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메르스 진단키트 개발 송대섭 교수 `인수공통전염병 대비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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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하자 유입 전 메르스바이러스를 유일하게 연구했던 학자로 고려대 송대섭 교수가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의사인 송대섭 교수는 돼지유행성설사병(PED) 백신, 개 인플루엔자 백신, 말 인플루엔자 백신 등 다양한 바이러스의 진단·치료법을 연구해왔습니다.

7월 4일을 마지막으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메르스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송대섭 교수를 데일리벳이 만났습니다.

7월 15일 성남 아이해듀 스튜디오에서 만난 송대섭 고려대 교수

Q.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7월 4일 이후로 약 열흘 간 신규 환자도 새로운 진원지도 없다.

하지만 아직 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선언하기에는 이르다. 추가 환자가 없는 이 상황이 앞으로 2주 정도는 더 이어져야 한다.

Q. 메르스 연구 이전부터 다양한 동물전염병과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연구를 해오셨다고 들었다.

학창시절 박봉균 서울대 교수님의 수업을 들으며 바이러스 연구로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개체치료에 집중하는 수의학 분야도 있지만 감염병 자체를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동물 군집(Herd) 자체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졸업 후 박봉균 교수님 밑에서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고 운 좋게도 학위 테마를 빨리 잡을 수 있었다. 박사 학위 주제였던 PED 경구용 백신은 이후 국내 업체로 기술을 이전해 상용화 됐다.

이후 업계에서 하던 연구를 자연스럽게 계속하게 됐다. 그러다가 정부 주도로 바이러스 전담 연구조직이 최초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해, 2010년부터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근무했다.

Q. 그 과정에서 개 인플루엔자 백신, 말 인플루엔자 백신, 메르스 진단키트 등을 개발하셨나

그렇다. 바이러스를 대응하는 원칙은 크게 3가지다. 진단, 예방, 치료가 바로 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수의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과 예방이다. 동물의 바이러스성 질환을 치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에 근무할 때부터 진단방법과 예방백신 등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왔다. 그렇게 여러 가지 돼지 백신과 개 백신, 연구소로 자리를 옮겨서는 말 백신까지 상용화에 노력했다.

진단분야에 있어서도 광견병, 조류인플루엔자, 개 파보바이러스 등 다양한 병원체의 진단키트를 개발해왔다.

이러한 접근의 일환으로 메르스도 국내에 유입이 되기 이전 중동에서 문제가 되었을 때부터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해 연구를 진행했다.

Q. 메르스 도입 이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은 국내 유입 가능성을 염두해 두었기 때문인가

그렇다. 메르스 진단키트 개발을 위한 연구는 낙타가 있는 중동에서 주로 진행됐다.

낙타실험을 위해 중동지역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를 오고 갈 때 ‘생각보다 우리 나라와 교류가 많다’는 점을 느꼈다. 특히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오고 가는 비행기에 빈 좌석이 없을 정도였다.

요즘 시대는 국가 간의 경계가 무색하지 않나. 우리 나라에 들어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Q. 다음달부터 아랍에미리트와 메르스에 대한 공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들었다

메르스 사태 도중에도 많이 언급된 부분이기도 하지만, 사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알려진 지 3년여밖에 되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다. 모르는 정보가 너무 많다.

바이러스 연구자로서 ‘잠복기’를 명확히 규명해보고자 한다. 그러기 위한 바이러스의 역학(Dynamics) 연구를 하려고 하는데,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니 대표적인 모델숙주인 낙타를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 현지와 동물실험을 위한 일정을 계속 조율하고 있다.

Q.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메르스나 에볼라 바이러스와 같은 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나

인수공통전염병은 원래 중요했다. 감염병의 대부분이 인수공통이라고 보면 된다.

원헬스라는 단어가 최근 들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실험실에서는 2년 전부터 ‘원헬스’ 개념에 주목해왔다.

과거와 달리 사람과 동물 사이 접점(인터페이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메르스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 많은 신변종 감염병, 신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것이다.

Q. 그러한 상황에서 수의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수의학을 배워 질병 자체에 대해 안다는 것은 인수공통전염병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상당한 강점이다.

원론적이고 기초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질병을 알아야 극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시적인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면 큰 틀을 놓칠 위험이 있지만, 수의사들은 그러한 부분에서 장점이 있다.

때문에 기초 연구에 종사하는 수의사도 어느 정도 임상역량을 가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수의과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저학년 때 놀았던 것은 별로 후회하지 않지만(웃음), 바이러스를 전공한다면서 4학년 임상과정을 소홀히 했던 것은 후회가 된다. 바이러스를 전공한다고 하더라도 임상적인 백그라운드가 튼튼하면 연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Q. 대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는 사람감염이 문제가 된 적은 없다. 하지만 이웃한 중국에서는 H7N9형 조류인플루엔자에 의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했다.

당연히 H7N9형 AI 바이러스도 국내에 유입될 경우 사람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

H7N9형 AI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이 ‘중국이라서’는 아니다. 바이러스는 국가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 그래서 더더욱 조기 진단과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Q. 최근 수의과대학 졸업생은 기초연구보다 반려동물 임상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그러한 현상을 두고 ‘나쁘다, 좋다’의 가치판단을 내리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이자 트렌드라고 본다. 언급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학문 발전에는 다양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원헬스 측면에서 산업동물 임상이 중요한데 그 분야에 대한 진출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 학생들의 흥미가 떨어졌다거나, 사회적 지위나 보수가 부족하다는 측면도 물론 고려해야겠지만 앞으로 수의사들이 진출하는 분야는 더욱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동료, 선후배 수의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혹자가 보기엔 평탄하게 고비고비마다 잘 연결된 삶을 산 것 같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구 못지 않게 실패도 많이 했고 어려움도 많았다.

그럼에도, 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항상 꿈을 잃지 않았다. 내가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있으면 좋겠는지를 마음 속에 품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듯, 그러한 마음가짐을 가지니 조금이라도 그 길을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지도교수님이셨던 박봉균 교수님은 제게 ‘누군가 나를 발탁할 일이 있을 때, 그 기회를 잡으려고 하지 말고, 그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내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그 기회를 내게 줄까 말까 망설이지 않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럴 정도의 역량을 갖추고 있으라는 것이었다.

그 말씀은 이후 내 삶의 모토가 됐다. 부족하지만 이 부분을 후배 수의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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