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한 폐렴과 코로나바이러스의 과학적 이해/여상건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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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코로나바이러스의 성상, 전파경로, 무증상 감염자로부터의 감염 (보러가기)

[2부] 예방백신과 면역, 치료제 가능성

여상건 경북대 명예교수

그림 1. 코로나바이러스의 S, M, N 항원 단백질.
그림 1. 코로나바이러스의 S, M, N 항원 단백질.

예방백신과 면역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을 논하기 전에 먼저 이 바이러스의 성상과 세포내 감염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외가닥의 양극성 RNA를 유전체로 가지며 입자의 외부는 외막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모든 바이러스가 그러하듯 생체 세포내에서만 증식한다. 주요 항원물질로서 바이러스 입자 표면에 S, M 및 입자 내부에 RNA를 둘러싸는 N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그림 1 참고).

일반적으로 많은 바이러스들은 숙주세포에 감염할 때, 세포표면의 수용체에 부착하고 이어서 세포질막과 융합한 후 세포내로 들어가 세포질 내 또는 핵 내에서 유전체를 복제하여 대량으로 증식을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표면의 수용체에 일차적으로 부착하는 부위는 바이러스의 M 단백질이다. 이어서 S 단백질이 부착하여 세포질막과의 융합을 일으켜 바이러스 외막이 벗겨짐으로써, 바이러스의 유전체가 세포질 내로 들어가서 증식이 시작된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특이적인 백신은 바이러스 입자표면의 S 및 M 항원에 대한 중화항체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며, 특히 세포질막과 융합하여 세포내 감염을 일으키는 S 항원에 대한 항체가 방어에 중요하다. 즉, 이 S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는 바이러스의 세포내 침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감염을 막아줌으로 가장 중요하다(한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세포성 면역반응은 주로 S 항원 및 N 항원에 대하여 일어난다).

우한 폐렴이 처음으로 발생한 관계로 현재 그 원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없는 바, 이와 같은 사실에 초점을 맞추어 시급히 개발되어야 하겠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중화하여 무독화 시킬 수 있는 물질인 바, 이 항체를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예방백신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서 백신에 관한 학술적 사실을 세부적으로 거론하기 어렵지만, 백신 개발은 상당히 장기간을 요하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방어효과와 부작용 여부의 검정이 필요하다.

백신은 크게 ① 약독화 생 바이러스 백신, ② 불활화 바이러스 백신, ③ 유전자 재조합 백신 등이 있는데, 현재까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①과 ②이다.

약독화 생 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를 인공 세포배양계에서 수 십대 이상 계대배양하여 복제능력은 있으나 그 독력은 약독화 시킨 것으로서 이를 위해서는 수개월~수년이 소요된다. 불활화 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를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복제능력을 상실시키고 항원성만 남긴 것이다.

이들 백신의 장, 단점으로서 약독화 생 바이러스 백신은 복제능력을 보유하므로 항체형성을 유도하는 면역원성은 높지만 병원성 복귀에 따른 발병위험이 있으며, 불활화 바이러스 백신은 복제능력을 상실하여 발병위험은 없지만 면역원성이 낮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감염 개체로부터의 원인 바이러스 분리배양이 선행되어야 하고 그 항원성이 밝혀져야 한다. 예로서 1998년에 돼지에서 90% 이상의 폐사율을 나타내는 유행성 설사병 원인 코로나바이러스의 국내 분리배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서(그림 2 참고), 그 바이러스의 성상, 유전자 및 항원단백질의 특성이 국내 최초로 규명된 바 있다.

또한 약독화 생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을 위하여 이 바이러스의 약독화가 시도되었으며, 바이러스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세포배양계에서 80대 이상 계대배양을 하였으며 1대 계대배양에 3~5일이 경과되어 대략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예방백신의 개발에 막대한 노력과 경비가 소요된다.

만약 백신을 개발해서 보유하고 있어도 동일종의 감염증이 차후에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경우 그 용도가 없으므로, 신약 개발 회사의 입장에서는 경제성이 없는 백신 개발을 꺼릴 것이다. 그러므로 백신의 연구개발 기관이나 사업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

병원체 감염을 방어하는 항체는 IgM, IgG, IgA이다. 이들 중에서 IgM과 IgG는 전신감염에 대응하여 생성되어 혈액 내에 존재하면서 주로 전신감염증을 방어한다(IgG는 크기가 작아서 혈관 밖으로 나와 국소 염증부위에서의 방어도 한다).

이에 비하여 IgA는 주로 국소부위(호흡기, 소화기, 비뇨기, 생식기, 안구결막 등) 점막 감염에 대응하여 그 부위 림프조직에서 생성되며, 주로 국소감염증을 방어한다. 따라서 금번 우한 폐렴과 같이 병원체의 호흡기 감염 시에 IgM, IgG도 생기지만, 호흡기점막의 림프조직에서 생성되는 IgA가 방어의 주체이다.

예방백신은 약독화(혹은 불활화)된 병원체 즉, 백신주를 접종하여 인공감염을 유발, 이에 대한 면역반응으로 항체를 형성시키는 것이다. 흔히 백신은 팔, 엉덩이 등의 근육에 접종되는데 이런 경우 인공적인 전신감염이 유도되며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주로 IgM과 IgG가 생성된다. 따라서 국소 점막에서의 병원체 방어에 중요한 IgA 형성을 위해서는 백신을 해당 국소부위에 투여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예로서 호흡기감염 예방백신은 코 점막, 결막에 분무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한편 병원체 감염증에 결렸다가 회복하면 당연히 항체가 형성된다. 금번 우한 폐렴 환자는 비록 많은 고통을 겪지만 회복하면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며, 특히 호흡기점막의 국소감염에 대한 주된 방어 항체인 IgA가 많이 형성된다.

통상적으로 자연감염으로부터의 회복 후에 얻어지는 면역수준은 예방백신에 의한 인공감염시보다 더 강하게 형성된다. 또한 항체는 병원체와 처음 접촉 후 7~10일 경에 나타나며 이 때 항원에 대한 면역기억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차후에 동종 병원체가 재 감염하면 이에 대한 제2차 면역반응이 즉시 이루어지며, 1차면역반응에서보다 더 강한 면역이 형성된다.

그림 2. 코로나바이러스 입자 (Lee & Yeo, 1999):  표면에 왕관모양으로 꽂혀 있는 것이 감염을 유발하는 S 단백질 기둥으로서 항체의 주요 방어 대상이다.
그림 2. 코로나바이러스 입자 (Lee & Yeo, 1999):
표면에 왕관모양으로 꽂혀 있는 것이 감염을 유발하는 S 단백질 기둥으로서 항체의 주요 방어 대상이다.

치료제 가능성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하여 효과 있는 치료제는 현재로서는 드물다.

중국과 태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 바이러스 즉, 에이즈 바이러스 치료에 사용되는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의 혼합제인 칼레트라(kaletra, 상품명)와 독감 치료에 쓰이는 오셀타미비어(oseltamivir, 상품명 타미플루)를 우한 폐렴 환자에게 투여하여 그 치료 효과가 있음이 전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폐렴 환자에게 칼레트라 및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결과 13일 만에 완치되었음이 알려지고 있다(2020년 2월 6일).

칼레트라는 2000년에 미국 식약청에서 에이즈 완화제로 승인된 것으로서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이다. 칼레트라가 에이즈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주된 약리기전은 다음과 같다.

즉, 에이즈 바이러스는 감염 세포에서 증식하여 자손바이러스를 복제, 생산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유래의 각종 단백질(CA, NC, RT, IN, MA, SU, TM 등)을 한 덩어리의 전구체 상태로 생산하는데, 이 전구체 단백질이 바이러스 측 또는 숙주세포 측의 단백질분해효소의 작용에 의하여 개개의 기능성 단백질로 쪼개어져야만 자손바이러스 입자 형성이 가능하다.

칼레트라는 바로 이 단백질분해효소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서 에이즈 바이러스의 대량 증식을 막는 것이다. 칼레트라 투여 시에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설사, 구토, 피로감, 두통, 근육통이 있으며, 심할 경우 췌장염, 간 장애, 고혈당증 등이 유발될 수 있다.

이외에도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단백질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제로서 amprenavir, atazanavir, arunavir, fosamprenavir, indinavir, nelfinavir, saquinavir, tipranavir 등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숙주 세포내에 감염, 증식하기 위해서는 그 전단계로 바이러스 입자가 숙주 세포표면에 부착하고 세포질막과의 융합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기능을 나타내는 주된 것이 S 단백질이다.

S 단백질이 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세포질막의 바이러스 수용체에 부착 후 S1과 S2로 쪼개어져야 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바이러스에서의 이 과정은 숙주세포가 자신의 대사를 위하여 보유하는 단백질분해효소인 트립신 등에 의하여 일어난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도 증식 시에 유전자 복제에 필요한 각종 복제 관련 효소단백질을 전구체 상태로 생산하는데, 이 전구체 단백질은 바이러스 측의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하여 개개의 기능성 단백질로 분해되어 자손바이러스 입자 형성에 사용된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칼레트라의 치료효과는 주로 S 단백질을 S1과 S2로 분해하는 단백질분해효소(세포 측의 트립신 등)를 억제함으로서, 바이러스의 세포부착 및 융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여 감염,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차적으로는 복제 관련 효소단백질 전구체에 작용하는 단백질분해효소를 차단하여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원리에 근거하여 우한 폐렴 환자에 대하여 칼레트라 등의 단백질분해효소 억제제를 이용한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럴 경우 앞에서 언급된 부작용을 예의 주시하고 대처해야 하겠다. 또한 세균의 2차 감염에 의한 폐렴 악화를 막기 위하여 적절한 항생제의 예방적 투여가 필요하다.

한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형 및 B형)는 감염한 세포내에서 증식 시에 자신이 보유하는 뉴라미니데이스(neuraminidase) 효소단백질로서 세포질막의 sialic acid 부위를 쪼갬으로써 생성된 대량의 자손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나와서 확산되게 한다.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약리기전은 이 뉴라미니데이스 효소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는 이러한 뉴라미니데이스가 없으므로 타미플루의 우한 폐렴에 대한 치료효과는 앞으로 더 확인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이 지질성분의 외막을 갖는 바이러스는 이 외막이 유기용매(알코올, 클로로폼 등)에 의하여 쉽게 파괴되어 감염력을 잃기 때문에, 에틸알코올(100% 원액) 등으로 소독하거나 비누 등의 계면활성제를 이용하여 잘 세척하면 바이러스 제거효과가 있다. 또한 코로나바이러스는 60℃ 이상의 열에서 파괴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오염이 의심되는 물건들은 끓여주는 것이 좋다.

*   *   *   *

이상과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과학적 사실과 함께 방역대책이 순조롭게 이행되기를 바란다. 우한에서 2019년 12월 초에 처음 폐렴이 발생하였는데 12월 말까지도 그 사실을 은폐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미 대유행성으로 전염되고 있는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매스컴의 보도에 의하면 2020년 2월 22일 현재 이로 인한 중국내 확진자 76,395명, 사망자 2,348명이라고 한다. 또한 국내에서도 1월 3일 최초발생이 확인된 이후 2월 18일까지는 확진자 30명, 사망자 0명이었는데, 2월 19일부터 대구, 경북에서의 갑작스러운 전파 확산으로 인하여 2월 22일 현재 확진자 433명, 사망자 3명으로서 빠른 속도로 전염되고 있어서 매우 우려된다.

국내 발생 후 일시적으로 추가 확진자가 없는 소강상태를 보였을 때 이제 종식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의 단순한 말들이 나왔는데, 바이러스 감염증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아직 감염 진행 초기단계로 보는 것이 옳다. 또한 사람 간의 전염이 거듭될수록 바이러스는 사람세포에 적응하여 병원성이 더 강해진다.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사멸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근거 없는 예단이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만약 이 감염증이 조기에 박멸, 종식되지 않고 장기간을 끌어 해를 넘겨 재발, 또 재발하게 되면 토착화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현재 매우 힘든 시기이지만 방역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정부 당국에게 맡기고, 국민들은 당국이 제시하는 방역 기본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일상생활과 생업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겠다. 또한 국내의 의료수준이 매우 높으므로 치료에 차질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방역당국에 신고하여 발생을 미연에 막아야 하겠다. 나아가서 어떤 사안에 있어서도 사각지대의 사람들이 있으므로 이들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각별한 조치가 요망된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용어는 기고자가 사용한 그대로 유지했습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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