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연구요원 축소 논란에 과학계 반발‥선발·운영 개선 타진

과학기자협회, 전문연구요원 제도 토론회..박사급 전문연 선발에 연구역량 평가 도입 계획

등록 : 2019.08.25 19:07:36   수정 : 2019.08.25 21:24:38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국방부가 전문연구요원 대체복무 축소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공계 대학가와 산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과 직결된 연구에 종사하는 비율을 높이고 영어성적 경쟁으로 매몰된 박사 전문연구요원 선발제도를 개편하는 등 제도 개선책도 검토된다.

한국과학기자협회는 23일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전문연구요원제도, 그 해법은 없나?’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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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전문연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전문연구요원’ 제도(이하 전문연)는 36개월간 지정된 기업이나 연구소, 대학에서 연구 활동에 종사하며 병역을 대체하는 제도다.

크게 석사학위를 졸업한 후 지정 업체에서 근무하는 ‘석사급 전문연’과 박사학위 과정 중에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돼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박사급 전문연’으로 나뉜다.

현재 매년 석사급으로 1,500여명, 박사급으로 1,000여명의 요원이 선발되고 있다.

최근 국방부는 병역자원감소, 현역복무자와의 형평성 등을 지적하며 전문연 제도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업계, 이공계 대학원 등은 모두 제도 축소에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기현 성신전기공업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에서는 고급연구인력 확보가 상당히 어렵다. 그나마 전문연을 계기로 복무 만료 후 머물러 줄 것을 섭외하는 실정”이라며 감축에 반대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부총장은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국방력뿐만 아니라 산업기술 분야의 경쟁력도 국가의 안전에 기여한다”며 전문연 제도를 유지·발전시킨다는 전제하에 국방 연구 수행 등 장기적인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전문연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두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용하 서울신문 과학전문기자는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전문연을 대체복무가 아닌 특혜로 바라본다. 특히 대학에 배치되는 (박사급) 전문연은 자기 공부를 하면서 병역을 해결하니 특혜로 보는 시선이 강하다”며 “전문연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문연으로 얻어낸 성과를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어경쟁으로 변질된 전문연 선발..연구역량 평가 도입 타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문연 선발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교육부 학술진흥과 권지은 사무관은 “(전문연 제도는) 이공계의 우수인력이 단절 없이 연구를 수행하는 데 목적이 있음에도 (선발기준에) 연구역량 자체를 평가하는 항목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부 기업 등에 취직하는 것과 비슷한 석사급 전문연과 달리 박사급 전문연은 TEPS 성적,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대학원 석사과정 성적이 높은 순으로 선발된다. 박사급 전문연 선발이 과도한 영어성적 경쟁으로 이어져,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해야 할 시간에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권 사무관은 현재 검토 중인 선발방식 변경안의 일부를 소개했다.

TEPS 등의 시험기준을 현행 고득점 경쟁에서 최소기준(Pass or Fail) 방식으로 변경하고,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구성된 연구역량 평가제도를 도입하며, 소외분야나 국방·공공분야의 연구 종사자에는 일부 가점을 부과하는 등이다.

전문연 규모는 최소한 현행을 유지하는 한편, 박사급 전문연도 3년 중 일부 기간을 대학이 아닌 외부 연구기관에 복무토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임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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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갔다가 전문연 떨어지면 늦깎이 현역? 예측 가능한 제도 만들어야

수의대생들도 일부 현역 입영을 제외하면 수의장교·공중방역수의사로 복무하거나, 졸업 후 곧장 대학원에 진학해 전문연 제도를 활용하는 식으로 병역을 해결하고 있다.

수의과대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 석사급 전문연으로 복무한 수의사 A씨는 “전문연 제도가 없으면 남학생으로서는 대학원을 가기가 쉽지 않다”며 “박사급 전문연 선발의 영어성적 커트라인으로 보고 석사급 지원을 결정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 석사급 전문연구요원의 환경이 근무처에 따라 편차가 심해, 일부에선 열악한 대우나 노동 착취 등에 노출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수의대 대학원에서 박사급 전문연으로 복무한 수의사 B씨는 “최근에는 박사급 전문연에 선발되기 어려워지면서 박사과정 지원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6년제 학사과정을 졸업한 후 석·박사급 전문연 선발에 응시할 시점이면 이미 20대 후반이다. 전문연 선발에 탈락하거나 석사급 전문연으로 채용되는 데 실패하면 공중방역수의사 추가모집을 노리거나 늦깎이 현역병으로 복무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지적됐다.

이영완 과학기자협회장은 “젊은 과학자가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하게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한림원 부원장 김성진 이대 교수는 “전문연에 떨어지면 20대 후반이다. 차라리 병역을 빨리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학생들 입장”이라며 “학사 학위를 졸업하는 시점에서 젊은이들이 전문연을 이용하든 다른 병역에 종사하든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