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29] 오리진 동물피부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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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전문의 제도가 태동하고 있고,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인공은 오리진 동물피부과병원의 강정훈 원장님입니다.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임상수의학 박사(수의피부과학) 학위를 취득한 강정훈 원장은 최근 부산에 개, 고양이 피부질환 전문 동물병원인 ‘오리진 동물피부과병원’을 개원했습니다.

데일리벳에서 강정훈 원장님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수의사 공통질문입니다. 어떻게 수의사가 되셨나요?

지금은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하고 있지만, 대학 진학 전에는 반려동물조차 많이 접해보지 못했고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지 못했습니다. 학부 전공을 선택하면서 자신을 돌이켜보니 어렸을 때부터 항상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를 집중해서 흥미롭게 보았던 기억이 많아 동물에 대한 작은 관심 하나로 수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소동물과 대동물 모두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학부 생활을 하면서 동물과 수의학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Q. 수의피부과학 박사이자, 아시아 수의피부과학전문의(AiCVD)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셨습니다. 수의사 졸업 후 수의피부과학 전공을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예과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를 했기 때문에 학부 졸업 후 곧바로 진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동물 임상수의사의 길을 가고 싶었지만, 처음에는 박사나 전문의 과정까지 하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분과진료가 활성화되어있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일하면서 공부도 함께하며 석사과정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부생이었던 시절이지만 당시 생각으로 나름 외과보다는 내과가 제 적성에 맞다고 판단하였고 청소년기에 여드름으로 크게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수의피부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도교수님이신 황철용 교수님을 만나게 되어 서울대학교 수의피부과학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황철용 교수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제 진로가 완전히 바뀌었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교수님께서 많은 도움과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수의피부과학 진료는 치료반응의 성패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즉시 눈으로 확인 가능하고 병변을 직접 만져보고 육안으로 관찰해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는데, 이것이 저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학부 때 병리학과 미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고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어떤 임상 분야보다 수의피부과학이 병리학·미생물학과 밀접하게 결합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 깊게 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피부병변에 대한 조직병리학은 임상피부과학에 대한 이해를 더욱 높여주고, 미생물학 역시 피부질환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세균성감염, 항생제내성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미생물총/마이크로비옴도 피부과학에서 의미 있는 분야입니다.

Q. 아시아 수의피부과학전문의 시험이 코로나19로 연기됐다고 들었습니다.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했지만, 시험을 치르지 못해 아쉬울 것 같습니다.

레지던트 과정을 수료하고 시험 응시자격 요건을 갖추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험인데 정말 아쉽습니다. 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금년도 시험이 없다고 발표하기 전인 올해 중순까지도 전문의 시험준비에 매진하였으나 코로나19 상황이 매우 심각해져서 아시아 여러 나라의 수의사가 동시에 응시하는 시험의 특성상 개최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내년 일정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많은 준비를 해온 시험인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어 꼭 응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아무리 수의피부과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피부 전문 동물병원을 개원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고민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피부 전문 동물병원을 열게 되었나요?

요즘은 전문동물병원 자체가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나 다른 과목과 달리 피부 전문 동물병원이라는 것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수의피부과학은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으나, 경제성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수의피부과학과 저라는 한 사람의 수의사가 독립된 병원으로써 실제 필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궁금증도 컸고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개원한 것은 아닙니다. 개원을 하면서 많은 원장님이 그러하듯 오랜 시간 고민하며 준비하였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찾아주시는 분들이 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진료하고 있습니다.

Q. 병원 이름이 오리진이고, 병원 로고가 피부를 형상화한 듯 합니다. 어떤 의미를 담은 것인가요?

우리 병원이 전문병원으로써 독창성을 추구하자는 뜻으로 Originality에서 앞글자를 따서 오리진으로 병원명을 정하였습니다. 병원 로고 또한 피부 구조를 형상화한 의도였는데 로고를 보고 그러한 이미지가 떠오르신다니 다행입니다(웃음). 병원명이나 로고에서 피부과 진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동물병원으로써의 정체성을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Q. 피부 진료 이외에 다른 진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나요?

실제로 개원 준비 당시 병원 이름에 굳이 피부과라는 명칭을 넣으면서까지 동물피부과병원이라고 하면, 저 병원은 피부과 진료밖에 안 하겠구나 하고 생각할 것이니 진료 범위를 스스로 제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난치성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오는 보호자님들이 병원 이름을 보고 신뢰감을 느낄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병원의 정체성이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보호자님뿐만 아니라 동료와 선배 수의사님, 일선 원장님들께도 제가 이러한 병원을 개원한 의미를 말로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저희 병원에는 수술실이 없고 X-ray와 같은 영상장비도 없으며 예방의학 또한 본원에 지속적으로 장기내원하고 계신 기존 보호자님의 요청하에만 실시하고 있습니다. 피부진료 케이스를 리퍼해주신 병원과 항상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협진하고 우리병원의 진료가 다른 병원의 진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병원이 되고 싶습니다.

Q. 오리진 동물피부과병원의 주요 진료과목은 무엇인가요?

넓게 보자면 주요 진료과목은 피부과 한 과목입니다. 아토피와 외이염 및 다양한 피부질환들을 진료하고 있으며 피부질환의 특성상 알레르기성 피부염/아토피가 다수의 진료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피부조직검사 및 그에 대한 해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토피의 주요 항원에 대해서는 면역요법(Immunotherapy)을 실시할 수 있고, 간단한 국소마취 수준에서 적절한 크기의 피부의 종괴 및 신생물 제거에 냉동요법(Cryotherapy)뿐만 아니라 상황에 맞게 CO2 laser ablation을 함께 활용하여 치료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오리진 동물피부과병원이 전문진료 동물병원으로써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저 자신부터 새로운 배움에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료, 선배 수의사님과 보호자님 모두에게 오리진 동물피부과병원이 생겨서 좋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저에게는 정말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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