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시 보고 싶은 독도 강치/이성빈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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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수생생물의학 석박사통합과정

수의사 이성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독도 강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치가 어떤 동물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물개일까? 바다사자일까? 아니면 물범일까? 그것도 아니면 바다코끼리일까?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동물에 정말 관심이 많거나 전문가가 아닌 이상 거의 없을 것이다.

강치가 정확히 어디에 속하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물개, 물범, 바다코끼리의 차이점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물개, 물범, 바다코끼리 비교
물개, 물범, 바다코끼리 비교

물개는 귓바퀴가 있는 기각류의 통칭으로, 앞다리로 몸을 세울 수 있다. 이러한 물개의 특징은 물범(바다표범)과 구별하기 쉽게 해준다.

물범은 귓바퀴가 없고, 앞다리로 몸을 세울 수 없으며, 땅에서 이동할 때 앞다리를 쓰지 않고 통통 튀듯이 기어 다닌다.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물범은 대표적으로 천연기념물 제 331호 점박이물범(Phoca largha)이 있다.

이에 반해 바다코끼리는 생김새만으로 정말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바다코끼리는 물개, 물범과 다르게 덩치가 월등히 크고, 긴 엄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

강치의 정확한 국명은 “바다사자”다. 하지만 물개라고 불러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강치가 속해 있는 바다사자아과(Otariinae)는 물개아과(Arctocephalinae)와 함께 물개과(Otariidae)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강치는 다른 물개들처럼 귓바퀴가 있고, 앞다리로 몸을 세울 수 있다. 물개과(Otariidae) 중 하나인 바다사자 속(Zalophus)에는 바다사자(강치, Zalophus japonicus), 캘리포니아 바다사자(Zalophus californianus), 갈라파고스 바다사자(Zalophus wollebaeki)가 있다.

강치는 수컷의 경우, 어두운 회색 털가죽이 있고 체중은 450~560 kg, 신장은 2.3~2.5 m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 수컷보다 컸다. 암컷은 수컷보다 훨씬 작아 신장은 1.64 m였으며, 수컷보다 밝은 털가죽을 가졌다. 2)

대한민국 독도와 독도 강치(바다사자)
대한민국 독도와 독도 강치(바다사자)

강치는 동해 바다의 한반도 해안선 일대, 그리고 일본 해안선에 많이 서식했다. 특히 독도 주변에는 바다사자가 쉬기 좋은 바위가 많고,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으로 어장 자원이 풍부해 강치의 최대 번식지였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강치를 ‘가제’ 또는 ‘가지’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독도에서 볼 수 있는 ‘가제바위’는 바로 강치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3)

아쉽게도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는 독도 강치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197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생포된 한 마리를 끝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전혀 확인된 기록이 없다. 우리나라 독도에서는 1972년에 마지막으로 확인되었다. 그 후, 1994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강치의 절멸을 선언하였다. 4)

독도 강치는 바다사자의 가죽과 기름을 얻으려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어업의 확대로 먹이 부족까지 더해져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절멸한 것으로 본다. 5)

비록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강치는 독도를 상징하는 동물로 국민적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독도 강치 복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러 해에 걸쳐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03년에 세계 최초로 복원된 멸종 동물이 있었는데, 2000년에 공식적으로 멸종한 산양의 일종인 피레네 아이벡스(Pyrenean ibex, Capra pyrenaica pyrenaica)가 그것이다.

비록 태어난지 7분 만에 선천적 폐결핵으로 사망하였지만 최초로 복원에 성공했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고, 멸종 동물을 되살릴 수 있다는 과학적인 희망을 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6)

지금도 매머드 등의 멸종한 동물의 세포를 가지고 클론을 만드는 기술은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큰 바다사자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의 서식지
큰 바다사자와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의 서식지

강치 복원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전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야 하고, 준비해야 할 것도 굉장히 많다.

우선 복원에 필요한 강치의 DNA를 확보해야 하고, 강치의 유전 정보와 최대한 비슷한 근연종을 찾아내야 한다.

강치 복원 사업에서 거론되고 있는 근연종은 러시아 사할린 섬 인근에 서식하고 있는 큰 바다사자(Eumetopias jubatus)와 북아메리카 대륙 서쪽 해안에 서식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바다사자(Zalophus californianus)가 있다.

사실 큰 바다사자의 유전 정보는 강치의 것과 굉장히 다르지만, 지리적으로 봤을 때 강치와 유사한 유전 정보를 지닌 개체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조금은 있기 때문에 조사해 볼 가치는 있다. 9)

만약 오랜 연구 끝에 강치의 근연종을 발견하게 되어도 준비해야 할 것은 아직 한참 남았을 것이다. 근연종을 대리모로 데려와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고, 300 kg이 넘는 대리모를 최소 10마리 이상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 정도의 바다사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게다가 바다사자는 하루 식사량이 체중 5~8% 정도이므로 먹이가 충분히 공급되어야만 하고, 연구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바다사자들이 의학 훈련(medical training)을 충분히 받아야만 한다. 국내외 최고의 연구진이 모여 연구에 참여해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강치 복원은 다른 멸종 동물 복원과 마찬가지로 주변국과의 긴밀한 협력 하에 진행되어야 하고, 경제적, 시간적 문제를 심사숙고하여 장기적으로 접근해야만 한다.

강치 복원은 아직 계획 단계이지만 지금부터 천천히 시작한다면 언젠가는 우리나라 독도에서 강치를 실제로 만나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날이 오기를 간절히 꿈꿔본다.

(감수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박세창 교수)

 

1)        EBS 프로그램 <생물이 생생! – 진짜 물개를 찾아라!>, 2012. 03. 26.

2)        (일본어) Zalophus californianus japonicus (CR), Red Data Book, Japan Integrated Biodiversity Information System, Ministry of the Environment (Japan). “The Japanese sea lion (Zalophus californianus japonicus) was common in the past around the coast of the Japanese Archipelago, but declined rapidly after the 1930s from overhunting and increased competition with commercial fisheries. The last record in Japan was a juvenile, captured in 1974 off the coast of Rebun Island, northern Hokkaido.”

3)        가제냐, 강치냐 호칭의 유래와 변천에 관한 소고, 유미림, 영토해양연구9, 156-174(19 pages), 2015.

4)        “Zalophus japonicus”. 《멸종 위기 종의 IUCN 적색 목록. 2008판》 (영어). 국제 자연 보전 연맹. 2008.

5)        환동해 에서의 생태복원과 생태관계망 구현 따오기의 성공 사례와 강치의 복원 가능성, 최영진, 아시아연구 22(1), 257-288(32 pages), 2019.

6)        First birth of an animal from an extinct subspecies (Capra pyrenaica pyrenaica) by cloning, J.Folch et al., Theriogenology Volume 71, Issue 6, 1026-1034(9 pages), 2009.

7)        Ancient DNA Analysis of the Japanese Sea Lion (Zalophus californianus japonicus Peters, 1866): Preliminary Results Using Mitochondrial Control-Region Sequences, Fimihiro Sakahira and Michiko Niimi, Zoological Science 24(1), 81-85(5 page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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