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밖 수의학③] 에버랜드 윤승희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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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대에서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전공과목들을 배웁니다. 졸업 후에는 훨씬 더 다양한 분야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그렇게 수의대생들에게는 “나는 대체 어떤 분야에서 일하게 될까?” “저 분야에서 수의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기곤 합니다.

이런 고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데일리벳 학생기자단 6기에서 학교에서 배웠거나 혹은 배우지 못한 여러 가지 학문에 대해 조명해보고 그와 연관된 진로까지 파헤쳐보는 ‘강의실 밖 수의학’ 프로젝트를 준비했습니다.

세 번째로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승희 수의사(사진)를 만나 동물원과 동물원 수의사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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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승희 수의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2010년 에버랜드에 입사해서 현재 수의·기획·영양 분야 관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Q.에버랜드 수의사로 일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본과 3학년 때부터 임상과 회사원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조직 생활을 통해 업무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배워 보고 싶던 와중에 우연히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고, 지원하게 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게 됐죠.

Q. 동물원에서 뿌듯했던 일이나 위험했던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거짓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정말 뿌듯했던 일들이 너무 많아서 손에 꼽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일이 잘된 건 아니었지만, 열심히 진료해 동물들이 나아졌을 때 그 순간은 일생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느 곳이나 그렇겠지만 동물원에서는 매일 새롭고 특별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고 새로운 동물이 들어오기도 하니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을 할 때마다 저에게 자극을 주고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킵니다.

최근에 가장 뿌듯했던 일화는 유럽홍학의 다리가 골절되었는데, 경험상 쉽지 않았던 일이여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의논 끝에 핀 고정술도 했지만 결국, 다리를 절단하고 PVC 파이프와 목발의 고무를 이용하여 의족을 만들어 주었던 일입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일인데, 아직까지는 입원 중으로 보행 연습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조만간 다른 개체들과의 합사 및 적응과정을 거칠 예정입니다.

특별히 위험한 순간은 없었습니다. 안전에 있어서 굉장히 철저한 편이거든요. 동물사육시설 안전관리도 잘 되어 있고, 선배 수의사와 전문 사육사들이 만든 세세한 매뉴얼이 있습니다.

가령 모든 사육시설의 문은 이중으로 설치돼 동물이 밖으로 문을 밀 수 없도록 구조화되어 있다거나, 근무자들은 항상 2인 1조로 무전기를 소지한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포획 시에도 평소에 교육이 잘 되어있고 사육사분들께서 보정도 잘하시니 수의사들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죠.

Q. 많은 동물들이 모여 있는 동물원에서는 전염병이나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비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발생 가능한 질환에 대한 사전 예방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구충, 백신을 실시하고 해충 구제나 구제역·AI에 대비한 소독도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소독을 위해 동물사마다 소독용 동력 분무기를 구비하고 있으며, 방역 차량, 차량 소독기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습기가 많은 환경에서 다발하는 아스퍼질러스증을 예방한다거나, 비타민K 결핍증에 유의해야 하는 개미핥기에 비타민K를 미리 투여해준다거나, 말라리야 예방관리를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죠.

Q. 동물원 내에서 종보전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나요?

종보전은 동물원의 주요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본래의 서식지만큼은 아니겠지만, 종보전이 필요한 동물에 대해서는 집중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호르몬 변화도 체크하고, 번식기 생리가 어떠한 지 자세히 연구하면서 여러 기관들이 협력하면 충분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서는 판다, 두루미, 코뿔소, 코끼리 등의 건강과 종보전을 위해 호르몬 또는 번식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아 다른 기관, 학교와 연계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동물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은 동물들에게 또 하나의 서식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위해 노력 중이고 종보전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여러 동물들에 대한 교육을 하여 이 동물들이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 존재인지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Q. 혼자서 다양한 축종의 진료를 어떻게 다 보는지 궁금합니다. 치료법이나 프로토콜을 해외 동물원으로부터 참고하기도 하나요?

동물원 수의사들은 모든 동물을 다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트레이닝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죠.

현재 정해진 진료 프로토콜이 있는 동물이 있고 없는 동물도 있습니다. 미국동물원수의사협회를 통해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여 해외 프로토콜을 참조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도 동물별 특정 질병에 대해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매뉴얼화하고 있습니다.

매년 자체 진료자료집도 내고 지속적으로 축적한 자료를 계속 활용하고 있죠. 같은 약이라도 동물별로 반응이 워낙 다른 경우도 많다 보니, 프로토콜화는 지속해야 할 과제입니다.

최근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 인증이 획득할 때도 이러한 자료들을 꾸준히 축적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Q. 동물원 수의사들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동물원 동물들의 삶에 맞춰진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것 같습니다.

크게는 동물도입, 반출, 방역, 검역, 진료, 연구, 교육, 영양, 약품, 부검 등으로 나눌 수 있겠네요. 법적인 문제부터 동물에 관한 모든 일에 관여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진료·방역·예방관리에 중점을 두지만, 안타깝게 폐사했을 때에는 부검하여 원인을 밝히는 일을 하기도 하고, 연구 활동도 합니다.

판다 도입 이후에는 매년 발정기마다 소변을 채취하여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을 측정해왔고, 대형 동물에 대한 메디컬 트레이닝에도 관여하곤 합니다. 트레이닝의 도움을 받아 마취 없이 기린, 코끼리, 코뿔소, 바다사자 등의 채혈을 하게 된 것도 이런 과정들 덕분이죠.

또 동물 사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사료인데, 적정한 사료를 먹고 있는지, 식단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한 체크도 하고, 이 밖에도 법률적, 행정적 업무, 해외자료 수집 등도 하고 있습니다.

Q. 일반 동물병원에 속한 수의사에 비해 동물원에서 일하는 수의사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히 일선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어 비교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스로 느끼는 동물원 수의사로서 가장 큰 장점은 원하는 대로 동물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료에 있어서는 수의사의 의견이 존중되는 편이고, 비용에 상관없이 가급적 최선을 다해서 동물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동물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책임질 수 있다는 점이 동물원 수의사의 매력입니다. 질병에 걸려 아프고 나서 치료하는 것 이전에 관리를 잘해서 병에 걸리지 않도록 노력하고 아프게 되면 최선을 다해서 처치할 수 있는 환경이죠.

회사에 속해 좋은 점은 수의 분야 외 다른 분야의 전문가분들과 일을 해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측면에서 자기계발의 기회가 주어지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Q. 동물원 수의사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동물들의 일생을 관리한다는 점입니다. 여러 동물들의 주치의가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죠. 근무하는 동안에는 모든 동물을 관리해야 하므로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호기심도 매우 중요합니다. 새로운 동물을 접했을 때 궁금하기도 하고, 알아가고 싶고, 질병이 발생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치료해야 할지 끈임없이 관심을 갖고 접근을 해야 해결책이 나오거든요.

마지막으로 소통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동물원 수의사는 혼자 일할 수 없거든요. 다른 수의사 분들, 사육사 분들과 서로 협업해야 합니다.

Q. 동물원 수의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해보면 좋은 실습이나, 방문해보면 좋은 기관이 있나요?

우리나라 동물원을 다 견학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동물원의 실상을 다 보고 느껴봤으면 좋겠고, 우리나라 동물원에는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 어떤 시설에서 자라는지, 어떻게 사육되는지 관심 있게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물원에서 실습을 해도 좋고 해외동물원에서도 견학 혹은 실습을 경험하며 어떻게 관리되는지 비판적인 눈으로도 보고, 개선의 여지가 없는지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에버랜드 수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일단 공석이 있어야 합니다(웃음). 서류 제출, 직무적성검사인 GSAT시험, OPIC점수 등이 필요합니다. 서류는 학점, 대외활동, 어학능력 등을 보고, 서류와 GSAT를 통과해야 면접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면접은 평소 동물원과 임상에 대한 관심, 회사원으로서 임하는 자세가 표현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은 직무, 임원(인성), 창의 면접으로 나눠 지며, 동물원 분들뿐만 아니라 회사 임원, 인사 담당자분들이 항상 지켜보기 때문에 대기할 때 자세, 언행 등에 대해서도 잘 준비하셔야 합니다.

Q.  앞으로 미래 동물원이 나아갈 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의 동물원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미래 동물원이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우선적으로 동물복지를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부족한 요소들을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복지는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기본적인 생명 유지부터 동물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enrichment(행동 풍부화)를 잘 해주는지, 적정한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지 등 정말 많은 요소가 있습니다. 이러한 많은 요소들이 충족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동물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버랜드는 최근 AZA에 인증을 받았는데요, 인증 과정 자체가 결국 자체적으로나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통해 스스로 부족한 요소를 알아내려 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인증 준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동물 복지를 충족시키는 것이 동물원이 노력해야 할 점이고 그 필요성을 대중들이 알도록 하는 것이 동물원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마지막으로 진로를 고민하는 수의대 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진로를 고민하면서 수의사로서 부정적인 요소들도 접하게 된다는 점,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후배 여러분 또한 저보다 훌륭한 수의사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을 케어하고 치료할 수 있는 면허가 주어진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선배님들도 많이 찾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만의 해법을 찾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수의과대학 학생분들 힘내세요!

이유진 기자 annie38@naver.com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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