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학 미래 60년 전망③] 수의임상과 4차 산업혁명:김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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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인공지능의사 왓슨이 암을 진단하는 시대가 열렸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가 인터넷 검색어 상위순위에 있다. 멀리 있는 미래의 일이 아니고 바로 눈앞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1957년 대한수의학회의 창립과 더불어 근대수의학이 시작되었다. 과거 말과 소의 치료를 위한 침, 뜸과 같은 전통수의학을 활용한 임상수의학은 1984년 한국임상수의학회의 창립으로 기초수의학, 예방수의학과 함께 독립적이며 본격적인 임상수의학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후 1998년 6년제 수의과대학의 시작과 함께 불기 시작한 반려동물의 열풍은 특히 반려동물임상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산업동물의 이상 징후를 발견한 축주와의 대화, 혹은 반려동물과 함께 온 보호자와의 상담을 통해 ‘진료’는 시작된다. 초기 임상수의학은 직장검사 기술과 산과 처치를 주로 하는 산업동물임상이었으나 현재 MRI와 핵의학을 활용한 고가의 진단 장비와 최첨단의 수술기구 및 장비를 활용하는 반려동물임상에 이르렀다.

특히 반려동물의 진단과 치료는 이제 그 끝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천만이 넘었고, 관련 시장규모 또한 6조 원이 눈앞이다. 이러한 수의임상 분야의 급격한 성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의료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왔다는 점에서 향후 특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결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요즘 매체를 통하여 쉽게 접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스 슈밥 (Klaus Schwab) WEF 의장이 주창한 것인데 이후 거의 모든 분야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등의 초지능 기반기술(superintelligence)과 빅 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초연결(hyperconnectivity) 기반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다.

4차 산업혁명은 수력과 증기 기관으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이나 전기와 석유에 의한 대량 생산체제의 2차 산업혁명 그리고 현재에도 진행 중인 정보통신의 발전과 컴퓨터, 인터넷 기반의 3차 산업혁명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그림 1).

기계도 인간처럼 학습할 수 있게 됨으로 학습이 인간의 전유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되었던 사고와 추리까지도 가능한 알파고와 같은 기계의 등장을 맞게 된다.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인공지능을 장착한 컴퓨터는 창작활동을 시작하고 스스로 학습을 통하여 진화하고 있다. 여러 영역에 있어서 단순노동의 단계를 넘어 사람의 업무를 대신할 것이다.

그림 1 4차 산업 혁명(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그림 1. 4차 산업 혁명(자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어느 날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대결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4차 산업혁명의 첫 번째 화두가 되었다. 작은 의미로는 장치가 더 똑똑해져서 나의 생활 패턴을 이해하고, 스스로 알아서 동작하는 약한 인공지능부터, 생태계 전체의 생활 및 환경으로부터 최적의 해법을 제시하는 강한 인공지능까지 인간의 생산성을 최대한 올려주는 도구이다.

IoT로 알려진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은 실생활에 해당하는 오프라인의 모든 정보를 온라인으로 넘기는 O2O(Online to Offline)를 통해 인터넷을 이용한 인간에게 가장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는 도구이다. 또한,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방식의 변화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빅 데이터 기술 및 최신로봇기술이 합쳐져 근로 형태가 혁신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혁명적 변화는 인간관계, 삶과 직장, 그리고 모든 사회적 제도와 관습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의료와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의사 역할의 80%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이라는 위협적인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당연히 수의사나 수의학 분야에서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말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특정 업무를 대체할 뿐’이라는 것이 정답일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어떤 분야에서 사람이 맡은 모든 업무를 기계가 다 수행한다면 그 사람은 직업을 잃게 되겠지만 사람이 맡은 일의 일부분만 기계가 할 수 있다면 오히려 생산성은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생로병사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의료 행위는 소멸되지 않는다. 다만 근엄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처방전을 써 내려가는 의사나, 합리적인 설명 없이 무조건 모든 검사항목을 최대한 늘리는 수의사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림 2 4차 산업혁명과 의료서비스 혁신(자료: 의료서비스산업 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그림 2. 4차 산업혁명과 의료서비스 혁신(자료: 의료서비스산업 도약을 위한 정책과제)

 미래의 의료는 더 나은 진단과 치료, 예방, 재활을 위해 수많은 데이터와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을 활용하는 융합 의료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그림 2).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직업 관련하여 나온 많은 글들은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 교수가 펴낸 ‘고용의 미래’에 나오는 분석 모형을 활용한 내용이 많다. 이들은 현재 대표적인 직종 702개의 직업을 미래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 여부를 조사했다. 현재는 잘 나가고 있지만 짧게는 10년, 혹은 20년 후에 사라질 직업이나 또는 관심이 약해질 직업들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 예언이 전부 맞을지는 의문이다. 최근 흥미를 끄는 것으로 영국의 BBC는 지난해 직업을 입력하면 20년 안에 사라질 가능성을 계산해주는 사이트를 열었고 영국 내 현재 직업의 35%가 2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근사한 예를 들면 의료분야에 있어서 현재는 의사가 가장 인기 있는 고소득 직업이지만 앞으로는 환자 개개인을 오래 상대하고 그들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하는 간호사, 간병인 등이 더 유망한 직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정서적인 공감 능력이 그만큼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며 사회적 공감 능력이 중요한 직업은 대체 가능성이 적다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수의사는 어떠할까?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수의사는 환자와 직접 대화를 하고 증상을 물어보며 접근하는 의사와는 다르다. 반려동물 보호자와의 대화는 옆에서 보고 느끼는 정도에 따라서 상당 부분이 잘못 전달될 수 있고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더 많은 진단검사 항목과 MRI나 CT를 포함한 영상진단 정보가 절실하다. 여기에 반려동물 환자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교감 그리고 보호자와의 소통이 필요한 수의사는 미래의 매우 유망한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림 3. 암 치료 계획을 위한 Watson for Oncology(자료: IBM)
그림 3. 암 치료 계획을 위한 Watson for Oncology(자료: IBM)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의사는 단연코 IBM의 왓슨 포온코로지(Watson for Oncology)이다(그림 3).

현재 왓슨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암 진단과 치료를 돕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고, 둘째는 유전자데이터의 분석을 통한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를 질환에 대해 예측을 하는 일이다. 1,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의학 전문 자료와 200여 종의 텍스트 북, 290종의 암 전문 학회지와 케이스 분석자료 등을 학습하고, 환자의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3년 안에 암의 85%를 분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왓슨의 분석 및 작동은 환자의 나이, 몸무게, 전신상태, 기존치료 방법 등 20여 가지 환자 정보를 입력하면 약 10초 후에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에 최적화된 치료법을 분석해 제안하는 방식인데 항암용법이나 수술 방법, 방사선 치료법 등을 구체적으로 추천하고 그 근거가 되는 논문도 제시한다. 더불어 치료에 대한 부작용과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 생존율, 적용 시기 등도 알려준다. 이러한 왓슨이 우리나라 대형병원 6곳에 벌써 들어와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다. 의학에서 왓슨의 적용과 활약은 동시에 수의학에서도 동일하게 활용된다는 의미이다. 단지 우리나라 수의학계만 너무나 안일하게 생각하고 아직도 우리와는 멀리 있는 현상으로 보는 게 아닌지 답답할 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의료계에 닥쳐올 변화에 대하여 의학계의 반응은 첨단기술이 의료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97% 이상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의료계는 ‘인공지능의 진료참여’ 의사결정에 빅 데이터 활용, 로봇과 서비스, 3D 프린팅과 제조, 정밀 의료를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첨단기술 분야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이나 권리의식은 현재보다 훨씬 강화될 것이며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환자 참여 진료팀이 활성화되고 환자와의 소통의 중요성이 증대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그림 4).

그림 4.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는 치료방식의 변화(자료: HP, 유진투자증권)
그림 4. 과거로부터 미래에 이르는 치료방식의 변화(자료: HP, 유진투자증권)

또한, 의료계는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의사의 출현으로 의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의사가 지정하는 대로 처방과 치료를 하면서 제도적 보호를 받고 살아가는 의사와 인공지능의사의 진단과 치료의 알고리즘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사다. 미래의 의료는 인공지능 주치의와 상호 보완해 가면서 환자를 치료하는 관계로 변화될 것이기 때문에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직업을 잃어서가 아니라 환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서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심각한 경고라고 할 수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빠르게 적응하고 대책을 세우고 있는 의학계와는 다르게 수의학계는 어떠한가?

밀려오는 파고는 같은데 느끼는 위기의식이나 대응하는 자세와 태도는 확연히 다른 우리 수의학계와 수의임상분야는 답답하다는 말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수의임상 중 반려동물의 경우, 초기에는 주로 백신이나 어린 동물의 단순한 소아기적 질환을 다루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임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어 이제는 노령동물의 만성대사성질환과 심혈관질환은 물론 종양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람의 경우와 매우 비슷한 형태다. 당연히 진단과 치료에서도 의학에 근접하려는 많은 노력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의학과 수의학의 격차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수의과대학은 1998년 6년제로 학제가 개편된 이후 20년이 되었다. 학생들은 더욱 우수한 재원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정작 교육시스템은 변화의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여전히 큰 문제점이다.

대학동물병원의 경우 최대 장점의 첫째는 최신 진단 및 치료 장비와 기구, 둘째는 잘 갖추어진 진료시스템과 많은 수의 진료진 및 진료 보조 인원이고, 셋째는 최고의 임상 실력을 갖춘 교수진의 포진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다. 고가의 장비는 예산 부족으로 구입이 어려우며 진료시스템과 진료진에 있어서도 급격한 성장을 뒷받침하지 못한 제도의 미비나 부재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임상교수의 절대 부족으로 심도 있는 분야별 교육과 진료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이다. 특히 전문의 제도가 만들어지지 못해서 분과 진료를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여러모로 수의 임상분야의 발전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현재 의학 데이터는 3년에 2배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2025년 이후엔 3일에 2배씩 증가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는 국가도 개인도 피할 수 없으며 의료계나 우리 수의계도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가 의사나 수의사 전부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의료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시대가 반드시 찾아올 것으로 생각한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수의학 교육은 과연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간단하게 정리를 하면 ‘인공지능이 더 잘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더 잘하는 것은 인간이 하면 된다.’ 나아가 인간이 인공지능의 역할을 잘 활용해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따라서 수의학 교육의 방향도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혁신적인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사람이 더 나은가, 인공지능이 더 나은가’가 아니라, ‘구조화된 지식을 인공지능을 토대로 재가공해 낼 수 있는가’의 여부임을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의학 교육의 혁신이 필요한 이유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수의학 교육에 대한 권고 사항으로 오늘날 의학 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성과바탕교육(outcome-based education) 혹은 역량바탕교육(competency-based education) 이론에 근거를 두고 수의사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 역량을 제시하였다. 또한, 그 실현을 위한 학습목표와 핵심 교과과정에 대한 내용도 있다. 이에 따라 2016년에 제정한 ‘수의학교육 졸업역량’은 한국의 수의과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이 졸업 시점에서 갖추어야 할 임상술기의 범위와 수준을 설정하였다. 동물의 건강과 질병 관리, One Health 전문성, 소통과 협력, 연구와 학습, 전문 직업성으로 분류하여 각 영역별 핵심역량과 성취기준을 제시하였다. 이 졸업역량은 한국의 수의학 교육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이자 학생 개개인이 거두어야 할 성과를 말한다. 그러나 어디에도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할 혁신적인 교육안은 없다.

후지파행으로 내원한 일곱 살의 요크셔테리어가 있었다. 보호자인 젊은 부부가 여러 가지를 질문하였다. 무릎관절의 문제에 있어서 탈구와 십자인대 단열의 차이가 임상적으로 명확한가요? 전방십자인대와 후방십자인대 그리고 반월판 손상 등의 문제에 대한 수술적 결정이 최선인가요? 보호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뼈 모형과 관절 그림 그리고 지금까지의 사례를 들고 충분히 설명하였다. 이어서 수술 방법에 대한 질문은 더 전문적이었다. 관절낭 외접근법과 TTA(Tibial Tuberosity Advancement), TPLO(Tibial Plateau Leveling Osteotomy)의 장단점을 묻고 수술 후 부작용과 삶의 질에 대해서 진지하게 묻기에 보호자가 수의사나 의사인 줄 알았다. 보호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았고 논문도 찾아보았다고 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수술 방법을 다 보았다고도 말했다. 바로 지난주 진료실에서 경험한 일이다.

이제는 지식과 정보를 어느 특정 계층이 독점할 수 없고 대중들이 공유하는 정보 민주화 시대가 왔다. 또한, 온라인을 통해 지역과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전 세계가 소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과거에는 지식과 권력을 독점하는 엘리트와 지식전문가가 의사결정의 핵심 주체였다면 미래 사회는 개인의 참여와 집단의 지혜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이미 대책을 세우고 대비하고 있는 의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수의사와 수의학도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따라서 미래 수의학과 인공지능 시대 수의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1) 인공지능 수의사가 제시하는 의견들에 대한 평가와 최종 판단이 필요하다. 왓슨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많은 인공지능 수의사들의 각기 다른 의견과 진단, 치료 방법의 제시가 존재한다면 이를 다시 종합하고 상반된 의견에 대한 평가분석을 통한 최종 결정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반려동물 환자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과 치료는 분명 인간 수의사가 해야 하고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 또한 인간 수의사의 몫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 수의사가 아무리 발달하여도 인간 수의사는 여전히 반려동물 환자의 진료와 치료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하므로 딜레마 해결능력, 상상력, 추리력 등이 발휘되어야 한다. 

2) 인공지능이 해결하기 어려운 대표적 영역으로는 반려동물 환자는 물론 보호자의 상황에서 윤리적, 법적, 문화적 판단을 들 수 있다. 입력된 자료로부터 제시하는 인공지능 수의사의 의견은 보호자가 반려동물에 가지는 신뢰감, 배려심, 측은함 등 주로 내면의 정서적 가치관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단순히 생의학적 지식을 토대로 한 알고리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 수의사의 역할은 반려동물 환자와 보호자의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듣고 이를 윤리적, 법적, 문화적으로 판단해 줄 필요가 있다.

3)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진단과 치료방법에 대한 사항을 반려동물 환자는 물론 보호자들과 함께 보면서 고통을 공감해주고, 위로하며 현재와 미래의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최종적으로 어떤 진단적 판단과 향후 치료계획을 설명해 주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가족의 한사람으로서 보호자의 결정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처럼 고통과 불안에 가장 잘 공감해주는 수의사, 제시된 내용을 잘 설명해 주는 수의사, 친구처럼 전체 과정에 동행해주는 수의사가 필요하다.

4) 인공지능에 새로 입력될 지식과 알고리즘 만들기가 필요할 것이다. 인공지능에는 늘 새로운 질병, 새로운 진단 및 치료방법 등과 같은 임상데이터를 끊임없이 새로 넣어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치료결과의 분석과 데이터화한 정보의 입력을 통해 업데이트된 인공지능 수의사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인공지능 시대의 수의사는 확실한 책임감과 함께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대한 자기 성찰’ 그리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 같다.

나는 수업 중에 학생들의 책상 줄 사이에 들어가 같은 방향에서 프로젝터의 강의 자료를 보면서 강의하기를 좋아한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은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등을 사용해서 강의를 듣는다. 노트북 화면에는 오늘 강의 자료가 떠 있고, 화면 오른쪽에는 PubMed 최신 논문이 올라와 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강의실 풍경이다. 새로운 무엇을 일일이 짚어주면서 강의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최신 문헌을 찾아보는 것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저장해서 활용하는 것도 모두 학생들이 교수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당연히 혁신적인 수의학 교육을 필요로 한다. 지금과 같은 교훈적 교육이나 단순 암기 위주의 교육은 지양되어야 한다. 보호자는 물론 반려동물과 상호작용으로 공감하고 배려와 측은심, 신뢰감과 책임감을 발휘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경쟁보다는 협업을 추구하는 자세를 함양하는 것이 최종적인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미래 수의사가 제 역할을 잘할 수 있으려면 합당한 교육은 필연적이다.

이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수의학교육의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 본다.

1) 기계적 암기를 요구하고 평가하는 것이 없어지는 대신 자신의 반려동물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인공지능에 무엇을 질문할지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의견에 대한 분석력, 이해력, 그리고 최종 판단을 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2)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의 사례들이 가지는 윤리적, 법적, 문화적, 사회적 딜레마들을 정확히 다룰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과학은 물론, 인문과학, 사회과학을 묶어 융합적인 교육이 요구되며 또 다른 의미의 세세한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

3) 비전문가인 보호자에게 쉽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초진부터 최종 진단 후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순간까지 섬세하게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즉 반려동물 환자가 가진 문제를 매 순간 유형화하고 해답을 찾는 데 늘 함께하는 역할의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4) 연구능력에 대한 구체적 교육이 요구된다. 연구를 통해 얻어진 새로운 수의학 지식을 인공지능에 체계적으로 입력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출된 연구 결과에 대한 학술연구 발표 방법과 좋은 논문 작성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왓슨과 같은 인공지능 수의사가 아무리 빠르고 완벽하게 진단을 내리고 치료에 대한 처방을 내린다고 해도 최종적인 의료의 결정이나 보호자 및 반려동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공감대의 형성은 앞으로도 여전히 인간 수의사의 몫이라는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수의학계에서 인공지능 수의사의 사고에 대한 책임 문제와 실력을 증명할 방법 역시 아직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임상수의사와 수의임상교육이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필요하고 충분한 이유이다.

끝으로 수의학교육의 개혁을 위해서는 한국수의과대학협회, 임상수의학교육협의회, 대한수의학회, 한국임상수의학회 등이 대한수의사회 및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미래수의학 교육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들을 활발히 논의할 필요가 절실하다. 또한, 평가인증 2주기가 시작된 수의학 교육인증원의 평가인증 시스템과 국가시험 제도의 연계 등을 통해 수의학 교육이 혁신적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1. 전우택: 의학교육의 변화와 과제. 대한의학회 E-newsletter No. 79, November 2017.

2. 한국수의학교육인증원: OIE 권고 임상분야 세부역량 설정에 대한 연구. 농림축산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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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맹광호: 21세기 한국의학교육 계획 –희망과 도전. 한국의학교육.1 6(1): 1-11, 2004.

4. 文部科學省: 21世紀の命と健康を守る医療人の育成を目指して(21世紀医学・医療懇談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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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의과대학인정평가위원회: 의과대학 인정평가. 제5차 활동보고서. 2003.

6.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원단: 의료서비스산업 도약을 위한 정책과제.2 016.

7. 신영석, 이진형, 김범준, 이재훈, 이영희, 황도경, 김소운, 박금령: 제4차 산업혁명에 조응하는 보건의료체계 개편 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7.

8. Association of American Medical College: Physicians for the twenty-first centur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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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ge Preparation for Medicine. J Med Educ, 59(11): 1-208.1984.

9. Bland CJ, Starnaman S, Wersal L, Moorehead-Rosenberg L, Zonia S, Henry R: Curricular

change in medical schools: How to succeed. Acad Med, 75(6): 575-594, 2000.

*이 글은 대한수의학회 60년사 제3장 ‘수의학 미래 60년을 전망하다’에 담긴 내용입니다. 이흥식 대한수의학회 60년사 편집위원장님의 도움으로, 60년사 제3장에 담긴 글 10개를 데일리벳에 게재합니다.

수의학회 창립 60주년은 미래 수의학 60년을 준비하는 시작점이라는 견지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 주목이 되는 주제를 중진 학자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고, 이 주제와 수의학과 수의사는 어떻게 관련되며, 이들의 국내·외 현황과 전망은 어떠하며 그리고 이 분야에서 수의학과 수의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과연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인지를 알아보는 글을 펴내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관한 집필자는 원로 학자나 신진 학자보다 당해 분야의 중견 학자와 벤처 기업 CEO가 현실을 직시하며 당해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합한 저자를 추천받아 원고를 청탁하고 이들의 글을 게재하기로 수의학회 60년사 편집위원회에서 결정하였습니다. 

1. 유전자 조절 연구와 수의사의 역할 _ 서울대 교수 한호재

2. 수의학 분야에서의 분자진단의 현황과 전망 _ ㈜메디안디노스틱 대표 오진식

3. 수의임상에 미치는 4차 산업혁명의 전망 _ 전북대 교수 김남수

4. 국내 동물복지 현황, 전망 및 수의사의 역할 _ 건국대 교수 한진수

5. 국가방역체계의 현황과 전망 및 수의학의 역할 _ 농림축산검역본부 부장 정석찬

6.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과 수의사 _ ㈜마미닥터 수석연구원 이미진

7. 동물용의약품 시장 전망 및 신약개발 현황 _ 바이엘 코리아㈜ 동물의약사업부 대표 정현진

8.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발생 전망과 수의학의 역할 _ 서울대 교수 채준석

9. 줄기세포치료의 현황과 전망 및 수의학에서의 대응방안 _ 서울대 교수 강경선

10. 동물 복제의 역사와 인류역사에서의 의의 _ 충남대 교수 김민규

대한수의학회 60년, 수의학 미래 60년을 전망하다(클릭) 

데일리벳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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