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물병원 제품 인터넷 판매로 성공한 병원을 보는 `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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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식 등 동물병원 전용 제품의 인터넷 유통 문제가 심각하다. 수의사들이 직접 쇼핑몰을 열고 병원 전용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동물의 건강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료의식까지 저버린 행위다.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더 이상 이런 행동을 ‘일부 수의사의 일탈’ 쯤으로 치부하면 안 될 것 같다. 일탈 행위를 통해 돈을 번 수의사들이 병원 규모를 키우고 방송에 출연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접한 ‘보통의 수의사’들은 허무함을 느낀다. 올바른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유통 체계를 지키려는 자신의 모습이 바보처럼 보이는 것이다. 방법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전문직으로서의 직업의식을 바탕으로 수의사의 진료권을 지키기 위해 그런 짓을 ‘안 하는 것’인데, 돌아오는 건 줄어드는 매출과 상대적 박탈감이다.

젊은 수의사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선례가 후배들에게는 ‘돈을 쉽게 버는 방법’으로 여겨지고, 동물병원 개원과 동시에 쇼핑몰을 여는 행위로까지 이어진다.

이쯤 되니 생각나는 사례가 있다.

덤핑으로 돈을 벌어 동물병원의 규모를 키운 뒤, 모교에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기부하는 경우다. 주변 병원에게 피해를 주던 해당 병원의 과거 행적은 눈 녹듯 사라지고, 성공한 선배의 멋진 기부 행위만이 미담처럼 남는다. 이를 지켜보는 ‘보통의 수의사’들은 씁쓸함을 느낀다.

동물병원 전용 제품의 인터넷 유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이나 청사진은 아직 없는 듯하다. 과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다. 이런 걱정이 부디 기우이길 바란다.

문제가 언젠가 100% 해결될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 던지고 싶은 질문이 하나 있다. 그때까지 ‘보통의 수의사’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허무함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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