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당신은 참조기와 부세조기를 구별할 수 있습니까/김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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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실

수의사 김상화

코스요리로 유명한 한 한정식 식당에서, 필자는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의 생신축하 파티를 하고 있었다.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요리로는 보리굴비가 서빙 된다고 하여, 모두들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수생생물수의사인 필자는 보리굴비를 보자 본능적으로 정수리 부분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참조기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 할 다이아몬드 모양 뼈가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식당에서 이용한 보리굴비의 재료는 참조기가 아니라 부세조기였던 것이다.

참조기(또는 조기, Larimichthys polyactis) 와 부세조기(또는 부세·부서, Larimichthys crocea)는 그 외양이 매우 비슷하나 값 차이가 커서 자주 비교대상으로 등장한다.

두 종 다 민어과에 속하며 한국 근해에서는 서해~남해에서 잡힌다. 민어과 다른 어종들과 달리 이 두 종은 유난히 서로 비슷하게 생겼다.

그림1. 부세조기(A)와 참조기(B)
그림1. 부세조기(A)와 참조기(B)

그러나 유사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참조기는 부세조기보다 10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도 비싸게 팔리고 있을 정도로 그 값어치가 다르다. 참조기에 대한 국내 수요는 매우 높지만, 공급량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참조기는 한국 내 수요가 매우 높아 어획량 또한 높게 유지되었으며, 지속적인 어획으로 인해 자원량이 많이 감소한 상황이다.

이는 곧 지속적인 어획량 감소 및 산지가격 증가, 어획된 어체 크기의 감소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같은 크기의 참조기와 부세조기의 가격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게 되었다.

문제는 일부 소매업자들이 참조기와 부세조기의 외형 구별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하여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가 가끔 생긴다는 점에 있다. 때문에 이 두 종을 정확히 구별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갖추면 좋을 하나의 상식과도 같다.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마의 다이아몬드 모양 유상돌기 유무, 체고 및 체형의 차이, 옆선의 형태, 꼬리지느러미의 형태 등 다양한 구별 방법이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의 기준들은 개체 사후 처리방식 또는 각 개체의 크기나 영양상태에 따라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시간이 오래 흘렀든, 염지 처리를 했든 상대적으로 원행 그대로 유지될 부분은 단연 골격계통일 것이다.

이에 필자는 참조기의 머리에 있다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골격을 확인하는 것이 다른 기준들 보다 명확할 것이라 판단하였고, 판단 근거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수산시장 한 켠에서 같은 크기의 참조기 한 마리와 부세조기 한 마리를 구매하였다. 참조기가 4만원, 부세조기가 3천원으로, 약 1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으나, 역시나 외관상 구별이 쉽지 않았다.

두 마리 물고기를 봉지에 담아 들고, 강남 혜민동물병원 영상진단실로 향했다. 혜민동물병원 원장님과 혜민동물3T MRI센터 영상진단팀의 도움 하에 참조기와 부세조기의 CT를 촬영할 수 있었다.

커다란 CT 기계 안으로 자그마한 물고기가 들어가는 것을 안쓰럽게 쳐다본 것도 잠시, 곧 흥미로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혜민동물병원 CT 촬영
혜민동물병원 CT 촬영

CT 촬영 결과 역시나 두 눈 사이의 전두골 (frontal bone)의 형태에서 두 종 사이에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조기의 경우 다이아몬드 형태의 융기 (ridge)를 가지고 있는 반면, 부세조기의 경우에는 융기의 각도가 달라 거의 11자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다이아몬드 골격은 얼핏 눈으로 봐도 보이지만, 손으로 어체의 전두골 부분을 만져 봄으로써 보다 명확히 확인이 가능했다.

민어과 어류들의 두개골은 총 16개의 골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전두골은 두 눈 사이에 위치한 뼈다.

이 뼈는 어종마다 다른 형태의 독특한 융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데, 민어과 어종 중에 이 융기의 형태가 다이아몬드 형태인 종은 참조기 말고도 다수 더 존재한다.

다만 다른 어종들은 체색, 체형 등을 이용해도 구별이 쉽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골격구조는 참조기와 부세조기를 구별할 때 가장 유용하게 쓰인다.

그림2. 부세조기와 참조기 골격복원 A. 부세조기는 전두골의 융기구조가 11자 형태로 형성돼 외관상 다이아몬드 문양이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B. 참조기는 전두골의 융기구조가 다이아몬드 형태로 명확히 형성돼 외관상으로도 문양이 보이거나 만져진다.
그림2. 부세조기와 참조기 골격복원
A. 부세조기는 전두골의 융기구조가 11자 형태로 형성돼 외관상 다이아몬드 문양이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는다.
B. 참조기는 전두골의 융기구조가 다이아몬드 형태로 명확히 형성돼 외관상으로도 문양이 보이거나 만져진다.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한정식 집에서 필자는 부세조기를 참조기인 척 내어온 것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지는 않았다.

고급스러운 참조기려니 하고 맛있게 먹는 식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세조기도 중국에선 나름 후한 대접받는 식재료이니만큼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참조기의 이름을 부른 것이 한국이었다면, 부세조기의 이름을 불러준 것은 중국이었다. 참조기와 부세조기 모두 배쪽이 황금빛이 돌아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어종이다. 식감이 보다 쫄깃한 조기를 선호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식감이 부드러운 부세조기를 참조기보다 더 선호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싼 맛에 팔리는 부세조기가, 중국을 대상으로는 마리 당 70만원까지도 호가하며 팔린다고 하니, 가히 중국에 가서 꽃이 되었다 할 법하다.

다만 식사가 다 끝나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필자의 어머니와 할머니 두 분도 참조기가 아니라 부세조기를 썼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지만 분위기를 위해 입을 다물고 계셨다는 것이다. 어쨌든, 맛있었으니 된 건가. 모쪼록 앞으로는 이 둘을 바꿔 파는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감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세창 교수)

(CT 촬영: 혜민동물병원 부설 혜민동물3T MRI센터)

References

–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 해양수산부. 2018.

– 오용석. 민어과 어류의 형태, 골격 및 계통분류학적 연구. 전남대학교대학원 수산과학과. 2008.

– 해양수산 전망과 과제. 한국해양수산개발원. 2019.

– FAO Fishery and Aquaculture Statistics. Global aquaculture production (FishstatJ). In: FAO Fisheries and Aquaculture Department [online]. Rome. Updated 2017. www.fao.org/fishery/statistics/software/fishstatj/en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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