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수의과대학‥온라인 강의에 학생들은 만족?

수준 이하 강의에는 `다른 대학 온라인 수업 공유하자` 실습 부족에 등록금 아깝다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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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중순이다. 예년 같으면 수업과 실습, 중간고사 준비로 떠들썩할 수의과대학은 여전히 썰렁하다. 코로나19가 몰고온 변화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국 10개 수의과대학은 일제히 수업을 개시한 것은 지난 3월 16일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온라인 개강이었다. 4월 중순이 됐지만 여전히 수업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되고 있다.

Zoom, Cisco webex 등 기존에 개발된 상용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충북대, 서울대, 충남대 등에서는 라이브 스트리밍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원래 시간표에 맞춰 학생들이 접속하고, 출석체크도 진행된다.

교수는 물론 학생들의 얼굴도 웹캠으로 실시간 공유되며, 채팅은 물론 마이크를 활용한 질의응답까지 가능하다. 상용프로그램 활용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는 유튜브를 활용하는 과목도 확인됐다.

라이브가 아닌 녹화 강의도 진행되고 있다. 교수가 미리 강의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어 각 대학이 운영하는 e-러닝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학생들이 다운로드 받거나 스트리밍하여 듣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덕분에(?) 시간,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강의를 듣는 수의대생들
코로나19 덕분에(?) 시간,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강의를 듣는 수의대생들


시간
·장소 제약 벗어난 온라인 강의 효율성에 만족하는 학생들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을 통해 한 달여간 지속된 온라인 강의에 대한 수의대생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만족도는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학생들은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통학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데다가, 어디서든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녹화 강의의 경우 시간의 제약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중요한 부분에서는 잠시 재생을 중단하고 필기하거나 자료를 캡쳐해둘 수도 있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여러 번 다시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A학생(본4)은 “학교에서 수업 외에 흘러가는 시간도 아끼고, 수업 진도도 빠르다. 시간을 자유롭게 쓰며 하고 싶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B학생(본2)도 “질문할 때 눈치 볼 필요도 적어지고, 노트북 타이핑 소음이 주변 친구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의 효율성은 교수진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

C교수(임상과목 담당)는 “처음에는 익숙치 않은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느라 많이 힘들었다”면서도 “이제는 짬이 날 때마다 조금씩 녹화하는 방법으로 편집해 올리다 보니 시간 활용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반면 온라인 강의가 길어지면 오프라인에 비해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스스로 관리해야 하다 보니 나태해지기 쉽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대학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재생하거나 녹화분을 다운로드할 때 서버 문제로 느려지는 현상이 불편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D교수(기초과목 담당)는 “온라인 강의도 지식전달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교수와 학생이 서로 교감하지 못하는 형태라 아쉽다”며 “(오프라인에 비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거나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전했다.

교수와 학생들이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소통할 수 있다
교수와 학생들이 실시간 온라인 강의로 소통할 수 있다


실습 중단에 가장 큰 아쉬움..’아예 못하면 등록금 일부 반환해야’ 주장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온라인 이론강의와 달리 실습교육은 큰 문제에 빠졌다. 수의대 실습교육은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일부 컴퓨터 베이스로 진행되는 실습이나 원격 영상 판독, 실험장면 촬영, 과제 대체 등은 진행되고 있지만, 임상을 포함한 수의학의 특성상 오프라인 실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실습 중단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학기중 실습이 끝내 무산되는 경우 등록금의 일부 반환까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만큼 실습이 수의학 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E학생(본1)은 “실습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아쉽다. 실습을 전혀 하지 못하고 학기가 끝난다면 등록금을 어느정도 돌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대학은 대면강의 재개후 실습교육 시간을 확대하기 위해 이론강의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대면강의 및 실습교육 재개가 늦어질 경우 실습과목에 한해 학기를 연장하거나, 무료 계절학기 실습과목을 개설, 본4 임상로테이션에 한한 부분적 개설 등의 아이디어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교수(임상과목)는 “실습내용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지만 직접 해보는 것에는 못 미칠 수밖에 없다”며 “여름방학을 이용해 실습을 집중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지만, 학생들의 불편이나 진료병행 등을 고려하면 문제가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충북대 수의대 동아리 '유수키'가 주최한 강연에 참가한 수의대생은 400여명을 기록했다.  좋은 강의를 바라는 학생들의 수요는 이미 자체적인 섭외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충북대 수의대 동아리 ‘유수키’가 주최한 강연에 참가한 수의대생은 400여명을 기록했다.
좋은 강의를 바라는 학생들의 수요는 이미 자체적인 섭외로도 이어지고 있다.


수준 이하 강의는 타 대학 수업으로 대체하고 싶다’

온라인 강의 보편화 계기로 터져 나온 불만

교수에 따라 천차만별인 강의의 질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소속 대학에서 수준 낮은 강의를 들을 바에 타 대학이라도 좋은 강의를 듣고 싶다는 것이다.

G학생(본3)은 “강의자료만 업로드해서 읽어보라는 식의 교수들에게는 너무 화가 난다. 등록금이 너무 아깝다”며 “어차피 온라인 강의나 녹화영상이라면 모든 대학이 강의를 공유하고, 각 대학의 좋은 강의를 학생들이 선택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한다면 학습 효율이 높아질 것 같다”고 꼬집었다.

국내 수의과대학은 전공과목별 담당교수가 대부분 1~2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한 과목의 수업을 나누어 진행하다 보니, 전공필수과목 교수의 수업이 수준 이하여도 대체할 방법이 없다.

평소라면 울며 겨자먹기를 피할 수 없는 학생들이지만, 수의과대학의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지금이라면 공유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D교수는 “지금도 300~400명의 동시 라이브 시청이 가능하니 학교 간의 협의만 된다면 못할 것도 없다”며 “대학마다 교수진이 있는 공통과목이면 민감한 부분이 있겠지만, 타 대학에 없는 수업이라면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강의를 학생들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F교수도 “각 대학의 같은 과목 교수진들이 파트를 나누어 강의·실습자료를 만들어 공유한다면 효율적이면서 퀄리티 높은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온라인 강의 접속이나 다운로드에 각 대학별 이러닝 플랫폼이 연계되어 있어 타 대학 수강은 불가능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의학교육의 변화를 모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교수도 “조만간 대면강의가 재개되더라도 본인 강의는 온라인용으로 만들어 둘 생각이다. 연구년으로 수업을 쉴 때에도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약없는 코로나19에 학생·교수 모두 ‘답답’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대면강의 재개일정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부 수의과대학은 이미 1학기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대체할 방침을 세웠다. 4월말·5월초에 재개일정을 타진하는 대학도 있지만 변경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학생들은 실습 일정이나 평가 방식 등에 대한 공지가 느리거나 아예 없다는 점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교수진들도 코로나19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대학 방침에 따라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C교수는 “학생들의 답답함도 이해되지만, 교수들도 ‘다음주에는 어떻게 한다’는 식의 공지를 뒤늦게 받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A학생은 “상황은 이해하지만 과목별 평가방법이나 학사일정을 최대한 빨리 공지해야 학생들도 그에 맞춰 준비할 수 있다”며 대학과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을 주문했다.

(조사, 사진 : 데일리벳 제7기 학생기자단)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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