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23] 고양이를 위한 닥터캣 고양이병원

고양이보호자 친화 병원을 넘어 진정한 고양이 친화 병원을 목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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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 반려동물병원은 무한 경쟁에 직면해 있습니다. 수의사·동물병원의 폭발적 증가, 신규 개원입지 포화, 보호자 기대수준 향상, 경기불황 등이 동물병원 경영을 점차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병원 경영 여건 악화는 비단 수의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의료계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비슷한 문제를 겪으며 병원 경영의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진료과목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졌습니다.

이미 내과, 안과, 피부과, 정형외과, 신경과 등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인의 쪽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더욱 전문화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의 경우 지방흡입전문, 모발이식전문, 얼굴뼈 전문에 이어 다크서클 전문 성형외과까지 등장 할 정도입니다.

특정 전문 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개선에 훨씬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임상 수의계를 돌아보면, 아직 전문의 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사실상 특정 진료 분야 전문 수의사(전공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의계도 이제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여 그 진료과목을 특화한 ‘전문진료 동물병원’ 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에 따라 데일리벳에서 특정 진료과목이나 특정 동물 종만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전문진료 동물병원’을 탐방하고, 원장님의 생각을 들어보는 ‘전문진료 동물병원 인터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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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23번째 주인공은 올여름 ‘고양이보호자 친화 병원을 넘어 진정한 고양이 친화 병원(Cat Owner-Friendly를 넘어, 진정한 Cat-Friendly Clinic)’을 목표로 개원한 ‘닥터캣 고양이병원’입니다.

예전부터 고양이 진료로 유명했던 고희곤 원장(한국고양이수의사회 부회장)과 호주 멜버른대학교에서 수의학박사를 수료한 유현진 원장이 만나 송파구 석촌동 2층에 병원을 오픈했습니다.

병원 곳곳에서 고양이를 배려한 모습을 찾을 수 있었던 닥터캣 고양이병원을 찾아 두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고양이 특화 병원을 개원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개와 고양이는 특성이 다르다. 그래서 고양이만을 위해 고양이만을 위한 병원 서비스를 하기 위해 고양이병원을 오픈하게 됐다. 기존 병원에서 개와 섞이지 않도록 하는 수준을 넘어서, 고양이만 진료하는 병원인 것이다. 고양이병원에는 개 짖는 소리와 개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Q. 곳곳에서 고양이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고양이들이 병원 내에서 최대한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집에서는 순한 냥이인데, 병원에 오면 화난 냥이가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배려다.

진료실 내에서도 고양이가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한다, 진료 시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료를 함으로써 고양이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간에 적응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 천천히 고양이를 배려하면서 진료하는 것이 무조건 고양이부터 억지로 잡아서 진료하는 것보다 오히려 빠르다고 생각한다.

캣닙, 캣그라스도 직접 길러서 보호자들께 나눠드리기도 한다.

입원장도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 우선 높이가 중요하며, 숨을 수 있는 곳, 올라가서 앉아있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예민하거나 불안해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가림막 스크린을 설치해 시야를 가려줄 수 있도록 했다. 수건이나 커텐보다는 가림막 스크린이 환자들을 모니터링하기 좋다는 ISFM(세계고양이수의사회)의 추천을 받아들였다.

고양이 호텔의 경우에도 방 사이에 고양이가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고양이가 충분히 넓은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엑스레이 장비의 경우도 호흡수와 심박수가 빠른 고양이를 위해 500mA 디지털 엑스레이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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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병원 내에는 키우는 고양이가 없는데

병원 고양이는 없다. 고양이 환자들을 위해 그렇게 한다. 간혹 “고양이병원인데 왜 고양이가 없어요?”라고 묻는 보호자들이 있다. 하지만, 과연 동물병원에 고양이가 있는 것이 고양이보호자를 위한 것인지, 진정 고양이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다. 병원 내 고양이는 병원을 방문하는 고양이 환자를 긴장시킬 수 있다. 고양이 환자 입장에서 병원은 낯선 곳일 수 있다. 병원에 오면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숨을 곳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해당 환경을 영역으로 가진 병원 내 고양이가 있으면 긴장할 수 있다.

병원 내 키우는 동물과 병든 고양이를 안고 내원한 보호자가 서로 접촉하면서 피부병/전염병 등의 질병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고양이들 위한 진정한 고양이 친화 병원(Cat-Friendly Clinic)을 위한 조치다.  

Q. 원 내의 고양이 사진들에서 눈을 찾을 수 없던데, 왜 그런 것인가?

내원하는 고양이 환자를 생각하여 병원 내에 키우는 고양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원 내의 사진들에도 고양이들의 눈이 노려보고 있는 사진은 걸어 놓지 않았다. 사진상의 고양이 눈도 내원한 고양이에겐 위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더 긴장하게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페로몬인 펠리웨이 뿐만 아니라 캣닙도 자라고 있고, 캣그라스도 있어서 내원한 고양이들이 좋은 느낌, 편안해하는 공간들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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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세계고양이수의사회(ISFM) 고양이친화병원(CFC) 인증도 받았다고 들었다 

Gold 인증을 받았다(편집자 주, ISFM의 고양이친화병원(CFC, Cat-Friendly Clinic)인증은 Bronze-Silver-Gold 등 3단계로 되어 있으며, Gold가 최상 인증 등급입니다).

골드인증을 받으면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인증받기가 까다롭다는 점이었다. 인증 기준에 맞춰 시설도 갖춰야 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병원 설계 단계에서부터 고양이를 위한 고민을 많이 했다. 진료실 문도 소음을 없애기 위해 슬라이딩 도어로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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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로 1층에 있는 다른 동물병원들과 달리 2층에 병원이 있는데 

고양이만 진료하는 특화 동물병원이기 때문에 (1층이 아니어서 얻는) 불편함은 크게 없다. 2층을 선택한 대신에 오히려 고양이 환자, 고양이보호자, 그리고 직원들을 위한 공간을 더 만들 수 있었다.

용품과 사료의 경우에도 최소한 필요한 정도만 갖추려고 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고희곤) 실제적인 고양이 특화진료를 위해, 개의 진료를 전혀 하지 않아서 원천적으로 개의 소음과 냄새들이 나지 않게 하였다. 개와 고양이들의 공간을 분리한다고 하여도 직원들의 의류나 신발 등의 냄새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후각이 뛰어난 고양이들이기에 직원들은 진한 향수도 뿌리지 않는다. 고양이보호자 친화와 더불어 진정으로 고양이들을 위해 친화적인 병원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유현진) 후배 수의사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다. 많은 여자 수의사들이 임신/출산을 하면 수년 동안 경력이 단절되거나, 동료 수의사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험을 한다. 본인도 국내 임상을 쉬었던 시기도 있었고, 공부와 일을 줄이고 육아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시기도 있었으나, 꾸준히 임상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좀 크니 다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웨비나 및 Distance learning course도 많아 새로운 지식도 충분히 지속적으로 습득이 가능하니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수의사로서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남자 후배 수의사들도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몇 년 늦게 이 길을 가는 것처럼 보여도 풍부한 경험이 보호자와 환자를 이해하는 폭을 넓혀 주고 임상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 줄 것이다.

닥터캣 고양이병원 로고에 있는 고양이는 TNR을 받은 고양이다
닥터캣 고양이병원 로고에 있는 고양이는 TNR을 받은 고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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