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영 축산물품질평가원장…수의사 최초 원장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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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품질평가원은 축산물 등급판정과 쇠고기이력제 사업을 주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준정부기관입니다.

지난 8월 29일 제9대 평가원장이 취임했는데 역대 최초로 수의사가 원장으로 취임하게 됐습니다. 특이하게 공무원 이력이 없는 동물병원장 출신의 수의사가 취임했는데, 마산 최고 규모의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경남동물병원협회장, 마산시수의사회장 등을 역임한 허영 원장님이 그 주인공 입니다.

경남 마산에서 반려동물 임상에 매진하다 수의사 최초로 축산물품질평가원장에 취임하신 허영 원장님을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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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수의사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임상수의사가 꿈이었나.

대부분 수의사가 그러하듯이 나도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었다. 내가 입학한 79년도에는 통폐합됐던 수의과대학이 막 다시 전국에서 부활할 때였다.

반려동물 수의사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시절이었지만 수의과대학 다닐 때부터 수의사로서 하고 싶은 일은 임상 뿐이었다. 당시에는 수의 관련 업체나 공직에 계신 선배들을 통해 취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나는 처음부터 동물병원을 열기로 마음먹었다.

Q. 마산에서 동물병원을 오래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졸업 후 양산 소재 검역기관에서 관리수의사로 실무경험을 익히면서 동물병원 개원을 준비했고, 결혼 후 마산에서 6평짜리 동물병원으로 임상을 시작했다.

당시에 반려동물 임상에 뛰어든 수의사들은 모두 ‘개척자’다. 학교에서도 산업동물에 관한 것만 배우고 졸업했다. 이는 다른 수의과대학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나도 병원을 개업한 지 이틀 만에 성인의 반만 한 도사견이 제왕절개 수술을 위해 내원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도 잘 수술했던 것을 생각하면 임상수의사가 천직이었나 보다.

처음에는 동물병원 운영이 여의치 않았다. 하지만 뭘 해도 제대로 해보자는 성격이라, 지역 최고의 동물병원이 되기로 결심한 후로 3년 동안 병원에 살다시피 했다. 평균적으로 주 5일은 동물병원에서 숙식을 해결 했을 정도다.

임상 공부를 위해 수의과대학 외과 교수를 초빙하기도 했다. 일반 로컬 동물병원에서 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있었지만, 그만큼 임상능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노력 덕분이었는지 주변에 ‘그 수의사 열심히 한다더라’는 소문이 퍼졌고 그 다음부터는 동물병원 운영이 순조로워졌다. 2000년쯤에는 전국 1등 규모의 동물병원을 목표로 당시에는 흔하지 않던 1∙2층 100평으로 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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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축산물품질평가원장으로 수의사가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축산물품질평가원 원장이 되기 전 2011년 우리 기관(축산물품질평가원) 감사에 공모하여 기획재정부로부터 임명을 받았다. 정부기관에서 업무를 수행한 적은 없었지만 수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비상임 감사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한다. 집은 마산이었지만 경기 군포에 위치한 축평원에서 업무를 보고받고 감사업무를 추진했다. 그 결과 2012년 국민권익위가 선정한 준정부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축산물품질평가원이 1위를 차지했고 부패방지 우수기관으로도 선정되었다.

2년간 감사로 활동하면서 수의사로서 축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께서 정부 역할에 민간인 전문가를 우대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감사로서의 경력을 더하면 충분히 평가원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도전했다.

그리하여 수의사 최초로 축산물품질평가원장이 될 수 있었다.

Q. 평가원장 임기는 언제까지 인가. 혼자 따로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이 있다면.

평가원장 임기는 3년이다. 집이 마산이라 군포에 집을 얻어 혼자 생활하고 있다. 저녁에 혼자 있으면 힘들거나 외로울 것이라 생각하지만, 업무자료를 집에 가져와서 읽고 검토하다보면 저녁시간도 금방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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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원장님의 앞으로의 꿈, 비전에 대해 말씀해달라.

현재는 축산물품질평가원장으로서 평가원이 청렴하고 건실한 공공기관으로 자리 잡아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꿈이다.

수의사로서 수의∙축산업 발전에 족적을 남기고 ‘일 잘했다’라는 얘기를 들으면서 떠나고 싶다. 첫 수의사 평가원장인만큼 선배로서 길을 잘 닦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막중히 느끼고 있다.

Q. 동물병원 임상과 축산 관련 기관장을 동시에 겪은 이력의 소유자로서 후배수의사, 수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수의사들은 유능한 전문직이다. 전문직으로서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길은 그만큼 사회에 필요한 일원이 되는 것이다. 나라를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으면 좋겠다.

동물병원 원장으로서도 축산물품질평가원 원장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하지 않는 꿈은 의미가 없다. 꿈은 크게 꾸고 그 꿈만큼 노력해주길 바란다.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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