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매개 감염병 위협 늘어나‥예방수칙·기초연구 정비 서둘러야

진드기 늘어나기 유리해진 국내 환경..진드기 매개 감염병도 덩달아 증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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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진드기에 물려 전염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위협은 기후변화와 야외활동증가로 인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국민생활과학자문단은 11일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진드기 매개 감염병의 이해와 건강한 야외 활동’을 주제로 제6회 국민생활과학기술포럼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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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참진드기의 SFTS 감염률 6%..전국 분포

기후변화·야생동물 개체수 증가로 진드기 위협은 늘어날 것

SFTS 바이러스를 가진 참진드기에 물려 전염되는 SFTS 환자는 국내에서 2013년 처음 보고돼 매년 4~11월 사이에 나타나고 있다. 2017년까지 보고된 607명의 환자들 중 127명이 사망했다.

연도별로는 2013년 36명에 불과했던 환자는 지난해 272명으로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도 증가세를 유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 이희일 연구관은 “기후변화와 야생동물 개체수 증가로 국내환경이 진드기가 늘어나기 유리한 조건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SFTS처럼 진드기가 매개하는 쯔쯔가무시병도 지난해 환자수가 1만명을 넘길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참진드기는 풀 끝에서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동물을 감지해 달라붙어 흡혈한다. 때문에 야생동물이 출몰하는 지역에 진드기도 많다.

채준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모든 환경에 진드기가 있다고 보면 된다”며 사람뿐만 아니라 소, 말, 멧돼지, 길고양이, 개, 각종 야생동물 등에서 SFTS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 동물의 혈액에서 SFTS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확인됐을 뿐, SFTS 감염으로 인한 고열이나 혈소판감소증 등의 임상증상이 국내 동물에서 확진된 바는 없다.

이날 채 교수가 소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참진드기의 SFTS 감염률은 평균 6%내외다. 최근 3년간 감염률이 증가추세인 점도 위험요인이다.

진드기 사이의 SFTS 전염경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된 성충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유충 일부에서 SFTS가 검출되기도 했다.

채준석 교수는 “SFTS를 보유한 참진드기는 전국적으로 확인된다”며 “SFTS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파경로와 병태생리, 치료제 등 다양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물과 사람에서의 SFTS 현황을 소개한  채준석 서울대 교수(왼쪽)와 이재갑 한림대 교수(오른쪽)
동물과 사람에서의 SFTS 현황을 소개한
채준석 서울대 교수(왼쪽)와 이재갑 한림대 교수(오른쪽)


면역력 약한 노인층서 위험..치료약 없어 진드기 피하는 예방수칙이 ‘상책’

이날 SFTS 감염환자 케이스를 소개한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SFTS 환자들은 야외활동 후 6~14일의 잠복기를 거쳐 심한 고열과 근육통, 오심 등의 증상으로 응급내원한다”며 “잠복기가 길다 보니 이미 진드기를 확인할 수 없거나 별다른 피부병변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2017년 감염확인 환자 272명 중 253명이 50대 이상일 정도로 노년층에 집중되어 있다.

이재갑 교수는 “SFTS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젊고 건강한 사람은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발열만 보이다 회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진단되는 경우 자체가 적다”며 “면역력이 약하고 이미 만성질환을 보유한 경우가 많은 노년층에서 주로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SFTS가 의심될 경우 정밀진단에는 1~2일 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없어, 대증 처치하며 환자가 스스로 회복하길 돕는 치료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이날 포럼에 모인 전문가들도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채준석 교수는 “매년 봄가을 진드기를 채집하러 다니며 옷에 진드기가 달라붙는 경우도 많지만 물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예방수칙을 잘 지키면 안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풀 끝에서 숙주를 기다리는 진드기의 습성을 고려해 야외활동 시에는 우거진 수풀 근처에 가지 않도록 주의하고, 가급적 피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진드기 기피제를 뿌릴 때는 피부에 직접 뿌리는 것 보다는 신발, 하의 등 진드기가 붙기 쉬운 부위의 피복 위에 도포해야 피부 부작용 위험을 피하고 기피효과를 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진드기들이 CO2 농도의 변화로도 숙주를 감지해 접근하는만큼, 야외활동 시 한 곳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면 돗자리를 활용하고 돗자리 주변에도 기피제를 뿌리는 것이 좋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SFTS 바이러스, 진드기의 생활사, 야생동물 서식환경 변화, 사람에서의 신약 개발 등 원헬스 측면의 다방면에서 협력 연구가 절실하다”며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국민들이 당장의 위협을 피할 수 있도록 예방안전수칙을 구체화하여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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