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송아지도 서울대 동물병원 갑니다`

치료 못하면 도태될 송아지들 생명 구하기..응급수술 현장을 가다

등록 : 2019.03.15 06:51:05   수정 : 2019.03.15 10:36:15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경기도 양주에서 온 6일령 한우 송아지 골절환자

경기도 양주에서 온 6일령 한우 송아지 골절환자

지난해 증축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은 여느 사람 병원 못지않게 외관이 번듯하다. 반려견, 반려묘 환자와 보호자들, 의료진이 아침부터 분주히 오고 간다. 도심에 위치한 동물병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12일 오전 서울대 동물병원 응급의료센터가 맞이한 환자는 사뭇 낯설다. SUV 차량 트렁크에 실려 온 환자는 한우 수송아지였다.

서울대 수의대 응급의학과 김민수 교수의 핸드폰이 울린 것은 이날 아침 7시반경이었다. 경기도 양주에서 소 임상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제자로부터 한우 송아지 골절환자의 치료를 부탁하는 연락이었다.

김 교수는 “송아지들이 어미젖을 먹으려고 다가가다 어미나 다른 큰 소들에게 밟혀 뼈가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농장 펜스를 넘어가려고 하다가 다리가 끼어서 발버둥치면서 크게 다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대 동물병원으로 온 송아지도 태어난 직후 어미에게 밟혀 다리를 다친 환자였다. 오른쪽 뒷다리 무릎 아래의 정강뼈(tibia)가 골절됐다.

병변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 깁스를 해체하는 모습

병변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 깁스를 해체하는 모습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 환자가 병원 응급의료센터에 도착했다. 응급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들이 달려들어 송아지 환자를 진정시키며 수액부터 연결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손원균 박사는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 진통제라도 먼저 주기 시작하면 좋겠다”며 환자의 체중부터 물었다. 태어난 지 만 6일이 된 송아지의 체중은 20kg 정도였다. 환부에 두른 간이 깁스를 해체하면서 급한대로 진통제부터 처치했다.

간이 깁스를 벗기자 드러난 병변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부러진 뼈의 날카로운 단면이 육안으로 확인되는 개방골절이었다. 복합골절도 의심됐다.

응급의료센터는 서울대 동물병원 구관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영상의학과의 협조를 받아 구관에 남아 있던 엑스레이를 가동했다.

대형견 환자를 옮길 때 사용하는 대형 카트에 송아지를 실었다. 마치 종합병원의 이동식 침대나 마찬가지였다. 송아지가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불을 겹겹이 둘렀다. 진통제 기운이 돌면서 힘이 났는지 송아지가 낮은 울음을 연신 터뜨렸다.

엑스레이 촬영 결과, 골절부위는 크게 3조각으로 나뉜 복합골절로 확인됐다. 응급의료센터와 붙어 있는 서울시 야생동물구조센터 수술실을 빌려 곧장 수술을 준비했다.

김민수 교수는 “송아지 환자는 가급적이면 개, 고양이 환자가 드나드는 동물병원 신관과 분리하려고 한다”며 수술 설비를 공유해준 야생동물의학교실(연성찬 교수)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수술 준비에 돌입한 마취통증의학과 진료진

수술 준비에 돌입한 마취통증의학과 진료진

최대한 수술을 빨리 시작하기 위해 수술실은 한동안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정형외과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세팅하고 각종 모니터링 기기와 체온유지장치를 연결하면서, 호흡마취를 실시했다.

김민수 교수는 “단순 골절이었다면 골절부위를 열지 않고도 외고정법을 응용하여 수술할 수 있었겠지만, 개방 복합골절이라 골수내핀을 활용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술준비를 마치고 병변부를 살피던 김 교수의 눈빛에 일순간 걱정이 떠올랐다. 병변부에서 나는 냄새가 수상하다는 것이다. “익히 맡던 호기성균 냄새가 아닌 것 같은데”라며 걱정하는 김 교수의 손길이 더 분주해졌다.

수술에는 30분가량이 소요됐다. 골수내핀으로 뼈조각의 배열을 맞추고, 근위와 원위부에 각각 2개씩 외고정 핀을 박았다. 이를 기준으로 캐스트를 만들어 단단히 고정시켰다.

중간중간 C-arm을 작동시켜 시술결과를 점검했다. C-arm을 작동시킬 때마다 참관 중이던 다른 과 진료진이나 수의대생들이 수술준비실을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김 교수는 “이 수술법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직접 개발한 방법”이라며 “고정을 푸는 시술이 추가로 필요하긴 하지만 예후가 좋고 관리하기도 편하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수 교수는 외고정을 응용해 자체 개발한 골절수술법을 적용했다

김민수 교수는 외고정을 응용해 자체 개발한 골절수술법을 적용했다

수술 결과는 일단 만족스러웠다. 부러진 뼈의 조각들이 골수내핀을 중심으로 정렬됐다. 향후 감염관리에 문제만 없다면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김 교수는 당일 당장 처치할 약품을 제외하면 별도의 의약품을 처방하지 않았다. 일선 동물병원을 통해 관리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농장주에게도 감염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줄 것을 당부했다. 진료를 의뢰한 제자 원장에게도 따로 연락해 설명했다. 혐기성균이 감염돼 문제가 될까 마음에 걸리는 것 같았다.

이날 아침 수술소식을 듣고 평창캠퍼스에서 달려온 이인형 교수도 농장주에게 당부를 이어갔다. 이 교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양쪽 다리를 만져보고 체온에 차이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집중관리를 당부했다.

수술 전후 엑스레이 사진

수술 전후 엑스레이 사진

수술을 마친 송아지 환자는 곧장 농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주면서 마취가 깨길 기다렸다.

갓 태어난 동물은 모두 귀엽다고 했던가. 송아지 환자를 대하는 진료진들의 눈빛과 손길은 반려동물 환자를 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따뜻했다.

김민수 교수는 “예전에는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자며 동물병원에서 하루이틀 입원시키기도 했지만, 송아지다 보니 젖도 먹이지 못하고 관리도 어려워 오히려 예후가 나빠지더라”며 “차라리 최대한 빨리 어미품으로 돌려보내고 이후에 후처치하는 쪽이 결과가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농장환경에서 환부가 최대한 감염되지 않도록 캐스트법을 자체 개발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송아지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 기다리던 농장주의 얼굴도 ‘수술이 잘 끝났다’는 말에 밝아졌다. 농장주는 “송아지가 다리를 다쳐도 예전처럼 처리할 생각만 했지, 동물병원에 와서 수술할 생각은 그동안 하지 못했다”며 “회복이 잘 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다시 어미 곁으로 출발

다시 어미 곁으로 출발

김민수 교수가 송아지들의 외과 수술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전북대 수의대에서 근무하던 2010년경부터다. 치료받지 못하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은 송아지들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일선 소 임상수의사들의 의뢰를 받아 수술해주고, 돌아간 환자의 후처치는 일선 수의사들이 이어받는다. 반려동물의 2차진료와 다를 바 없는 형태다.

지난해 서울대로 둥지를 옮긴 후에도 송아지 치료는 이어졌다. 반려견이나 반려묘 환자의 응급진료가 주 역할이긴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4마리의 한우 송아지가 서울대 동물병원을 찾았다. 이인형 교수와 함께 왕진에 나선 경우는 그보다 더 많았다.

김 교수에게 수술을 받은 송아지의 95% 이상은 한우였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농장동물이다 보니 소 값보다 수술비가 더 들면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김 교수가 청구한 치료비는 100만원가량이다. 치료비 수준을 정하는데도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너무 높으면 농장주가 치료하려 하지 않고, 너무 낮아도 치료에 비협조적이 된다는 것이다.

대학 동물병원으로서는 낮은 단가다 보니 내부적으로도 고충이 엿보였다. 이날도 김 교수는 ‘(다른 진료과에서) 너무 많이 청구되면 안되는데’ 라며 발을 굴렀다.

6개월령 한우 송아지의 시세는 현재 300~400만원선. 이날 진료를 의뢰한 소 임상수의사는 “한우번식농가 입장에서는 송아지를 잃으면 1년을 그냥 버리게 되는 셈이니, 수술비를 들여서라도 살리는게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민수·이인형 교수가 전날인 12일에 방문한 육우 농장은 결국 치료를 포기했다. 소값을 상회하는 수백만원을 들여 수술을 하는 것보다, 도태시켜서 보험처리를 받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증상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수술을 받은 한우 송아지들의 예후는 대체로 좋다고 한다. 송아지다 보니 회복도 빨라 3개월이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수술 후에도 핀·캐스트 제거를 위해 농장을 직접 방문한다. ‘돈도 제대로 못 받고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그래도 골절상을 입은 송아지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곧장 안락사되지 않느냐”며 농장동물에게도 응급수술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형 교수는 이 같은 소 2차진료 기반이 전국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시범사업 중인 가축질병치료보험이 본사업에 돌입하면, 지역 원장들의 의뢰를 받아 응급수술을 실시할 수 있는 진료소 기반이 전국적으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일선 동물병원과 농장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