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의인물사전 56] 한국인 최초 코넬대학교 박사 `이규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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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의인물사전 56. 이규명(李揆明, 1921 ~ 2011). 경성대학 의학부 졸업, 코넬대 수의대 박사, 코넬대 수의바이러스연구소 연수, 대한수의학회 부회장, 서울대 의과대학 조교수, 코넬대 수의대 정교수.

본관은 전주(全州)이고 호는 낭석(浪石)이며, 1921년 5월 27일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났다.

경성 제1고보(경기고등학교 전신)를 졸업하고, 1946년 3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신인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를 졸업했다(다음해 졸업생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제1회 졸업생이 됐다). 당시 경성제국대학 의학부는 고위급 일본인의 자제들을 위해 세워진 엘리트 학교여서 한국인은 소수만 입학이 허가되었지만, 졸업한 때가 해방 이후라 동창회 명부에 일본인은 없고 한국인만 등재되어 있다.

졸업 후 모교 대학원 세균학(미생물학) 교실 연구원 시절 수의과대학의 요청으로 세균학 강의(1947. 10. 22. 전임강사 발령)를 시작한 것이 수의계와 맺은 인연의 시작이다.

재임 중 미 군정 정책의 일환인 관비유학생(AID Project) 선발에서 지원자 341명 중 수석을 차지하였는데, 그때 마침 미 군정 자문관 중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출신 수의사의 권유로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사 과정을 선택하여 1949년 유학 길에 올랐다.

박사 학위 과정 중 한국전쟁이 발발했는데, 뉴욕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연수 중이던 동창은 미국 연방위원으로부터 전쟁이 났으니 돌아가라는 통지를 받고 귀국하였으나, 임상의가 아니라 호출을 받지 않은 그는 학위 과정에 몰두할 수 있어 1952년에 박사 학위(세균학 및 바이러스학 전공)를 취득하였다. 이것은 한국인이 코넬대학교에서 받은 첫 번째 박사 학위였다.

박사 학위 취득 후 같은 대학 수의바이러스연구소에서 1956년까지 연수(지금의 박사후과정)를 받은 다음 귀국하여 1960년까지 USOM(미국대외원조단)의 기술고문(보건, 농업[축산])으로 활동하였다.

당시의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1959년 추석에 태풍 사라는 남부지방에 극심한 피해를 주었는데 부산 가축위생연구소도 예외일 수 없었다. 전국의 태풍 피해가 워낙 컸던지라 국고 보조로 연구소 복구가 어려워 김영한 소장은 USOM의 축산 담당 특별보좌관인 수의장교 제임스 구얼레이(James A. Gourlay)와 기술 고문인 이규명을 찾아가서 복구 지원을 요청했다. 그들은 농촌진흥청과 상의하여 농업 연구기관을 수원 중심으로 일원화한다는 방침 아래 부산 연구소의 안양 이전 조건으로 USOM 지원이 이루어져 안양 연구소의 본관이 신축되었다(“제임스 구얼레이” 편 참조). 태풍 사라가 부산 연구소 본소를 안양으로 이전하는 계기를 만든 셈이다.

한편 그는 대한수의학회가 발족(1957. 7.)하고 나서 1962년 11월까지 5년 동안 학회 부회장으로 활동하였다. 모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는 1960년 7월에 조교수로 복귀하여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근무하였다. 당시 의과대학은 수의대와 보건대학원에도 강의 지원을 하였다. 이 무렵 그는 수의학도들에게 희망을 깊이 불어넣은 롤모델(role model)이었다.

한편 1960년대 초반 미국에서는 암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자 대통령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국립보건원(NIH)에서 연구비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이 시절만 해도 미국 역시 동물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초창기였고 그의 동물 바이러스 연구와 조직배양(tissue culture) 기술은 미국 수의계에서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은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연구진의 급한 요청으로 1963년 코넬대학교 수의과대학 부교수로 임용되어 출국하였다. 그는 곧 정교수로 승진하여 연구 생활과 강의를 계속하다가 1989년 은퇴하였다.

이후 아들들이 거주하는 워싱턴 DC로 이주하여 조용한 여생을 보내다 2011년 6월 13일 향년 90세에 영면하였다. 글쓴이_신쌍재 

* 끝으로 필자와의 인연을 소개한다. 필자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1963)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돌아오니 선생님은 이미 미국으로 떠났다. 1973년 필자가 코넬대학교에 임용되어 갔던 첫날 그곳에서 선생님을 뵙게 되어 너무나도 반가웠다. 존경하던 은사님을 10년 만에 머나먼 이국 땅에서, 그것도 같은 근무지 대학에서 뵌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 글은 한국 수의학 100여년 역사 속에서 수의학 발전에 기여를 한 인물들의 업적을 총망라한 ‘한국수의인물사전’에 담긴 내용입니다. 대한수의사회와 한국수의사학연구회(회장 신광순)가 2017년 12월 펴낸 ‘한국수의인물사전’은 국내 인사 100여명과 외국 인사 8명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데요, 데일리벳에서 양일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를 비롯한 편찬위원들의 허락을 받고, 한국수의인물사전의 인물들을 한 명 씩 소개합니다.

– 한국수의인물사전 인물 보기(클릭)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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