에 주목하고 있다.

수의사가 판매 목적의 인체용의약품 조제·개봉판매하는 행위를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데, 처방·조제를 포함한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허가외사용은 동물 질병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만큼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물 진료에 인체약 조제, 위법 주장..병원 안에서만 쓰라는 얘기?

앞서 약사회는 7월 사람과 공통으로 사용하는 동물대상 의약품 관리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동물에게 쓰이는 인체용의약품 관리가 소홀하다’며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약사법·수의사법 개정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해당 연구를 보도한 의약뉴스에 따르면, 약사회는 수의사가 판매 목적의 인체용 의약품을 조제 또는 개봉해 판매하는 행위를 약사법 위반으로 보고, 이에 대한 법적 고발을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행 약사법은 수의사가 동물을 진료할 목적으로 전문의약품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구입·사용 내역을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매상에서는 공급받을 수 없도록 한 불합리한 규제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동물병원은 동물 진료를 위해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동물용의약품으로 정식 허가된 약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허가외사용(Extra-label drug use)은 수의학에서 보편적인 진료방식이다. 동물의 건강을 위해 인체용의약품도 수의사가 수의학적 전문지식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EU,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수액, 주사제 등 동물병원 내에서 수의사가 인체용의약품을 직접 처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조제하여 보호자에게 내어준다. 통원 치료 환자에게 경구제제는 수의사 처방에 따라 보호자가 집에서 투약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때문에 수의사의 인체용의약품 조제, 개봉판매가 약사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동물병원 수의사 모두를 범법자로 몰아세우는 셈이다.

그렇다고 아픈 동물에게 약을 준답시고 무조건 입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 체중에 맞게 제조된 인체용의약품을 동물에게 사용하려면, 단순 개봉에 그치지 않고 용량을 맞춰야만 한다.

동물 진료를 위해 수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쓸 수 있도록 한 약사법의 취지가 ‘조제나 개봉 판매는 불가능하니 원내에서만 쓰라는 의미였다’고 보는 쪽이 더 비상식적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논란에 일선 동물병원 수의사는 “아픈 동물의 치료보다는 밥그릇 챙기기에 가까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수의사회 관계자는 “애초에 동물 치료에 필요한 인체용의약품을 원활하게 공급받기조차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동물 생명을 담보로 한 권한 늘리기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美 경제적 목적의 인체약 허가외사용도 인정..투약, 처방, 조제 모두 허용

미국에서 1994년 제정된 동물의약품 사용 명시에 관한 법률(AMDUCA)은 수의사에게 인체용의약품을 포함한 의약품의 허가외사용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특정 종에게 허가된 동물용의약품을 다른 종에게 사용하거나, 인체용의약품을 동물에게 사용할 때의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AMDUCA와 관련 미국수의사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허가외사용은 수의사의 진료에 의해 형성된 VCPR(Veterinarian-Client-Patient Relationship)을 전제로 수의사의 관리감독 하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수의사의 투약, 처방, 조제가 모두 허용된다.

동물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로 한정해, 가축에서 생산성 증진을 위한 목적 등으로 허가외사용을 시도할 수 없도록 선을 그었다.

특히 반려동물 등 사람의 식품과 관계없는 축종에서는 공중보건상 위협만 없다면 통상적으로 허용된다.

이때는 경제적인 목적의 허가외사용도 허용하고 있다. 수의사가 필요로 하는 성분의 동물용의약품이 있다 하더라도, 같은 성분의 인체용의약품을 사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다면 후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수의사회는 “(허가외사용은) 수의사에게 주어진 동물용의약품이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에서 건강을 위협받는 동물을 적절히 치료할 수 있도록 수의사에게 전문적인 유연성을 부여했다”며 “수의사의 허가외사용에 대한 제한은 동물복지, 공중보건, 식품공급 측면에서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구체적인 범위에 한정되어야 한다”고 지목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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