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수의사 83% `국내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 유입될 것`‥대책은?

양돈수의사회 긴급 전문가 간담회..`중국 발생은 예견됐고, 한국은 매우 불리한 환경이다`

등록 : 2018.08.07 06:15:47   수정 : 2018.08.06 20:19:26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중국 랴오닝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발병한 가운데, 국내 양돈수의사 대상 설문조사에서 참여자의 83%가 “우리나라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국내에 전파될 위험요인으로는 여행객과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밀반입되는 축산물과 야생 멧돼지가 꼽힌다.

한국양돈수의사회와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양수미래재단은 6일 오전 건국대 수의대에서 ‘중국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에 따른 긴급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개최 이틀 전인 토요일에 확정된 행사임에도 양돈수의사와 업계, 언론 관계자들인 운집해 ASF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과 발생현황을 소개한 선우선영 박사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특성과 발생현황을 소개한 선우선영 박사


걸리면 100% 폐사하는데 백신 없어..근시일내로 개발될 전망도 없다

이날 발제에 나선 건국대 류영수 교수와 한국히프라 선우선영 박사, 위르겐 리히트 美캔자스주립대 교수는 모두 ASF 바이러스를 직접 다뤄본 전문가들이다.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리히트 교수와 함께 미국 국토방위성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 ASF를 연구한 선우선영 박사는 ASF 공격접종 실험 경험을 전하면서 “그렇게 아파하는 돼지는 본적이 없을 정도로 심한 열과 출혈을 보이면서, 100% 폐사했다”고 말했다.

급성형 ASF에 감염된 돼지는 4~5일이면 증상이 시작된다. 41도 이상의 고열, 전신에 심한 출혈을 보이면서 증상이 시작된지 하루 이틀이면 곧장 폐사한다. 이날 간담회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와 중국에서 발생한 ASF도 급성형이다.

ASF는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나 백신이 없다. 28종 이상의 구조단백질을 보유한 복잡한 바이러스인데다가 기초연구도 부족한 실정이다.

리히트 교수는 “150여개에 달하는 ASF 바이러스의 유전자들 중 파악된 것은 20%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바이러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비롯해 여러가지로 시도하고 있지만, 근시일 내에 백신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바이러스가 환경에서 상당히 안정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상온에 보관된 혈액에는 18개월이나 생존하며, 가공육에도 140~300일 이상 남아 있을 수 있다.

류영수 건국대 교수(오른쪽)와 위르겐 리히트 미국 캔자스주립대 교수(왼쪽)

류영수 건국대 교수(오른쪽)와 위르겐 리히트 미국 캔자스주립대 교수(왼쪽)


예견된 중국 ASF..”한국은 굉장히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류영수 교수와 리히트 교수 모두 아프리카돼지열병 연구자들 사이에서 중국의 발생은 예견된 재앙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부터 바이러스가 동진했고, 동부 러시아가 중국과 활발히 교역하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리히트 교수는 “동유럽의 확산 사례에 비추어보면, 한국은 굉장히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에 중국에서 ASF가 발생한 랴오닝성 선양 시는 중국-북한 접경지역에서 200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부지불식 간에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야생 멧돼지가 전국적으로 분포한다는 점도 위험요인이다. 러시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 최근 ASF가 유입된 동유럽 국가들이 ‘감염된 야생 멧돼지의 이동’을 전염 경로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ASF 발병현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만약 발병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휴전선 인근에 서식하는 야생 멧돼지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리히트 교수는 “서유럽 국가들도 ASF 유입을 막기 위해 멧돼지 개체수 조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수렵자들이 죽은 야생 멧돼지를 발견할 경우 반드시 방역당국에 신고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물론 국내에도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야생 멧돼지 (선우선영 박사 발표자료에서 발췌)

유럽은 물론 국내에도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야생 멧돼지
(선우선영 박사 발표자료에서 발췌)

관광객·외국인 노동자 통한 축산물 밀반입도 위험요인

환경에 오래 살아남는 ASF 바이러스는 축산물을 통한 전염 가능성도 있다. 돼지고기나 돼지 유래 축산 가공품, 바이러스에 오염된 잔반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2015년 인천공항으로 들어오다 적발돼 폐기된 축산물은 64톤이다. 돈육가공품도 8톤에 달한다.

류영수 교수는 “적발되는 축산물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중국인 노동자들이 중국에서 돼지고기를 가져와 먹는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식육은 물론이고 햄, 소시지, 육포, 장조림 등 축산가공품은 모두 수입금지물품에 해당된다. 불법으로 농축산물을 반입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리히트 교수는 “돈육, 축산가공품, 잔반은 물론 사람을 통해서도 ASF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며 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공기전파 가능성은 일축했다. 감염돼지가 배출한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근처에 있던 돼지에게 기계적으로 전파될 수는 있지만, 구제역처럼 바람을 타고 전파되는 유형의 바이러스는 아니라는 것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축산물 불법 반입 근절을 홍보하는 지하철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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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수의사 83% ‘ASF 국내 유입’에 무게..차단방역이 핵심

양돈 전문 온라인매체 돼지와사람이 국내 양돈수의사들을 대상으로 지난 주말 실시한 긴급설문조사에서 참여자의 83%가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돈수의사 66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1년 이내에 발병할 것’으로 전망한 수의사가 33%로 가장 많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안전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5%에 그쳤다.

이날 간담회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대응전략은 결국 ‘차단방역’으로 귀결됐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도 하지만, 차단방역을 제대로 하면 전파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히트 교수는 “ASF가 창궐하는 러시아에서도 차단방역이 우수한 현대적 농장들은 ASF에 걸리지도 않고, 오히려 생산성과 경제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러시아 현지에서는 ‘차단방역이 미흡한 백야드(Backyard) 농장이 ASF에 걸려 싹 정리되니 좋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환경에서 안정한 바이러스지만 소독제는 잘 듣는다. 선우선영 박사는 “60도 이상의 온도에서 30초 이상 있으면 불활화 되며, 일반적인 소독제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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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수 교수는 “이미 규모화, 밀집화된 국내 양돈산업에 ASF가 유입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ASF가 국내에서 확산될 경우 그 피해를 회복하는데 수십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류 교수는 “국내 유입요인이 될 수 있는 해외 축산물 밀반입에 정부가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야생 멧돼지를 매개로 ASF 전파시킬 수 있는 북한에 ASF 진단체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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