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형 백신만 하는 양돈농가‥A형 구제역이 두렵다

지난해 양돈용 구제역 상시백신서 A형 제외..2010·11년 악몽 재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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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젖소농가서 A형 구제역이 발병하면서 양돈농가에게 비백신 혈청형 구제역 발생위험이 현실화됐다.

2014년 이후 O형 구제역이 되풀이되면서 신고기피현상이 심해진만큼, A형 구제역 발생가능성과 빠른 신고 필요성을 철저히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O형 백신으로는 A형 구제역을 전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국서 A형 구제역 상재화 불구..방역보다 강력했던 가격논리

현재 양돈농가는 O형 구제역 백신만 사용하고 있다(O 3039+O MANISA).

구제역 백신이 처음 도입된 당시에는 소와 마찬가지로 3가(O, A, Asia1)백신을 사용했지만, 2014년말 구제역이 재발하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2015년 구제역 발생이 이어지면서 O형 단가백신(O 3039)을 긴급수입했고, 이후 상시백신을 다시 선정할 때 A와 Asia1 혈청형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2015년 하반기 동안 이어졌던 상시백신주 검토 과정에서는 여러 혈청형이 담긴 다가백신과 O형 단가백신이 충돌했다.

전문가 의견은 대체로 2, 3가 백신이 필요하다는데 무게가 실렸다. 중국 등 동아시아 주변국에 A형 구제역이 상재화된 상태라 이번처럼 언제든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 수의양돈포럼에 내한한 도널드 킹 세계동물보건기구(OIE) 구제역 표준연구소장도 “동아시아지역에 O형과 A형 구제역이 모두 퍼지고 있다”며 “안전 차원에서 (한국 양돈농가의) A형 구제역 백신접종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돈수의사회도 상시백신주 선정검토 과정에서 A형 백신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주장했다.

반면 생산자단체는 O형 단가백신을 고집했다. 2010년 겨울 이후 O형 구제역만 발생한 상황에서 백신항원 개수를 줄이면 두당 몇백원 수준으로 접종비용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이 요인이었다.

결국 정부는 2016년 1월 양돈 상시백신으로 O형 단가백신을 채택했다. 반면 소에서는 Asia1만 제외한 O+A형을 선정했다.

당시 A형 백신 필요성을 주장했던 양돈수의사회 관계자는 “A형 구제역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과학적 우려를 경제적 논리로만 덮어선 안됐다”며 “백신은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투자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O형 백신으로는 A형 못 막아..신고기피상황에서 초동대응 못할까 우려

이 관계자는 “백신정책 하에서 비백신 혈청형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빠른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O형 백신만으로는 A형 구제역 바이러스를 방어하지 못한다. 빠른 신고와 살처분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심각해진 신고기피현상이 발목을 잡는다.

신고기피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O형 백신을 접종한 상황에서 O형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소간 증상을 겪다가 회복되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신 덕분에 바이러스 증식이나 배출, 그에 따른 전파가능성도 줄어든다.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돼지가 A형 구제역에 감염됐는데 농가가 기존의 O형일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상황이다.

A형에는 효과도 없는 O형 백신에 기대다가 신고도 늦고, 살처분도 늦어지면 A형 바이러스가 폭발적으로 증식할 우려가 있다. 구제역 백신을 쓰지 않던 2010년 겨울의 상황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O형 구제역과 백신에 익숙해진 농가가 A형 구제역을 오해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며 “혹시나 돼지에서 구제역 의심증상을 확인한다면 최대한 빨리 신고해야 한다는 점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A형 구제역 대응방안을 모색했지만, 양돈농가에 대한 O+A형 백신접종을 바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연천 A형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 분석결과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O형 백신만 하는 양돈농가‥A형 구제역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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