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중·러 거쳐 비무지장지대 유입 추정

국립환경과학원, 역학조사 중간발표..멧돼지 매개 중심으로 사람·차량 이동도 확산에 영향

등록 : 2020.05.07 12:28:17   수정 : 2020.05.07 12:28:17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국내 야생멧돼지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을 거쳐 비무장지대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공식화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7일 멧돼지 ASF 역학조사 중간결과를 공개하면서 “러시아, 중국에서 유행하는 ASF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ASF 양성 멧돼지 폐사체의 폐사추정일을 분석한 결과, 초기 북한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환경과학원)

ASF 양성 멧돼지 폐사체의 폐사추정일을 분석한 결과, 초기 북한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환경과학원)

접경지역부터 시작된 ASF, 북한서 유입 추정 공식화

학계와 전문가로 구성된 역학조사반은 2019년 10월 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의 멧돼지 ASF 양성 585건을 분석했다.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양구, 고성, 포천 등 7개 시군에서 ASF 양성 멧돼지가 발견된 가운데, 양성건수(검출율)는 연천 230건(39.3%)과 화천 222건(37.9%), 파주 96건(16.4%)에 집중됐다.

국내 멧돼지에서 검출된 ASF 바이러스 500여건은 모두 2형 유전형으로 확인됐다. 중국, 러시아 등에서 유행한 것과 동일한 유전형이다.

ASF 양성 멧돼지 폐사체의 폐사추정일을 분석한 결과 철원, 연천, 파주는 모두 남방한계선 1km 이내에서 ASF 발생이 시작됐다.

지난달 최초 발생한 동해안 지역의 고성군에서도 남방한계선 근접 지역에서 ASF 발생이 확인됐다.

당국은 “러시아, 중국에서 유행 중인 바이러스가 비무장지대 인근 접경지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국내 유입경로는 하천, 매개동물, 사람 및 차량 등의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규명을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부터 ASF 양성 멧돼지가 발견된 파주 북부와 연천 북서부, 철원 북부 지역은 최근 들어서는 ASF 검출이 상당히 줄어든 상태다. 반면 연천 동부, 화천 중부, 양구 북부 및 고성 북동부 지역은 올해 이후 신규 발생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천 풍산리, 연천 부곡리 등 기존 발생지역과 떨어진 지점에서의 확산을 두고서는 사람, 차량 등 인위적 요인의 영향 가능성도 언급됐다. (자료 : 돼지와사람)

화천 풍산리, 연천 부곡리 등 기존 발생지역과 떨어진 지점에서의 확산을 두고서는 사람, 차량 등 인위적 요인의 영향 가능성도 언급됐다.
(자료 : 돼지와사람)

멧돼지·폐사체 통해 국내 확산..장거리 전파에는 사람·차량 영향 가능성도

국내 유입 이후에는 주로 감염된 멧돼지나 폐사체에 접촉하면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됐다.

멧돼지 집단 내의 접촉이나 번식행동을 통해 직접 전파되거나 비빔목, 목욕장 등 멧돼지 생활환경이 오염되면서 간접적으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6일까지 목욕장, 분변, 토양 등 환경시료 32건에서 ASF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것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한다.

당국은 “멧돼지가 감염된 폐사체의 냄새를 맡거나 주변 흙을 파헤치고, 폐사체에 생긴 구더기를 섭취하는 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렵활동이나 사람, 차량 이동 등 인위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화천군 풍산리나 연천군 부곡리, 양구군 수인리 등 기존 발생지역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롭게 발생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감염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가 ASF 확산 지연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당국은 “파주, 연천, 철원, 화천 지역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달까지 설치된 18개의 2차 울타리 안에서 주로 검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울타리 안에 위치한 멧돼지끼리 확산되도록 국한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역(3차) 울타리 밖에서 ASF 양성 멧돼지가 3건 발견되는 등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윤석 환경과학원장은 “향후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유입·전파경로를 규명하여 보다 효과적인 방역대책에 기여하겠다”며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가칭)을 조속히 열어 상시적인 역학조사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