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을 두고 벌어진 정부와 피해농가의 온도차

피해농가가 청사 앞 규탄시위 벌인 20일, 정부는 ASF 방역정책 국제적 인정 시사

등록 : 2020.01.21 12:04:34   수정 : 2020.01.21 12:04:34 윤상준 기자 ysj@dailyvet.co.kr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두고 정부와 피해농가의 극명한 온도차가 드러나고 있다.

ASF 희생농가 총괄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0일 세종시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앞에서 재입식 지연과 이동제한 피해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같은 날 농식품부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ASF 고위급 국제회의에서 ‘대한민국 방역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20일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인 ASF 피해농가(왼쪽)와 같은 날 농식품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오른쪽)가 대비된다.

20일 농식품부 청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벌인 ASF 피해농가(왼쪽)와 같은 날 농식품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오른쪽)가 대비된다.

이날 집회에는 ASF로 돼지를 모두 살처분한 강화, 김포, 파주, 연천지역과 장기간 이동제한에 묶여 피해를 입고 있는 강원도 철원에서 한돈농가 500여명이 참여했다.

비대위는 “작년 10월 9일 이후 사육돼지에서 ASF가 발생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명확한 재입식 기준과 피해농가 보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재입식이 지연되면서 생계를 위협받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초에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돼지 재입식을 위한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었지만 한 달 넘게 미뤄지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생계안정자금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수의 피해농가가 지급기준 최저기준에 걸려 매월 67만원을 받는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육돼지가 1701마리 이상일 경우 최저기준에 해당되는데, 국내 평균 사육두수가 1980두인 점을 감안하면 기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비대위 이준길 위원장은 “ASF 감염 야생멧돼지 폐사체로 접경지역 희생농가의 재입식이 미뤄져 생존권을 박탈당할 위기”라며 “농장의 방역이 잘 이뤄지고 있는데 야생멧돼지를 이유로 농장의 재입식을 막는 것은 국가방역의 불완전성을 농가에 책임전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재입식 허용, 재입식 지연에 따른 휴업 보상, 장기화된 이동제한에 따른 피해보전, 생계안정자금 현실화 등을 촉구했다.

한돈협회 하태식 회장도 “멧돼지에서 ASF가 검출된다는 이유로 더 이상 재입식이 지연될 수 없다”며 “정부는 재입식 지연과 이동제한에 따른 합당한 농가 피해보상과 멧돼지와 집돼지를 정확히 구분한 방역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날 농식품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욱 차관이 참석한 독일 아프리카돼지열병 고위급 국제회의 현장에서 한국의 방역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밝혔다.

주최측 예상을 뛰어넘는 60개국에서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축산차량 GPS 관제시스템 등 한국의 ASF 방역정책에 대한 발표가 높은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모니크 에르와 OIE 사무총장도 신속한 살처분과 이동제한, 야생멧돼지 개체수 관리 등 대한민국의 신속한 방역정책을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서 비대위가 농식품부가 조속히 결정하지 못한다면 2월 자체적인 재입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ASF 피해농가 대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