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프리카돼지열병, 파리에게도 이동중지명령을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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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 양돈장을 출입하는 파리에게도 이동중지명령을 내려야 한다]

전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기생충학 교실

신성식 교수

지난 달인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감염이 국내 최초로 돼지에서 확인된 이후, 10월 10일 현재까지 14개 농가에서 확진되었고, 지속적으로 확산되어 나갈 것이 우려된다.

이들 농가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군사분계선에 인접한 지역으로서 강화, 김포, 파주, 연천군에 소재한 농가들이다.

ASF는 한 번 발생하면 근절하기 어려워, 근절시키는데 30-40년이 걸리고, 다양한 감염 경로와 함께 강한 전파력과 높은 치사율의 특성 때문에 조기에 근절시키지 않으면 국내 양돈 산업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 있는 실로 암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995년에 ASF를 근절시킨 스페인이 이 질병을 근절하는데 35년이 걸린 것을 생각할 때, 잠재적으로 우리 서민들이 퇴근길 소주 한 잔에 맛있게 구워 먹는 국민 음식인 삼겹살이 ‘금겹살’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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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발생한 ASF의 전파 경로와 관련하여, 서부전선 일대의 휴전선과 인접한 파주, 연천, 김포, 강화 등에서 ASF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5월 30일에 ASF 발생이 공식적으로 보고되어 이미 만연이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북한에서 유입되지 않았나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

참고로 이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에 근절되었다가 1990년대 초에 재 출현한 모기 매개성 말라리아의 첫 발생지였다.

1993년 경기도 파주군에 근무하는 군인 1명에서 삼일열말라리아가 발생한 이후, 재유행의 초기인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파주, 연천, 김포, 인천 강화, 강원도 철원 등지에서 발생하다가 1996년부터는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발생하였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근절되지 않아 풍토병이 되었다.

말라리아의 국내 재유행 경로는 첫 발생 지역 DMZ 이북에 있는 환자를 흡혈한 모기가 바람따라 남하하여 전파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물론 공식적인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에서의 말라리아도 1970년대에 근절되었으며, 우리보다 늦은 1997-1998년도에 재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폐쇄적인 북한의 구조상 북한에서 처음 발생한 것이 국제 사회에 알려지지 않았거나, 북한 보건당국에 의해 확진이 되지 않고 있었다가 감염된 모기가 비무장지대를 넘어 남하하여 유행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양돈 돼지에서의 국내 ASF발생과 관련하여 첫 발생지역이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이다 보니 전파 경로로서 휴전선에서 서식하고 있는 야생 멧돼지를 지목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멧돼지인 Sus scrofa는 양돈 돼지와 마찬가지로 ASF에 대해 매우 감수성이 크며, 이미 10월 3일 비무장지대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방목을 하지 않는 국내 양돈산업의 특성상 야생 멧돼지와 양돈 돼지가 직접 접촉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서 멧돼지에서 양돈 돼지로 ASF가 전파될 잠재적 경로가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하여 만일 비무장지대의 야생 멧돼지로부터 국내 양돈 돼지가 감염되었다면, 철책선을 넘어 양돈돼지에게 ASF를 전파시킬 수 있는 경로로서 흡혈 곤충 또는 진드기의 역할이 의심된다.

그러나 ASF의 본고장인 아프리카에서와는 달리 국내에서 ASF의 전파에 흡혈 진드기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국내 야산에 가장 많이 분포하며 중증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SFTSV)를 매개하는 작은소참진드기를 포함한 참진드기(Ixodid ticks)류는 국내에 30종 이상이 보고되어 있으나, ASF의 전파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에서 ASF의 발생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며, ASF의 생물학적 매개체(biological vector)인 Ornithodoros속 물렁진드기류도 국내 ASF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참진드기와 물렁진드기의 생태 특성상 현재 국내에서 사용하는 현대식 양돈장 구조 내에서 서식하기가 어렵고, 특히 물렁진드기류의 경우, 국내 양돈장뿐만 아니라 농가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와 유라시아 지역에 널리 서식하는 멧돼지인 Sus scrofa는 아프리카의 다른 멧돼지 종류와는 달리 번식기에 새끼를 기르기 위해 잠시 한 곳에 머물러 지낼 뿐, 대부분의 생활이 계속 이동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굴을 파고 한 곳에 고정적으로 생활하는 동물에 많은 물렁진드기류에 의한 멧돼지끼리, 또는 멧돼지에서 양돈 돼지로의 ASF 전파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동물 체표에 한 번 부착하면 3일에서 9일간 움직이지 않고 흡혈을 하는 참진드기류와는 달리 물렁진드기류는 평소에는 동물 서식지 근처에 숨어 있다가 쉬러 들어오는 동물에 달라붙어 잠깐 흡혈하고는 다시 체표에서 떨어져 나가 생활하는 것을 계속한다.

비록 오래된 자료이기는 하나, 흡혈 곤충 중 모기나 등에모기(Culicoides spp.), 먹파리, 벼룩, 이 종류 중에는 돼지에서 흡혈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ASF의 전파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년 에스토니아에서 Herm 등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집파리와 초파리, 그리고 모기에서 ASF DNA가 검출되었기 때문에 이들 곤충에 의한 ASF의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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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휴전선을 넘어 ASF를 전파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서 흡혈곤충 중의 하나인 Stomoxys calcitrans를 포함한 침파리류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침파리는 국내에서 매우 흔한 흡혈 파리 중의 하나로서, ASF를 전파시키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1987년 영국에 소재한 퍼브라이트 연구소의 Mellor등이 보고한 이래로 학계에서 주목해 왔기 때문이다.

침파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포함하여 8 종류의 바이러스, 7 종류의 세균과 리켓치아, 7 종류의 원충 및 선충류를 포함하여 총 22종류 이상의 병원체를 생물매개체(biological vector)로서, 또는 기계적매개체(mechanical vector)로서 전파한다.

ASF바이러스가 침파리 내에서 증식하거나 오랜 기간 동안 생존하지 않으므로 침파리가 ASF의 생물매개체(biological vector)로 간주되지는 않지만, 침파리 체내에서 48시간 동안 활력을 유지하면서 ASF를 매개할 수 있다.

(참고로 중동과 지중해에서 ASF를 매개하는 Carios erraticus(=Ornithodoros erraticus)같은 물렁진드기의 경우 수명이 15년까지이고, 바이러스를 보유하는 기간도 5년으로 길어서 유행 지역 내에서 ASFV의 토착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침파리에 의한 ASF 전파 방식은 ASF에 감염된 침파리가 양돈장에 유입되었다가 죽은 사체가 사료 등에 섞여서 돼지에 경구감염되는 경로이다.

즉, 양돈장에서 파리를 구제하기 위해 살충제를 뿌렸을 때, ASF에 감염된 침파리가 있었다면 사료에 떨어져 함께 다른 돼지에 섭식되어 전파될 수 있다.

침파리는 실험실 조건에서는 24시간 이내에 최대 29km를 비행할 수 있고, 야외 조건에서는 3km를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무장지대의 감염된 멧돼지를 흡혈한 침파리가 휴전선을 넘어 인근 양돈장에 유입될 수 있다.

또한 서부전선에서 자주 부는 북서풍은 북한군 2군단이 대남 전단을 남쪽으로 뿌리는데 이용하는 바람인데, 북에서 남쪽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휴전선 내 야생 멧돼지에 감염된 ASF바이러스를 함유한 침파리가 휴전선 이남으로 더 쉽게 날라 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ASF로 인해 폐사한 멧돼지 사체에 유충 단계에서 달라붙어 조직을 섭취하는 금파리류들도 종류에 따라서는 2주 이내에 62km를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ASF 전파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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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모든 ASF 전파 경로를 차단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와 특히 현장에서 방역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는 수의사들과 방역 담당자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한 노력에 덧붙여서 ASF가 발생한 양돈장 내외에 서식하는 흡혈 및 비흡혈 곤충들에서의 ASF바이러스가 검출되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여야 한다.

침파리 뿐만 아니라 모기, 집파리, 초파리, 금파리, 등에모기, 등에, 먹파리, 딱정벌레 등은 거점소독시설을 가지도 않고, 자유롭게 양돈장을 출입하면서 감염된 돼지의 혈액, 체액 및 배설물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침파리류를 제외한 이 곤충들에 의한 ASF 바이러스의 생물매개체로서의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 ASF DNA가 검출된 것이 보고되었고, 변이가 잘 생기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아프리카에서 유럽을 거쳐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로 오는 과정 중에 이들 곤충에 적응한 변이종이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양돈장에 골칫거리인 파리를 포함하여 곤충들을 구제함으로써 ASF가 전국으로 퍼지는 것을 더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관계기관에 배포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긴급행동지침(SOP)의 내용(2019년 7월 22일자)엔 흡혈 파리의 방역에 대한 체계적인 절차가 들어 있지 않아 아쉽다.

<위 칼럼은 저자의 허락을 받고 원글이 게재된 블로그(바로가기)에서 전재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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