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출연하는 영화, 방송 등이 늘어나며, 동물 촬영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련 기준이 부족하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 동물복지가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카라, 촬영 현장 동물복지 실태조사 시행…실제 방송 종사자 157명 참여
“촬영 시 동물이 스트레스받는다” 응답 59%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가 영화, 방송, 뉴미디어 종사자를 대상으로 ‘촬영 현장 동물복지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미디어 종사자 157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는 6월 5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됐으며, 95명(61%)은 동물이 출연하는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동물 배우는 주로 ‘동물 촬영 전문 업체에서 대여’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44%). 스탭 또는 지인의 반려동물을 섭외한 경우는 25%였다.
동물 배우를 선정하는 기준은 ‘동물의 전문성(훈련 정도)’가 1위(36%)였으며, 그 뒤를 ‘동물의 이미지(외모, 22%)’, 업체 전문성(경력, 18%)’이 이었다. ‘비용(적절한 비용)’ 때문에 동물 배우를 선정했다는 답변은 14%였다.
동물 촬영을 위해 동물 배우를 구매했거나 포획한 경우, 촬영 이후에 동물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동물의 처리 현황을 묻는 질문에 ‘입양을 보냈다’는 답변이 22%, ‘업체에 되팔았다’는 답변이 16%, ‘모른다’ 8%, ‘폐사(사망)했다는 답변이 3%였다. 카라는 “어류,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경우 폐사나 방사, 재판매로 후속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촬영 시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한 스탭이 절반 이상이었다.
응답자들은 촬영 환경과 안전 상태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답했지만,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59%가 ‘(동물이)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스트레스 상태가 대체로 높다 37%, 높다 22%).
응답자 65% “가이드라인 없이 동물 촬영”
주변 동물병원 위치 파악한 경우는 단 20%
“예산 부족+기술적 한계 때문에 CG로 대체하지 않아”
촬영 시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쳤다는 응답도 13%
동물 촬영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65%가 “가이드라인 없이 동물 촬영이 진행됐다”고 답했다. 또한, 촬영 시 위급한 상황을 대비해 “촬영 현장 근처 동물병원의 위치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답변은 20%뿐이었다.
응답자의 58%는 “동물 출연을 대체할 CG(컴퓨터그래픽)로 장면 연출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답했는데, 주된 이유는 ‘예산 부족’(41%)과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이라서’(33%)였다.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를 가했다는 응답(8%)과 촬영 중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13%)는 응답도 나왔다.
“새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하려고 다리를 부러뜨렸다”, “놀란 말을 멈추게 하려고 전기충격기를 사용했다”, “토끼 촬영 중 추위와 담당자 관리 소홀로 죽었다” 등의 구체적인 경험도 언급됐다.
출연 동물로 인해 인간이 다친 적이 있다는 응답도 8%였다.
미디어 종사자들은 동물 촬영 환경 개선을 위해 ‘출연 동물에 관한 엄격한 기준과 관리체계 마련’이 가장 필요하다(33%)고 답했으며, ‘스태프 대상 동물권 교육 의무화’(23%)와 ‘동물 배우 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21%)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동물의 안전을 위한 요소로는 ‘동물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ex. 보호자) 상주'(97%), ‘수의사 및 동물전문가 배치'(73%)를 주로 꼽았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는 서울특별시 비영리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 ‘동물과 인간이 안전한 미디어 가이드라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카라 홈페이지(클릭)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