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그 10년 후④] 김돈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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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출판된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도서출판 부키)는 반려동물 임상, 산업동물 임상, 검역, 수의 축산 정책, 공중 보건, 동물약품 개발, 전염병 연구, 야생동물 진료, 수의장교, 미국 수의사 등 각 분야에 종사하는 22명의 수의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수의사라는 직업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 받는 책입니다.

많은 수의사 및 수의대 학생들도 이 책을 읽었을 텐데요, 이 책이 출판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이에 데일리벳 학생기자단에서 당시 책에서 소개된 22명 수의사분들을 다시 인터뷰하여 10년 후 모습을 살펴보는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이하 수말수) 그 10년 후’ 프로젝트 시리즈를 진행합니다.

그 네 번째 주인공은 김돈환 수의사입니다.

수말수 집필 당시 동물용의약품 업체인 인터베트코리아에서 테크니컬 매니저로 활동했던 김돈환 수의사는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공무원으로의 변화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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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 김돈환 수의사무관

Q. 수말수 집필 후 10년 동안 동물약품 업계 수의사에서 공무원으로 변모하셨다. 그 동안의 근황을 전해달라

경북대 수의대를 졸업한 후 대관령 삼양목장 관리 수의사를 거쳐 동물약품 다국적기업인 인터베트코리아(현 한국MSD동물약품)와 베링거인겔하임동물약품에서 기술지원 및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2008년에는 건국대 면역병리학실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12년 제1기 민간경력 5급채용자과정 방역분야 특채를 통해 수의사무관으로 임용됐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동물질병관리부 동물약품관리과 제도계 계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수말수 집필 당시에는 인터베트 코리아에서 테크니컬 매니저로 일했는데 지금은 공직에 있으니 10년 동안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검역본부 신규 연구사 교육을 하던 중, 본인이 책에 나왔음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던 교육생을 만났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Q. 공직에 지원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평소 수의사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대한 생각이 많은 편이었다. 단순한 전문직이나 생활인으로서의 수의사에 머무르지 않고 축산이나 동물복지 등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현장의 경험을 접목해 방역분야의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공직에 지원했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수의사와 정책 결정과정에 몸 담은 수의사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전문성을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민간경력을 갖춘 수의사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정체된 수의분야 공직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한다.

Q. 동물약품관리과에서 어떠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간단히 소개해달라

동물용 의약품, 의약외품, 의료기기 제조 및 수입업의 인허가, 품질관리, 산업발전 지원 등을 담당한다.

정책은 농식품부에서 총괄하고 있으며, 검역본부는 구체적인 실무와 기술검토, 평가 검정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일선 동물병원과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의 직접적인 관리는 지자체가 담당한다.

1기 민간경력 5급 채용을 통해 공무원이 된 본인은 동물약품 업계의 근무경력을 고려하여 지난 본부장님께서 동물약품관리과로 발령했다.

Q. 국내의 동물약품 관리체계는 수의사와 약사의 역할과 영역이 혼재된 상태다.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관련한 정부 정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 상황인지 말씀해달라.

동물용의약품을 관리하는 별도의 법령이 없다. 약사법에 근거하되 동물약품에 대한 특례조항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규칙으로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동물약품의 관리는 약사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동물약품 업계에서 보면 약사들은 동물과 동물약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관심도 적다. 업계의 규모가 약사라는 고비용직업군을 감당하기에 적절치 못한 부분도 있다.

때문에 가칭 동물약품관리법 등 동물약품에 대한 별도의 법령을 만들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준비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동물약품 관리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수의사처방제다. 검역본부도 처방제 도입 당시 처방대상성분 선정을 위한 기초자료 제공 등 참여했지만, 현재 처방제는 확대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Q. 처방대상성분 확대도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고, 일선 현장에서는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형태의 부작용도 관찰되고 있다

현재 처방대상성분은 내수시장 기준 15% 수준인데, 평균 30% 수준인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다.

지난해 성분 확대 검토를 계획했지만 농식품부 담당부서가 고병원성 AI 등의 방역을 함께 담당하고 있어 본격적인 추진이 어려웠다. 올해는 확대하는 쪽으로 준비할 전망이다.

사실 처방제는 대상 성분의 범위도 중요하지만, 도입 당시 목표했던 실질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도록 정착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방제가 농가에서의 항생제 과다사용 등 동물약품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가의 질병 및 생산성을 관리하기 위한 수의사 역할의 기본 토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동물약품 유통경로의 과반 이상을 수의사가 아닌 동물용의약품도매상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처방제 도입 전의 영업형태를 유지하면서 처방대상성분 의약품에만 수의사 처방전을 기계적으로 발행하는 형태를 띠고 있어 처방제 도입의 근본적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다.

올해는 처방대상성분 확대를 포함한 처방제 보완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전망이다.

Q. 최근 졸업한 수의사들이 국내 동물용의약품 업계로의 진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관련 분야 진출의 형태와 전망을 소개해주신다면

동물약품과 관련된 공직으로는 중앙정부의 검역정책,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방역 담당, 시험소 검사 등의 분야가 있다. ‘공무원’이라는 명칭은 하나지만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산업동물 현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동물약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일선 임상수의사와 업체 수의사에게 높은 전문적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동물용의약품 제조 및 수입회사는 300개 정도이며, 전문적인 분야의 수의사 채용이 가능한 업체는 50개 정도다.

수의사로 취업 시 영업, 농장 기술지원, 제품 마케팅 및 직원 매니징 등을 담당하게 된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국내 Top Manager, 지역 Manager 및 본사 근무 가능성도 열려 있다.

Q. 동물약품 분야로 진출하고자 하는 수의대생에게 조언을 전해달라

동물약품 분야에 오는데 특별히 도움이 되는 수의학 공부가 있다기 보다는 ‘현장’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졸업 후 농장에 가보면 아예 쓰는 말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느낄 것이다.

약품은 현장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적용되는 분야이므로 농장의 구조, 적용 동물(산업동물)의 생리 등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굳이 수의학 중에 추천하자면 면역학과 관련된 내용을 잘 공부해두면 어느 분야의 동물약품에 종사하든 간에 도움이 될 것이다.

Q. 끝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학부생 시절을 회상해보면 대동물 병원을 개업하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다. 대학생으로서 사회 변혁을 통해 열심히 일한 사람이 잘 사는 평등한 사회에서 맡은바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수의사를 꿈꿨지만, 현재는 현실에 타협하는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공직 퇴임 후 현장에 돌아가 양돈분야 컨설팅에 종사하고 싶다.

후배 수의사들도 다양한 수의분야 중 자신의 역량을 쏟아낼 수 있는 길을 찾길 바란다. 수의사로서의 사명은 이미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나에게 녹여 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라.

서혜린 기자 estevimilu@dailyvet.co.kr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 그 10년 후④] 김돈환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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